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논란의 본질은 대한민국을 긍정하는가 부정하는가 여부다. 정부가 공교육이라는 틀로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려면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을 부정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1948년 건국된 대한민국의 성취와 발전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삼고 일부 미진한 점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면 족하다.
역사인식은 국가, 현재와 더불어 세계관에 대한 인식이다. 철학 없는 국가는 바다에서 표류하는 배와 같다. 역사란 무엇이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배움을 통해 형성된 행동은 습관과 성격, 운명을 가름한다.
자라나는 미래세대에서 각계 지도자와 관료, 정치가가 배출된다. 이들 초중고생에게 역사를 의무교육으로 가르치겠다면 국정화는 필수다. 국가 정체성에 반하는 내용으로 세뇌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체성에 맞는 내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아직 건국을 두고 논란을 빚어지는 등 이 나라에서 역사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의 과업은 오로지 생명, 자유, 사유재산을 폭력적인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다. 재산과 자유, 평화의 수호가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라면 정부가 대한민국 역사를 국민에게 가르칠 때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과거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소수의 학교에 대해 언론, 시민단체의 십자포화 등 엄청난 공격이 일어났었다. 공정한 경쟁의 룰에선 생길 수 없는 협박이었다./사진=미디어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국시로 삼았으며 개인 재산과 자유, 평화의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대한민국은 (내륙 국경이 없는) 섬이다. 1953년 정전 이후 63년 간 총포를 맞대어 휴전 중인 주적이 우리 머리 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수백 회 도발과 수십 회의 테러를 저지른 것은 물론, 지난 2000년대부터 핵개발에 열중했다. 특히 김정은은 비대칭전력인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5차 핵실험까지 강행했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는 엄포는 기본이다.
역사를 지금과 같은 공교육 체제에서 가르쳐야 한다면 국정 여부는 중요치 않다. 교과서 편찬 기준과 대입 수학능력시험 문제출제 기준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반국가적·친북 기술을 배제하면 된다. 헌법 상 정해진 국민의 기본권, 대한민국 주권과 시장경제의 자유, 개인 재산권 보호와 관련해 (이에 어긋나지 않는) 명확한 서술이면 충분하다.
다만 국정화 아닌 검정 체제로 갈 경우, 위와 같은 집필 기준을 충족하는 교과서라면 자유로이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학교가 어떤 교과서를 채택하더라도 외부에서 망신과 압박을 주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 과거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소수의 학교에 대해 언론, 시민단체의 십자포화 등 엄청난 공격이 일어났었다. 공정한 경쟁의 룰에선 생길 수 없는 협박이었다. 그러한 시장 교란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28일 오후 1시2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교과서 집필진 및 적용방법 등을 밝힌다./사진=연합뉴스
[김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