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 대선의 결과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마무리 되자 국내 산업계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업계를 비롯해 정부도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직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여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국내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철강, 에너지를 중심으로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 대선의 결과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마무리 되자 국내 산업계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트럼프 트위터
8일(현지시각) 미국 대선 개표 결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딕스빌 노치, 하츠 로케이션, 밀스필드 등 3곳에서 모두 32표를 얻어, 25표를 얻은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7표 차로 승리하면서 국내 산업계에선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예고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재앙'이라고 부르며 전면 개정을 주장했다. 미국이 통상 압박을 강화할 경우 가뜩이나 수출 동력이 떨어진 우리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에 따라 국내 주요 수출 업종인 자동차·철강 등의 업종이 수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앞서 트럼프는 선거기간동안 '미국 국익 최우선주의'를 강조했고 미국 내 일자리 확대를 위해 한국 기업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제소 등 강도 높은 통상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업종은 자동차·자동차 부품분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80만대를 포함해 국내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한 완성차는 총 107만대 수준이다.
당장 국내 완성차업계의 맏형인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76만171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 중 수출 물량은 36만3075대로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달한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말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62만5818대 가운데 수출 비중이 63%(39만3948대)에 육박한다. 미국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대차가 약 18%, 기아차가 약 25%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의 현실화를 위해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관세를 부활할 경우 수출 악화는 불보듯 뻔한 상황인 것이다.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입 관세 조항은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4년내 무관세인 만큼, 올해부터는 국내 업체의 수출 물량에 관세가 붙지 않는다.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높지만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기준 미국 판매 중 현지 생산 비중은 각각 70%와 36%다. 미국 시장 평균인 79%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현대차가 미국 고급차 시장 공략을 위해 출시한 제네시스 G90·80은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수출되고 있어 관세가 부활되면 판매량은 물론 수익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입 관세 조항은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4년내 무관세인 만큼, 올해부터는 국내 업체의 수출 물량에 관세가 붙지 않는다./미디어펜
올 9월 연산 40만대 규모의 멕시코 공장의 가동에 들어간 기아차는 미국이 멕시코와 NAFTA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현지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트럼프는 NAFTA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으로 들여오는 멕시코 생산품에 관세 35%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은 바 있다.
NAFTA에 대한 재협상이 현실화되면 북미와 중남미 국가에 무관세 수출을 계획한 기아차의 전략에도 혼선이 빚어지게 된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 생산차량의 80%를 북미, 중남미 등 해외로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업계는 실제로 관세가 부활한다고 해도 의회 승인 등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실제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트럼프 집권 이후 정책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66억달러(약 7조5000억원)에 달한다. 현재까진 한·미 FTA에 따라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에는 관세가 붙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새로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에 대한 FTA 재협상 이전에도 다양한 비관세 장벽들을 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부문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대미 철강 제품 수출액은 31억달러(약 3조50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한국산 열연·냉연 강판 등에 최대 60%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 때문에 지난 10월까지 대미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금액 기준) 감소했다.
트럼프가 철도 등 도로 인프라 건설 때 자국산 철강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
또 트럼프가 친환경 규제 정책의 철폐를 공언한 만큼 한화큐셀의 태양광 발전용 부품,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의 수출 물량 감소도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인한 정책 변화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며 "멕시코 공장 문제, FTA 관세 문제 등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적절한 대응책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