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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닫힌 경제]정국 불안 넘어 경제활성화 '올인해야'

2016-12-07 14:50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와 불확실성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은 우리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면서 곳곳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정국을 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부와 기업은 내년을 준비하는 작업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도 돌파하기가 쉽지 않은 난관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며, 정치에 갇힌 경제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펜은 정국 혼란기에 우리 경제계의 현실과 전망을 3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직격탄 날린 최순실 게이트, 경제는 아프다
②꽁꽁 얼어붙은 제조업…산업경쟁력 악화
2017년 한국경제 어디로 가나?

[미디어펜=김세헌·김태우 기자]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라는 초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재계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성장률에다 생산과 소비, 투자는 잔뜩 움츠러들었고 소득 정체와 실업, 경기전망 불안 등으로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마저 꽁꽁 얼어붙은 현실이다.

문제는 저성장은 장기화하고 악재는 더 밀려오는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내년이 더 힘겨워질 것이란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정부는 한창 내년 경제정책을 준비해야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등 국가적 위기사태에 빠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주요 대기업도 최순실 국정농단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계 역시 경기 둔화와 실질 소득 감소, 고용시장 한파 등에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외환위기의 추억…내년 살림살이도 깜깜

정치권으로부터 타격을 받고 있는 최근의 경제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19년 전 외환위기 직전의 상황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위기가 몰려와도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것과 같이 최근에도 경제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최순실 사태 등의 정치 상황에 밀려 관심을 갖고 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경기 상황은 경제위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어렵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정책당국에는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추진 등 정국 수습을 위한 정치권의 논의는 더욱 가열될 예정이어서 경제위기 대응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최근 국내경기 상황은 경제위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데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인한 정책당국의 소극적인 대응과 기업들의 활동 부진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대외 여건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저성장과 교역 부진에서 언제쯤 헤어나올 수 있을지 전망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호전되고 있어 미국 수출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신흥국 경제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유가 상승 기대가 나오지만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선다고 해서 우리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보편적 시각이다.

지난달 수출이 2.7% 늘어 '반짝' 회복됐지만 조업일수 증가의 영향이 있는 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천명 등으로 내년 전망은 더 어둡기만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로 대폭 낮춰잡았다.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을 2.2%로 예상했고, 한국은행도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2.8%로 잡았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채비다.

이런 가운데 물가는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경기 부진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현실이 되가는 모양새다.

정책당국·기업, 최순실 게이트 역풍에 몸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 당국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달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신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한 달이 넘게 '내정자' 신분만 유지하고 있다.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는 데다 대통령 거취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이라 부총리 인사청문회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총리를 대신해 중심을 잡아야 할 차관 역시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휩싸였다. 최상목 1차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밑에서 경제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최순실 사건과 관련된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들과 회의를 진행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 물의를 일으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달 말 발표되는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라리고 있다. 

애초 기재부는 부총리가 임 내정자로 교체될 것도 염두에 두고 경제정책방향을 준비하는 듯했지만 현재로서는 유 부총리 체제에서 내년 경제정책방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미 교체가 발표됐던 상황이어서 유 부총리 체제에 큰 힘이 실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일부 재벌 총수들이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전경련 해체관련 질문에 손을 들어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제를 끌어가는 가장 큰 주체인 기업들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기업들은 연말을 맞아 내년 경영계획과 차기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인사 준비 등에 집중해야 하지만 현실과 괴리는 커져만 간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지원한 대기업들이 검찰 수사와 청문회의 증인 신분으로 서면서, 주요 기업들의 전략기획·대외협력 등 핵심부문은 말그대로 태풍 한 가운데에 있다.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검찰에 소환된 데 이어 국정조사 증인으로까지 나서자 기업 내부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 탓에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롯데, 한화 등 상당수 대기업은 대부분 내년 사업계획 수립 일정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가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줄줄이 조사를 받은 상황인 만큼, 기업들이 몸을 사린다면 내년 경제를 좌우할 동력 마련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들도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다 보니 울상이다. 취업 시즌임에도 청년실업률은 10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여파로 몸살을 앓던 1999년 수준까지 치솟았고 전체 실업률도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잇따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미래를 설계해야 할 대다수 젊은이가 내년에도 취업준비에 목을 매야 할 실정이다. 

가계 실질소득이 지난해 3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뒷걸음질 치고 가계부채는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1300조에 육박하면서 국민은 필수적인 소비마저 줄이고 있다.

2017년 산업 전망 기상도. 수출과 수입은 모든 업종에서 달러화 가격 기준. / 산업연구원 제공



위기의 경제, 현실적 성장전략 마련 시급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쯤 해소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데 있어 앞으로의 전망이 더 어둡다는 데 있다. 

경제 상황은 점점 위중해지는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위기 대응에 필요한 시기마저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 경제가 사실상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경제 분야만이라도 서둘러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위기의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데 최근 국내 정치 상황에 우선순위가 밀려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조속히 경제사령탑을 세우고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차단하려면 경제 컨트롤 타워 기능을 확립해 민간의 심리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에는 2%대 성장도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경제부총리에 힘을 실어주고 공무원들도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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