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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엘리엇 잉여현금빼먹기 막아야

2016-12-01 11:37 | 이의춘 기자 | jungleelee@mediapen.com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경영권 승계도 한층 속도가 붙었다.

삼성 지주사전환과 경영권 승계는 이재용부회장 리더십 구축과 책임경영을 확고히 하는 측면에서 빠를수록 바람직하다. 그룹의 지배구조 불투명성 해소와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할 산이다.

그룹 리더 이건희 회장은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치료중이지만, 의식회복 가능성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부회장은 한달 후인 2017년이면 지천명(50세)을 맞는다. 회장승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임직원들도 이부회장이 부친에 대한 예의는 충분히 갖췄다고 보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감안하면 회장 취임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야당주도 경제민주화광풍에서 비롯된 대주주 경영권 규제와 지주사 전환요구등에 신속하게 대응하기위해서도 서둘러야 한다.

최순실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대통령의 조기퇴진과 야당의 정국장악도 리스크를 한층 높이고 있다. 박근혜정권은 식물정권으로 전락했다. 집권여당 새누리당은 자중지란으로 존재감이 없어졌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정국을 장악한채 반기업적 반시장적 규제법을 양산하고 있다.

국회는 6일 재계총수 7명을 불러 망신주기 청문회를 할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회장 최태원 SK회장 구본무 LG회장 신동빈 롯데회장 허창수 GS회장 김승연 한화회장 손경식 CJ회장등이 국회에 불려가 고초를 겪어야 한다. 삼성 등 재계에는 최순실게이트로 인해 경영외적 리스크 요인들이 많아졌다.

지주회사 전환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후 최종적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삼성전자를 인적 분할할 경우 삼성전자 지주사와 사업회사간 주식교환, 자사주 의결권 부활, 삼성전자 지주사와 삼성물산 통합의 순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부회장 등 오너일가는 삼성물산의 지분 30.9%를 보유중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사를 합칠 경우 이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대폭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이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현재 지분은 4.0%에 불과하다. 합병을 통해 지분율을 높여야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를 차단할 수 있는 절박한 요인이 있는 셈이다.

문제는 월가 투기펀드 엘리엇의 요구사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엘리엇은 월가의 행동주의펀드를 대표한다. 주주가치 극대화를 강조하는 헷지펀드로 유명하다.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수익을 중시하는 점이 특징이다. 중장기 투자에 소극적이다. 주가상승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배당을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한다. 자사주를 매입해서 소각할 것도 촉구한다. 부동산 등 자산을 처분하라고 한다. 심지어 기업의 중장기경쟁력을 위한 심장부인 연구개발부서도 매각하라고 협박한다.

연구개발부서는 단기 성과가 나지 않기에 투기펀드들에겐 애물단지다. 듀폰은 헷지펀드 트리안펀드 공격을 받아 200년간 회사성장의 동력이 됐던  델라웨어중앙연구소를 폐쇄했다. 

엘리엇이 그동안 삼성에 대해 요구한 것들을 보면 투기펀드의 전형을 보여준다. 지주사와 사업회사 분할, 특별현금배당 30조원, 잉여현금흐름 75% 주주환원, 삼성전자 사업회사 미국 나스닥 상장, 최소 3명의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등이다.

이중 30조원의 현금배당과 잉여현금 75% 주주환원, 엘리엇 등 기관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 선임등은 자못 심각한 사안이다. 이는 헷지펀드가 기업의 단물을 빼먹으려는 것에 치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0조원의 현금 배당 요구는 삼성의 투자와 연구개발 능력을 현저히 저하시킬 수 있다. 수용해선 절대 안된다. 삼성도 급격한 시장변화에 대응하기위한 주력사업투자와 신수종 육성을 위해 최대 70조원의 현금 순현금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신 배당금규모를 지난해 3조1000억원에 비해 30% 늘어난 4조원을 책정했다. 삼성은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삼성이 삼성전자 인적 분할 등 지주사전환방안을 밝혔다. 투기펀드인 엘리엇이 과도한 현금배당과 잉여현금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엘리엇의 요구는 중장기경쟁력을 훼손하는 것이다. /연합뉴스


엘리엇같은 투기펀드와 기업사냥꾼들은 기업안에 쌓여있는 잉여현금을 뽑아내는 데 주력한다. 신장섭 싱가포르대교수는 최근 <경제민주화 일그러진 시대의 화두>란 저서에서 행동주의펀드들은 주주가치극대화를 위해 잉여현금을 뽑아내는 것(disgorging free cash flows)을 중요한 수단으로 삼는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일그러진 시대의 화두 p51참조)

투기펀드들은 80년대이후 미국 기업들을 지배하고 있다. 행동주의펀드들이 연대해서 기업들을 공격하고 있다. 80년대에 미국 주요기업들의 절반가량이 인수합병 공격 대상이 됐다. 공격을 받지 않는 기업들도 이를 피하기위해 사전에 구조조정하고, 주주친화적인 카드를 내놓았다.

투기펀드가 미국기업들에게 끼친 가장 나쁜 영향은 경영자본주의 원칙인 '유보와 재투자'철학이 붕괴됐다는 점이다. 미국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한 펀드재벌들이 경영자들의 확장투자를 막고, 현금배당과 자사주매입및 소각, 자산매각, 주가상승등을 강요했다.

미국 펀드재벌들을 보면 블랙록이 대표적이다. 블랙록은 전세계 2610개 기업에서 5%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2위 뱅가드는 1872개기업, 3위 피델리티는 1173개기업에서 5%가 넘는 지분을 보유중이다. 블랙록 뱅가드 피델리티 등 상위 10대 기관투자자들이 개별적으로 5%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7464개에 달한다. 블랙록의 경우 월마트 JP모건 쉐브론의 대주주다. 미국 상장기업 40%이상에서 5% 지분을 갖고 있다.  미국기업들은 이들 펀드재벌들에게 압도당하고 있다. (신장섭, 2016년 저서 참조)

행동주의 펀드와 기업사냥꾼들의 최대 해악은 기업들이 미래먹거리를 위해 중장기 투자를 하는 것을 차단했다는 점이다. 단기간의 수익을 내는 투자를 강요했다. 경영자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다른 펀드들과 연대해서 대주주가 된 후 상장폐지,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차익을 노렸다.

투기펀드가 횡행하면서 주식시장은 돈을 빼가는 통로로 전락했다. 증시가 발달할수록 자금공급 기능보다는 기관투자자들이 이익을 환수하는 경향이 확산됐다. 주주가치 극대화가 빚은 해악이다.

미국 증시를 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동안  3조6600억달러(4200조원)가 제조업등 비금융기업에서 순유출됐다. 헷지펀드들이 자사주매입과 배당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잉여현금을 빼먹는데 치중했기 때문이다. 중장기 투자보다는 단기배당과 자사주매입을 강하게 독촉했다.

주주자본주의와 헷지펀드가 미국기업을 압도하면서 양극화가 확대됐다. 유보와 투자가 조화된 80년대까지의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된 경영자본주의시대에는 생산성과 임금상승이 동반상승했다.

펀드자본주의, 주주가치 극대화가 성행한 80년대 이후는 임금상승이 생산성향상에 뒤졌다. 기업이익의 대부분은 최고경영자들과 펀드매니저들에게 돌아갔다. 미국 펀드매니저들은 최고경영자들보다 10배나 많은 보수를 받는다. 근로자들은 일상적인 구조조정과 인력감축등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직업안정성도 떨어졌다. 월가의 탐욕이 결과적으로 미국사회를 1대 99%의 갈등사회로 전락시켰다.

삼성은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한 주력사업 투자와 신수종 육성을 위해 70조원가량 현금보유등이 필수적이다. 잉여현금 빼먹기에 혈안이 돼 있는 엘리엇 등 행동주의펀드의 먹잇감이 돼선 안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헷지펀드 해악을 막을 제도개선을 해줘야 한다. /연합뉴스



엘리엇은 월가의 투기펀드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삼성은 엘리엇의 요구를 그냥 수용해선 안된다. 삼성의 중장기경쟁력과 국가경제를 위해선 엘리엇의 현금빼먹기 전술에 절대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 적정수준의 투자와 신수종육성을 위해 잉여현금을 보유하고 현금배당도 적정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 연구개발 부문은 지금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육성해야 한다. 연구개발부문은 삼성의 미래이자 한국경제의 희망이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정치권의 걸림돌도 많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기업저승사자들이 삼성을 겨냥한 규제법안을 내놓고 있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삼성의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전환의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다.

야당은 자사주 의결권을 부인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고치려 한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는 지주사 설립을 막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의 지주사 전환은 힘들어진다.

야당과 좌파학계는 삼성의 경쟁력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막으려 혈안이 돼 있다. 삼성의 성장과 안정된 지배구조 개편은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는 물론 임직원, 기관투자자및 소액주주, 협력업체,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이를 인위적으로 차단하려는 기업경쟁력을 죽이는 것이다.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도대체 공산주의 나라도 이런 강압적인 기업규제를 하지 않는다.
기업이 혁신을 통해 성장하고, 경영권을 안정시키는 것도 막으려는 세력들이다.

한국은 가장 적대적인 기업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에 가장 비우호적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상속세율은 무려 65%나 된다. 전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높다. 상속을 사실상 원천차단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너경영, 가족경영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중국도 상속을 마음껏 허용하는데, 한국은 공산국가만도 못하다. 사유재산 보호에 인색하다.

야당의 경제민주화광풍은 오로지 오너경영규제, 경영권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이 커가는 것을 막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경제력집중억제제도를 운용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순환출자를 막는 나라도 한국뿐이다. 경영권승계를 규제하면서 반대급부로 차등의결권주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장치를 주지 않는다. 갈라파고스적 규제가 대기업들의 목을 죄고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 전환은 연착륙해야 한다. 삼성의 경쟁력강화와 이재용 리더십 구축, 신수종 육성, 대외신인도 제고등을 위해 필요하다.

야당과 좌파학자들은 더 이상 삼성의 경제력집중 억제와 오너경영규제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삼성이 더욱 경쟁력을 강화해 미국 자존심 애플과 싸워 승리하도록 도와야 한다.

엘리엇같은 헷지펀드가 삼성의 단물만 빼먹고 가지 못하도록 펀드재벌들의 부정적 행태를 차단할 제도보완을 해줘야 한다. 유교적 사농공상식 명분론을 벗어던져야 한다. 실사구시 사고를 해야 한다. 한국에만 갇히지 말아야 한다. 눈을 들어 경쟁국가의 시장친화적 기업친화적 정책들을 봐야 한다.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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