이성규의 정치인의 사익추구특강(1)
본 코너에서는 ‘정치인들의 사익(私益)추구 행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나쁜 민주주의: 정치인·관료들은 왜 사익만 추구하는가?』 (이몬 버틀러 저, 이성규·김행범 옮김, 북코리아, 2012년)를 연속적으로 게재하기로 한다.(편집자주)
1장 공공선택‘학’(또는 공공선택경제학)이란?
▲ 이성규 국립안동대 무역학과 교수
공공선택‘학’(Public Choice 또는 Public Choice Economics)은 흔히 경제학의 한 학파로 언급된다. 그러나 사실상 공공선택‘학’은 경제학의 연구방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치학(Political Science)에 대한 하나의 연구(접근)방법이다. 왜냐하면 공공선택‘학’은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설명하지 않고, 그 대신 정치(politics)와 정부(government)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탐구하기 위하여 경제학의 방법들과 수단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선택‘학’은 ‘정치과정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합법적인지’와 같은 여러 도전적인 질문들을 분석하는 하나의 연구방법이다. 그 결과 공공선택‘학’은 정치와 정부에 대한 여러 놀라운 혜안들을 우리들에게 제공해준다.
◆ 왜 경제학을 사용하는가?
정치(또는 정치행위)와 정부(또는 정부행위)를 분석하기 위하여 경제학을 사용하는 것이 다소 이상하게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경제학은 ‘시장, 돈, 상업경제, 사적(私的) 이익 등이 전부’라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에 정부는 비금전적 방법과 비영리적인 수단을 통해 ‘모든 국민(시민)들을 이롭게 한다’고 가정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은 시장과 돈만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이라는 단어 그 자체는 그리스어인 이코노미아(oikonomia)로부터 유래되었다. ‘이코노미아’는 글자 그대로는 ‘가계의 경영’을 의미하며, 그 본래의 목적은 단순한 금전적 이윤보다는 ‘가계의 만족’에 있다. 가계의 만족, 즉, ‘행복’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적 요인뿐만 아니라 금전적 요인 등을 비롯하여 많은 다른 요인들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매일 우리들은 서로 간에 비슷한 선택들을 한다. 예를 들어, 이웃 마을에 있는 작은 산이 아름다운 경치를 가지고 있는 경우 과연 우리들은 그 산에 오르기 위하여 수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또는 우리는 친한 친구의 생일에 줄 멋진 생일카드를 고르는데 얼마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물론 이러한 일들은 돈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 또한 넓은 의미에서 보면 여전히 경제적 결정들에 해당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결정들은 우선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얼마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견주어 보아야 하고, 다음으로 이들 이외의 다른 가능성들과 비교해서 최종적으로 선택(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실제로 “좀 더 가치 있는 다른 것을 하기 위하여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들(예를 들면, 우리의 시간이나 노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경제학은 단순한 금전적 선택들(financial choices)만이 전부가 아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비록 단순하지만 매우 유용한 분석수단들을 개발해왔다. 경제학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분석수단들에는 기회비용, 편익(혜택), 이윤, 손실 등과 같은 개념들이 포함되어 있다.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란 우리들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포기(희생)해야 하는 것’(예를 들면, 시간 또는 노력)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를 말한다. ‘편익’(benefit)이란 우리들이 ‘얻는 것’(예를 들면, 멋진 생일카드나 아름다운 경치)에 대한 가치를 말한다. ‘이윤’(profit)이란 우리들이 ‘포기하는 것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와 ‘얻는 것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 간의 차이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들이 귀중한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멋진 카드를 찾지 못했거나, 이웃 산에 올랐으나 전망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면 이것은 우리들의 ‘손실’(loss)이 된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선택을 할 때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교환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즉,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후자 대신에 전자(즉,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를 선택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우리들)은 합리적(rational)이고 이기적인(self-interested; 사익을 추구하는) 존재들이다.
◆ 경제학을 정치학에 적용하는 이유
공공선택학은 이러한 단순한 경제학적 개념들을 “집합적 결정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의 연구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경제학의 주요 개념들을 헌법의 고안과 운영, 선거 메커니즘, 정당들, 이익집단들, 로비활동, 관료제도, 의회, 위원회, 정부기구들 등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집단적 결정, 또는 정치적 결정들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선택이다.
예를 들면,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기 위하여 재산세를 올려야 하는가?’와 같은 정치적 또는 집단적 결정도 경제적 선택에 해당된다. 왜냐하면 정치적(집단적) 결정 또한 단순한 금전적 비용과 편익이 아니라 ‘비용들과 편익들 간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하면, 정치적(집단적) 결정은 정치과정에서 ‘포기해야 하는 것’과 ‘그로 인해 얻는 것’ 간의 선택을 의미한다.
그러나 집단적 또는 정치적 결정은 한 가지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이 하나의 경제적 선택을 할 때 그들은 개인적으로 비용들(예를 들면, 시간 또는 노력)과 편익들(예를 들면, 좋은 경치나 멋진 생일카드)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물론 그러한 경제적 행위들에는 ‘외부’(external) 또는 ‘사회적’(social) 비용과 ‘외부’ 또는 ‘사회적’ 편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대부분의 거래가 발생시키는 ‘총’ 비용과 ‘총’ 편익에 비추어 볼 때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외부 또는 사회적 비용과 외부 또는 사회적 편익이 크다면 정부가 종종 그러한 활동들에 개입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 개입 또한 외부 비용과 외부 편익을 초래한다. 이점이 바로 공공선택경제학의 주요 주제이다.
즉, 경제적 선택에서는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반면에 공공선택에서는 혜택을 보는 사람들(예를 들면, 도로 사용자들)이 항상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예를 들면, 주택소유자들)은 아니다. 또한 시장에서는 어떤 한 거래의 양 당사자들이 거래(즉, 거래조건)에 대해 의견이 일치되어야 거래가 성사된다. 만약 구매자나 판매자가 거래조건에 조금이라도 만족하지 않으면 해당 거래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에 정치시장에서는 소수자들은 다수자들이 결정한 것을 자신들이 싫다고 해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즉, 소수자들은 다수자들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고, 집합적 선택이 요구하는 어떠한 희생도 받아 들여야만 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정치시장에서는 이기적인(또는 사익을 추구하는) 다수자들은 ‘투표’를 통해 공적인 혜택은 자신들이 가지고, 금전적 또는 다른 비용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전가)시킴으로써 소수자들을 철저하게 착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도로 사용자들은 새로운 고속도로 건설을 간절히 원할 것이다. 그러나 고속도로 건설은 도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의 정원을 통과함으로써 그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또는 고속도로 건설로부터 어떠한 혜택도 얻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세금을 올리게 될 것이다.
그러한 정부 결정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연구하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그 대답은 “정부는 소수자들에게 다수자들의 결정을 따르도록 하기 위하여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강제력은 다수자들에게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해 준다. 그러나 다수자들은 또한 ‘투표’를 이용하여 자신들에게는 혜택을 주고, 그 비용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공공선택이론은 ‘정부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정치문제)를 탐구하기 위하여 ‘경제이론’(경제학)을 사용한다. 그 결과 공공선택이론은 (i) 그러한 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ii) 특정 집단들의 사익추구와 강요된 소수자들의 잠재적 착취 등과 같은 문제들을 파악하는데 유용하고, (iii) 그러한 단점들을 제한하고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제시해 준다. 이러한 중요한 역할을 인정하여 스웨덴 노벨상 선정 위원회는 1986년 미국의 경제학자인 제임스 뷰캐넌(James M. Buchanan)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하였다.
뷰캐넌 교수는 선거제도에서 소수자 착취의 본질,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사익(私益)추구, 이익집단의 영향력, 헌법적 제한의 역할등에 대한 연구업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헌법적 제한’이란 이러한 요인들이 공공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나쁜 영향들을 헌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나쁜 민주주의: 정치인·관료들은 왜 사익만 추구하는가?』 (이몬 버틀러 저, 이성규·김행범 옮김, 북코리아, 2012년) /이성규 국립안동대 무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