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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자자·증권사, '트럼프 발작+옐런 오기'에 '발 동동'

2016-11-18 17:20 | 김지호 기자 | better502@mediapen.com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의 채권형펀드 투자자들이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 및 글로벌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이른바 ‘트럼프 탠트럼(발작)’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이중고’에 놓였기 때문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23%포인트 오른 연 1.736%로 마감했다.3년물 금리는 7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다.

5년물과 10년물도 각각연 1.868%와 연 2.132%로 마쳐 연중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뜻한다.


가뜩이나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전망에 급등하던 채권 금리는 옐런 의장이 간밤 미국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증언에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옐런은 “우리는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의 표적이 된 국가에서 끔찍한 경제적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봐왔다”며 자신에게 맹비난을 퍼부어 온 트럼프의 당선과 관련 없이 예정대로 금리를 올리겠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채권형펀드의 수익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최근 1주일간 국내 채권형펀드는 평균 –0.55% 하락했다. 펀드별로는 듀레이션(원금 회수 기간)이 긴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의 타격이 컸다.

‘KIS 10년 국고채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키움KOSEF10년국고채레버리지’의 수익률이 –5.58%로 가장 낮았다. 반면, ‘동양단기채권 ClassA’(0.05%) 등 초단기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영향이 적었다.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이 이처럼 부진하면서 투자자들은 서둘러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ETF를 제외한 채권형펀드에서 미국대선 직후인 9일부터 16일까지 9956억원이 빠져나갔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안정적 수익을 노리던 채권 관련 투자자들이 ‘멘붕’에 빠져있다”며 “채권 금리 방향을 예측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투자를 해야 한다면 최대한 금리 영향을 덜 받는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을 선택하는 방법 외에는 대처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채권 값이 급작스럽게 하락하면서 증권사들의 손실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보유액은 176조원에 달한다. 0.55%만 떨어져도 968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일부 헤지를 통해 손실 규모를 줄였을 수도 있지만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채권의 고수’로 유명한 남재용 NH투자증권 FICC운용본부장은 “지난주부터 채권투자가 올스톱됐다”며 “그간 고객 채권차금이 워낙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시장에 순응하고 주식선물과 스왑(Swap) 등을 적극 활용해 금리인상을 적극적으로 헤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사가 신속히 처리해야 하는 채권이 아닌 한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바로 모든 채권을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평가손실이 나는 것에 불과하다”며 “만기 보유시 원금을 회수하는 채권 특성상 손실이 확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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