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최근 손실 위험을 낮춘 리자드(Lizard·도마뱀) 주가연계증권(ELS)이 부유층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증권사의 판매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한금융투자가 금융지주 계열사 특유의 ‘안정성’을 내세워 리자드 ELS시장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출시 이후 이달 28일까지 리자드 ELS를 7500억원 규모 판매했다. 이는 NH투자증권(5300억원), 미래에셋증권(1450억원), 하나금융투자(164억원) 등 다른 주요 증권사 판매액을 뛰어넘는 수치다.
리자드 ELS는 기존 ELS 수익조건에 가입 1년 후 지수가 가입시점 대비 60%가량 (리자드베리어)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2.5~3%의 수익으로 조기상환해준다는 조건이 추가로 붙는다. 기존 ELS에 비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는 없지만 기초자산 하락 시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듯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 초 홍콩H지수 기반 ELS가 대거 원금손실(Knock-In·녹인) 구간에 진입하면서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지자 수익률이 낮더라도 최대한 원금을 지키고자하는 수요가 커진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0조2978억원 규모가 발행되면서 전성기를 누렸던 ELS는 올 2월 2조8333억원까지 발행규모가 쪼그라들었다. 그간 맹목적으로 ELS에 돈을 넣던 투자자들도 경계심이 커지면서 리자드 ELS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수요를 눈치 챈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4월 재빠르게 ‘미래에셋 제8777회 리자드 스텝다운형 ELS’를 내놓으면서 리자드 ELS를 부활시켰다.
리자드 ELS는 애초 미래에셋증권이 내놓기 4년 전인 2012년 4월 삼성증권이 먼저 국내에 내놓았다. 리자드 ELS는 원래 외국계 증권사에서 나온 것을 삼성증권이 구조를 모방해 출시한 것이다. 외국에서는 일반화됐던 방식이어서 삼성증권은 배타적 사용권은 신청하지 않았다.
삼성증권에 이어 미래에셋증권도 뒤이어 리자드 ELS를 내놓았지만 두 회사 모두 큰 재미는 보지 못했다.
당시 ELS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손실 가능성보다는 수익률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손실이 크게 나지 않으니 굳이 안전장치를 갖추고 수익률이 떨어지는 ELS에 가입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올 초 ELS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다시 수요가 살아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두 회사는 신한금융투자 등에 밀려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한금융투자가 리자드 ELS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금융지주 계열사 특유의 고객 성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삼성증권 고액 자산가들은 리자드 ELS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고객 중 공격적 투자자가 많아 리자드 ELS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영식 신한금융투자 OTC부장은 “신한금융투자 고객들은 다른 증권와는 달리, 은행고객처럼 안정성을 중시하는 분들이 많아 리자드 ELS에 대한 수요가 크다”며 “월지급식 리자드 ELS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한 것도 자금이 모이는 다른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 부장은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의 금융복합점포인 ‘신한PWM’과 신한금융투자 지점에서만 3000억원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신한’ 고객들에 리자드 ELS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객 성향 때문인지 아예 원금보장형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찾는 고객은 있어도 리자드 ELS 수요는 그리 크지 않다”며 “판매액도 수십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고객 특성상 한 종류 ELS에는 몰리지 않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