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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유탄 맞은 재계, 인사시즌 태풍의 눈은?

2016-12-02 10:57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정국을 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가 재계까지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연말 대기업 정기 임원인사 시즌이 돌아왔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실적 부침이 심했던 만큼 사업재편과 더불어 신상필벌 차원의 쇄신 인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4대 그룹 가운데 통상 12월 첫주 사장단 인사를 해오던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등의 여파로 최소한 12월 중순 이후로 인사가 연기된 상태다. SK그룹은 12월 중순, 현대차그룹은 12월 말 각각 정기인사를 할 예정이며, 지난 1일 LG그룹만이 처음으로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자료=연합뉴스


2일 재계와 주요 그룹에 따르면 연말 대기업 임원인사의 신호탄을 쏜 LG그룹은 지주회사인 ㈜LG를 비롯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가 각각 이사회를 열어 내년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구본무 회장은 종전과 같이 ㈜LG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서 그룹의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최고경영진 인사 등 큰 틀의 의사결정과 주요 경영사안을 챙기게 된다.

LG는 이처럼 구 회장의 그룹 경영 총괄 체제를 변동 없이 유지하면서도, 구본준 ㈜LG 부회장의 역할을 대폭 확대했다. 

구 회장의 동생인 구 부회장은 기존 신성장사업추진단장 역할에서 더 나아가 주력사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제고하게 된다. 신사업 발굴·확대를 지원하는 등 사업 전반을 살피는 역할과 함께 전략보고회 등 경영회의체를 주관하며 이끌어 갈 예정이다.

이는 구본준 부회장의 외연이 넓어지면서 주력 계열사 핵심사업에 대한 장악력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LG는 "구 부회장의 역할 확대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장기화, 대외 거시경제 불확실성 증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자회사들이 사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가속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자동차부품과 에너지솔루션 등 신성장사업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사업전개와 효율적인 성과창출을 위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주력 계열사 CEO를 역임했던 구 부회장의 경험과 추진력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구본무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LG 측의 설명했다.

구본무 회장과 하현회 사장의 지주회사 ㈜LG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 변화는 없으며, 구본준 부회장은 LG전자 이사회 의장과 LG화학 등기이사를 계속 맡게 된다.

구본무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 상무는 LG화학으로 이동해 경영 보폭을 다변화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 인사에는 승진과 자리 이동 없이 현 직위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매년 12월 초에 이뤄지던 삼성그룹 사장단·임원 인사는 최소한 이달 중순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최순실 특검'이 출범하면서 본격 수사에 돌입하게 되면 삼성이 특검수사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큰 관계로 12월 중순에 인사를 실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삼성 인사가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 안팎에서는 기회손실을 포함해 수조원의 손해를 가져온 단종 사태에 대한 신상필벌이 필요하다는 문책론과 미래 혁신을 위해서라면 현재의 무선사업부 개발라인에 한 번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예년처럼 12월 말 정기 인사를 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인원 수는 예년에 비해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와 내수시장 위축 속에 지난달부터 51개 계열사 소속 전체 임원 1000여명의 급여를 10% 삭감하는 등 실질적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다만 친환경차 사업이나  IT(정보기술)와 관련한 연구개발(R&D) 부문과 지난해 론칭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부문의 임원 승진 비중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그룹은 올해도 예년과 동일하게 12월 중순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시국이 어수선한 데다 내실을 다질 시기라는 점 등을 감안해 변화 대신 안정을 택하면서 소폭 인사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다.

SK그룹의 조직 개편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장 큰 관심사인 SK그룹 고유의 수펙스추구협의회 중심의 집단경영체제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 자료사진.


롯데그룹 역시 예정대로 올해 말에 그룹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며,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본사(정책본부)에서도 인사 변동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5일 신동빈 회장이 내놓은 그룹 쇄신안에 따라 롯데는 현재 매킨지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정책본부 기능 개선과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큰 그림조차 나오지 않아 시간 여건상 연말 인사를 먼저 내고 조직 개편은 내년 초에나 결론을 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임원인사 시기와 폭, 조직개편 여부 모두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상태다. 통상적으로 임원 인사는 연초에 진행되며 직전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은 지난 2월 단행한 바 있다.

다만 내년에는 권오준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3월)과 맞물려 있어 임원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다소 애매한 상황이다. 권 회장의 경우 연임을 위해서는 이달까지 의사를 밝혀야 한다.

한진그룹은 최근 각종 이슈에 휘말려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예년처럼 12월 말 정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들은 최근 일부 인사이동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정기 인사에서는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은 올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맡은 데 이어 4월에는 계열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지난 8월에는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정석기업 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조 회장의 둘째 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 7월 진에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한 달 뒤에는 진에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한진관광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처럼 3세 경영을 위한 준비 작업이 비교적 최근 이뤄진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큰 변화 없이 핵심 계열사에 안착해 경영 보폭을 조금씩 넓히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이르면 이달 초 정기 인사를 할 예정이다. 지난 3년간 총수 부재 상황에서 인사를 최소화했으나 이재현 회장이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후 지난 9월 그동안 정체된 인사를 실시했다.

지난 인사는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부회장으로, 박근태 CJ대한통운 공동 대표이사를 사장으로 각각 승진하는 등 대상자가 50명에 달했다. 때문에 이번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회장이 내년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 등을 위한 경영 체제 정비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연말에 앞서 이미 임원인사를 마치고 그룹의 내년 사업 준비에 한창인 기업들도 있다.

한화그룹은 10월초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 중 처음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서 그룹 전체 살림을 짜고 미래성장의 큰 그림을 그려온 금춘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0월 중순 세대교체 성격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위기 극복에 나선 상황이다.

당시 인사에서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2선으로 물러났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신에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현대미포조선 강환구 사장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 '투톱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했다.

두산그룹은 연말이 아니라 통상 5~6월에 정기 인사를 하기 때문에 최순실 사태에 따른 영향이 없고 연말 조직개편도 예상하지 않는다. 연말에 인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만든 사람이 적어도 다음 해 상반기까지는 그 보직에 남아 사업계획을 시행하는 게 맞는다는 판단에서다.

올해에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취임한 후 첫 정기 인사로 지난 5월 20일 신규 임원 승진 인사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박 회장은 구조조정을 겪은 두산의 재무구조 개선에 가장 초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들 가운데 올해 가장 먼저 임원진 인사를 단행한 LG전자가 국내외 경기의 부진과 어려움 속에서도 성과에 따른 보상과 젊은 피 수혈을 인사 코드로 제시함에 따라 앞으로 있을 다른 대기업 인사에서도 이런 흐름이 잇따를지 주목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연말 임원 인사에서는 문책성 인사의 폭이 다른해보다 커질 수 있다”면서 “주요 대기업의 화두로 생존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임원 숫자는 지속해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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