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그룹과 국민연금에 대해 강도 높은 압박수사를 벌이고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이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뇌물혐의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청와대에서 독대한 것에 대해 강한 의혹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세 번이나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사장 등이 잇따라 소환돼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국민연금에도 들이닥쳐 관련서류를 압수해갔다.
삼성과 국민연금 모두 패닉상태에 있다. 삼성은 총수가 장기간 조사를 받은데 이어 강도높은 압수수색을 당한 것에 대해 침통해하고 있다. 삼성은 내년 사업계획과 사장단 인사, 노트7 판매중단 위기 수습과 자동차전장사업 공격적 투자등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총수와 사장단들이 뒤숭숭한 상태에 있으니, 그룹경영에 심각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국민연금도 업무가 마비상태다. 534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에는 외국의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들이 줄지어 찾는다. 이들도 국민연금 핵심관계자들이 줄줄이 소환되면서 헛걸음하고 있다.
검찰의 삼성압박은 과잉수사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이 부회장이 박대통령을 면담하기 14일 전에 이뤄졌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의결한 시기는 지난해 7월 11일. 이부회장이 박대통령을 만난 날은 7월25일이다. 독대와 국민연금 찬성 사이에 하등 검은커넥션이 없다.
검찰은 삼성이 국민연금의 찬성이란 대가를 바라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35억원을 지원한 것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정유라에 준 돈은 한국승마협회가 유망선수 육성차원에서 한국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에 성의표시를 요구해서 이뤄진 것이다. 삼성은 결과적으로 최순실에게 돈을 뜯긴 셈이다.
검찰이 아무리 의심의 눈으로 봐도 국민연금은 적법절차를 거쳤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12명중 8명이 찬성했다.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 나머지 3명은 반대, 한명은 기권했다.
투자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둘러싸고 격론을 벌였다. 삼성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당가치를 1대0.35로 산정했다. 국민연금은 1대0.46로 추정했다. 언뜻 삼성물산이 헐값 산정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길 만하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헐값 산정됐다며 반대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합병전 양사 주식을 1조1800억원(제일모직), 1조2000억원(삼성물산)씩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만약 삼성물산이 헐값 산정됐다면, 상대적으로 제일모직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입장에서 손해볼 일이 없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당시 제일모직이 40%이상 주식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하면 합병 삼성물산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적중했다. 삼성바이오는 최근 상장돼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의 시가총액은 11조원으로 증가했다. 합병사의 지분가치는 4조9000억원대. 당시 합병을 반대했던 엘리엇편을 지지한 국제의결자문사 ISS가 예상한 것보다 3배가량 높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으로 3000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삼성바이오 상장으로 지분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장부상 가격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23일 주가(13만6500원)는 합병전보다 16%가량 하락한 상태다. 10월25일에는 오히려 16만9000원으로 합병전보다 3%이상 높았다. 등락을 거듭하는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 찬성에 의혹이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은 엘리엇같은 헷지펀드처럼 단기투자가 아닌 장기투자를 한다는 점도 중시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엘리엇의 합병반대에 맞서 삼성의 백기사가 된 것은 투자위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도 이재용 부회장 등 경영진이 나서 국민연금측에 합병 시너지효과등을 강조하며 협조를 구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결정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 삼성도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수박작전을 벌일 정도로 총력전을 펼쳐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국민연금의 찬성과정에 청와대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게 삼성의 입장이다.
합병에 반대한 투기자본 엘리엇도 결사적으로 외국기관투자자와 국민연금등에 반대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이 박대통령에게 로비를 해서 국민연금의 협조를 구했다는 의혹수사는 부적절해보인다. 청와대에 로비로 해결했다면 삼성이 소액주주등을 상대로 필사적인 협조요청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삼성은 당시 유명한 '수박작전'을 벌였다. 임직원들이 수박을 들고 소액주주등을 일일이 방문해 도와달라고 했다. 그룹임직원들이 총출동해서 기관투자가와 소액투자자들을 상대로 백기사가 돼 달라고 호소했다. 신문 광고를 내고 한주라도 갖고 있는 소액주주들에게 찬성위임장을 보내달라고 간혹히 부탁했다.
언론과 전문가, 애널리스트, 경제단체, 시민단체는 대부분 국민연금이 해외투기자본에 양탄자를 깔아주는 것은 안된다고 했다. 국민기업의 국부유출을 방지하기위해서도 국민연금이 백기사가 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황금알 거위의 배를 가르려는 투기자본의 위협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경련 등 경제단체는 단기간의 수익을 노리는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국내기업의 경영권을 크게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국민연금은 합병여론이 압도적인 사회적 공감대속에서 투명한 의견수렴과 치열한 토론을 걸쳐 찬성을 결의했다.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합병찬성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은 근거없는 소설이라는 게 삼성과 국민연금의 단호한 입장이다.
검찰이 삼성과 국민연금을 옥죄는 것은 박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한 검찰은 삼성과 국민연금 수사를 통해 제3자 뇌물죄의 증거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박대통령을 단죄하기위해 애꿎게 삼성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답답하다.
삼성은 지금 이 시간 미국의 자존심 애플과 사활을 걸고 스마트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트7 생산및 판매중단으로 6조원의 손실을 입고 이를 만회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고객의 이탈을 막기위해 내년초 선보일 S8에 인공지능(AI) 기능을 장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엔 세계 최고급 자동차전장메이커인 하만을 9억달러에 전격 인수했다. 저성장속 최순실사태로 잔뜩 우울했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줬다.
최근 이사로 등재한 이재용부회장도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책임경영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엘리엇의 2차 공격에 대비하는 것도 벅찬 과제다. 엘리엇은 벌써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합병을 요구하면서 천문학적인 배당금 공세를 벌이고 있다. 단기 먹튀자본의 속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부회장과 삼성 경영진은 글로벌 기업최고경영자들과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 등 파트너십 제고, 시장개척을 위해 촌음까지 아끼고 있다.
검찰의 잇단 소환조사와 압수수색은 삼성 경영진의 글로벌 경영활동에 심각한 장애를 준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들및 중국 인도 외국정상들과 긴밀하게 만나야 할 이부회장과 삼성경영자들이 강도 높은 수사로 수난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한국대표기업의 경영차질과 공백을 심각하게 헤아려야 한다. 신뢰가 떨어진 조직을 보호하는 차원인지, 청와대를 무릎꿇리기위해 삼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아닌지 답답하다. 삼성경영진이 열심히 뛰어서 불황에 찌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도록 해야 한다. 공격적 투자와 일자리창출에 나서도록 격려해야 한다. 아니 격려는커녕 발목만 잡지 않으면 된다.
재계는 검찰의 의욕과잉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검찰에 이어 특검, 국회특조 등 산넘어 산이다. 이러니 재계가 본사를 해외로 이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검찰권력이 국가경제 리더들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최순실게이트로 재계가 더 이상의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