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요즘 삼성페이를 쓴다. "휴대폰으로 결제가 된다고? 그럼 좀 편하겠네?" 정도의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삼성페이. 그런데 써보니 그냥 결제할 때 좀 편한 정도를 넘어 아예 생활이 바뀌고 있다. 더 이상 식당에서 "여보 내 지갑 좀”을 말하지 않게 되었고, 휴대폰 하나만 들고 나가도 이것저것 구매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으니 분실 위험도 사라졌고, 전철을 탈 때 가방을 어깨에서 내려 뒤지지 않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동안 쓴 카드 내역을 한 눈에 쉽게 볼 수 있게 되어 가계 운용에도 도움이 되었다.
삼성페이는 최근에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이것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를 극명하게 체험하고 있다. 최근에 휴대폰 액정이 부서져 하루 동안 수리를 맡겼는데 이 하루가 너무너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 아닌가. 다시 지갑을 찾아 카드를 꺼내는 과정이 귀찮고 번거로웠다. 삼성페이가 없던 수십 년 동안 잘만 살았는데 이게 없으면 불편해서 괴로워져 버린 내 모습이 너무나 이상했다. 마치 훌륭한 <대가방> 탕수육을 맛 본 이후 평소에 잘만 먹던 동네 중국집 탕수육이 너무 맛없게 느껴지고 더 이상 못 먹게 된 것과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삼성페이를 러시아·태국·말레이시아 3개국에 출시한다./사진=삼성전자
문명은 그렇다. 사람을 예전보다 훨씬 편리하게 만들어주지만 그 편리함은 금방 당연해 지고 고마움은 잊혀지고 자신이 누리는 기적이 그냥 평소 일상이 돼 버린다. 우리는 딱 30년 전 인류가 와서 보면 기절할 정도로 놀라운 21세기 공상과학 문명에 살고 있다. 온 세상 정보가 다 들어 있는 말도 안 되는 전화기, 자동으로 차 번호판을 읽는 주차 장, 다가서기만 하면 물이 흐르는 변기, 손톱만한 조각에 들어 있는 방대한 정보, 당일치기로 부산 왕복이 가능한 일상, 아무리 낯선 곳에 가도 더 이상 길을 물어보지 않는 사람들… 이제는 조만간 차가 막 저절로 가고 눈알로 보안이 되는 더욱 더 놀라운 마법의 세상이 될 것이다. 이런 마법 같은 일들이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되는 것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나마 어른들은 “세상 참 좋아졌어~” 라는 말이라도 하지, 아이들은 그런 것 마저 없다. 그냥 태어나 보니 마치 하늘에 구름이 떠 있듯 이런 것들이 딱 갖춰져 있는 것이다. 10시간 만에 미국으로 날아가는 기적 앞에서 30분 연착 되는 비행기가 짜증이 나고, 수백억 권의 책이 들어 있는 전자책 앞에서 로딩이 좀 느린 게 속 터지는 어찌 보면 참 희한한 삶을 산다. 99% 이뤄진 고마움 보다는 1% 부족한 작은 불편을 더 논하고 아파하는 게 사람의 본능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문명을 만들고 인류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주역인 기업들의 공이 자꾸 별 것 아닌 당연한 것처럼 인식 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누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고, 그 와중에 발생한 부작용은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비판의 대상이 되는 현실. 기업과 기업가 정신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알고 보면 인간의 본능과도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위대한 혁신도 “에이 돈 벌려고 한 거지 뭐”, 인류에 공헌도 “다 상술이지 뭐”… 이런 인식이 필자는 항상 안타깝고 답답하면서도 이해가 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좀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자는 면에서 필자라도 기업의 이야기를 자꾸 하게 된다. 70년대에 태어난 나도 사실 태어나보니 이미 갖춰진 것들이 많다. 나에겐 너무나 당연히 있던 전화기도, 자동차도, 풍족한 먹거리도 분명히 바로 윗세대 얼마 전까지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내가 삼성페이에 감탄을 하듯, 어른들은 아날로그 전화기에 감탄을 하셨을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고 있으며 그 중심엔 밤새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업과 기업가 정신이 있다. 우리 그것들을 한번 봐 주자. 아무리 인간이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동물이라 지만 그래도 이런 문명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고 고마워 해보자.
그동안 삼성페이 적용이 안됐던 신세계백화점·스타벅스 등에서도 삼성페이 결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사진=삼성전자
침대가 없이 딱딱한 바닥에 허리가 끊어지게 자던 잠자리를 바꾼 <에이스 침대>, 미군부대 초콜릿이나 구걸해 먹던 시절에서 맛있는 과자와 간식이 풍족한 세상을 만든 <롯데제과>, 지옥과도 같던 이삿날을 포장이사라는 개념을 도입해 획기적으로 편하게 만든 <통인 익스프레스>, 잉크를 쏟고 연필에 침을 묻히던 시절에서 누구나 저렴하게 필기를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 <모나미>, 먹을 게 없어 쫄쫄 굶으며 보릿고개를 보내던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맛난 인스턴트 라면을 제공해 준 <닛신식품>… 성공한 기업엔 혁신이 있었고 결국 인류를 위한 노력이 있었다. 기업이 바꾼 세상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우리 그래도 한번 봐 주자.
큰 공헌이 인정받고 더 큰 보상이 되는 사회가 또 새로운 공헌을 만든다. 수많은 예비 기업인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현재 현업에서 노력하는 기업인들이 힘내서 달릴 수 있는 원천이 된다. 노력이 보상 받는 사회가 꼭 돼야 한 다는 말을 많이 하는 시대, 인류에 큰 기여를 한 기업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그 공헌을 존중하는 정직하고 상식적인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오늘도 난 휴대폰 하나 달랑 들고 편의점에 간다. 매일매일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 /윤서인 만화가
(이 글은 자유경제원 세상일침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윤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