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안 그래도 ‘최순실 파문’에 흔들리던 국내 증시가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특히 트럼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통제강화와 기준금리 인상, 주식시장 거품론 등을 강하게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호무역주의자인 트럼프의 당선으로 국내 자동차, 철강, 섬유 등의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트럼프의 당선이 주식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당선, 증시에 정말 악재 맞나?트럼프는 위와 같은 이유로 글로벌 증시에서 ‘최대 악재’로 꼽혀왔다. 이를 반영하듯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 되자 국내증시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모두 폭락세로 마감했다. 9일 장중 코스피지수는 3%대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7%대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역시 장중 6%대의 낙폭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코스피‧코스닥지수의 낙폭은 각각 2.25%, 3.92%로 줄어든 채로 마감하는 등 벌써 시장이 빠르게 안정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게에서는 트럼프 당선이 증시에 악재로만은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단 아이러니하게도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했던 트럼프의 당선으로 오히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당장 12월에 기준금리를 올리려던 연준의 계획이 트럼프 당선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여의치 않게 됐다는 것.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당선으로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50% 아래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애당초 트럼프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원했던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트럼프는 글로벌 중앙은행이 완화정책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달러화 강세로 미국 수출과 성장률이 악화될 것임을 우려했다”며 “트럼프는 저금리 정책 등 완화정책을 통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는 등 경기회복에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트럼프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대대적인 감세를 통한 경제활성화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현행 39.6%에 달하는 개인 최고 소득세율을 33%로 낮추고, 7단계인 소득세 누진체계를 3단계로 간소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법인세율은 35%에서 15%로 인하하며, 해외 수익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 적용되는 35%의 세율을 10%로 낮추는 한편,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또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비해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했다는 점도 경기부양 효과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친기업적인 정책 등이 아들 부시(2001~2008)와 매우 유사해 그 결과도 비슷할 것”이라며 “당시 IT버블 붕괴, 911테러의 충격 극복을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시행됐고 그 결과 성장률이 높아지고 국제유가와 물가는 상승폭이 확대됐고 주가는 장기간 오름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