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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하야 주장이 불가능한 논리적 이유

2016-11-09 11:2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필자는 최순실 비리 사건에 흥분한 국민들이 군중집회를 개최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임을 압박하기 시작한 직후부터 대통령이 군중봉기에 굴복하여 사임하는 것을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해왔다.

다수의 국민이 박 대통령의 사임을 지지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군중집회가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으며 공·사간에 아무런 인연도 없는 필자가 주변사람들의 비웃음과 사회적 고립을 무릅쓰고 박 대통령 강제사임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폭민정치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자유민주주의 통치는 두 개의 기둥으로 구성된다. 하나의 기둥은 다수결이고, 또 하나의 기둥은 법률에 의한 통치, 곧 법치주의이다. 두 개의 기둥 중 어느 하나가 붕괴되면 자유민주주의는 사망하게 된다. 정당한 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다수결이 부정되면 자유민주주의는 사망한다. 동시에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 하여 법률을 유린하면 자유민주주의가 사망한다.

박 대통령의 측근인사인 최순실의 비리와 천박함에 분노하여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박 대통령의 사임을 희망한다는 이유로 박 대통령에게 당장 사임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한 기둥인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사임은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나 국회의 청문회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해서는 안 될 정도로 범법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될 때에만 요구될 수 있는 사항이다.
 

군중집회로 박근혜 대통령을 강제 사퇴시키는 석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에 반한다.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군중이 소문에 흥분하여 특정인을 집단 공격하는 것은 중세유럽의 마녀사냥과 같은 부도덕하고 야만적인 짓이다.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잘못으로 알려진 것은 모두가 다 신문방송의 보도뿐이다. 소문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소문에 분노한 국민의 다수가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하여, 또는 군중이 집회를 개최하며 그의 사임을 요구한다하여 대통령을 강제로 사임시킨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군중이 소문에 흥분하여 특정인을 집단 공격하는 것은 중세유럽의 마녀사냥과 같은 부도덕하고 야만적인 짓이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군중을 동원하여 강제로 사임시키는 것은 민주주의도 아니고 다수결도 아니다.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의 적인 폭민정치요 군중폭동이다. 폭민정치와 군중폭동으로 박 대통령에게 강제퇴임이라는 처벌을 가하게 되면 그것은 박근혜의 정치생명을 죽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죽이는 것이 된다.

둘째, 국민 박근혜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대통령에게 있어서 타의에 의한 사임은 중대한 처벌이다. 박 대통령에게 강제사임이라는 처벌을 내리려면 그의 범법행위가 확인된 후 정당한 법 절차를 통해서 처벌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든지 소문만으로 처벌될 수 없다. 누가 되었든지 처벌을 하려면, 반드시 법률을 위반한 행위가 입증된 후에 법률에 따라 처벌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헌법 제12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받지 아니 한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왜 박근혜만 이 헌법 조문의 적용대상인 모든 국민의 범주에서 배제되어야 하는가? 대통령은 국민이 아닌가?

필자가 현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강제사퇴에 반대하는 목적은 그가 혐의 받고 있는 범죄에 대한 처벌을 면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것도 대통령으로서의 특권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을 처벌하려면, 다른 국민과 평등하게, 그가 처벌당할 범죄를 저지른 것이 명확하게 밝혀진 후에 적법한 절차에 의해 법률에 따라 처벌하자는 것이다. 그의 범행 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지기 전에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그의 사임을 지지하는 비율이 아무리 높게 나타나더라도 그를 강제 사임시키는 처벌이 가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처벌로부터 박 대통령을 보호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장차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등 야당정치인들이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처벌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필자는 그때도 그들에 대한 보호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양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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