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에 이병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내정됐지만 여느 때와는 달리, 증권가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크게 나오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공기업 인사가 마비된 상태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이 상임위원을 사장으로 내정한데다, 전임 유재훈 사장에 비해 인간적으로 매력이 있다는 점에서 예탁결제원 임직원의 거부감이 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6∼7일 이틀간 공모 지원자를 상대로 면접을 진행하고서 이 상임위원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예탁결제원은 오는 22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장 선임 안건을 의결하고 금융위원장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 내정자(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예탁결제원은 기타 공공기관이지만 그간 사장 자리를 놓고 낙하산 인사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이 논란은 전임 유재훈 전 사장에서 정점에 달했다. 유 전 사장은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증권발행과와 금융위원회 증권감독과 과장 등을 거친 증권제도 분야의 전문가임에도 낙하산 논란과 예탁결제원 직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임기 말에는 공공연하게 직원들이 유 전 사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는 등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인 이유도 있지만 유 전 사장의 특유의 ‘선민 의식’에 직원들이 불쾌감을 크게 느꼈다는 설명이다.
한 예탁결제원 직원은 “유재훈 전 사장들은 직원들에 대해 ‘너희들과 나는 동등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식의 엘리트 의식을 가진 것처럼 행동했다”며 “판사인 장인 자랑을 늘어놓는 등 직원들로서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임기 중 33차례에 달하는 잦은 해외출장도 자신의 가족을 만나러간다거나 하는 식으로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직원들에 신뢰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역시 서울대 무역학과-행정고시 출신으로 재무부 증권국 자본시장과장, 금융위원회 대변인,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유 전 사장과 경력이 흡사한 이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임기가 하루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던 유 전 사장에 비해 오히려 정권이 바뀌어도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전 사장에 비해 이 상임위원은 평소 겸손하고 배려심깊은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공무원 중에 이 상임위원을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인품이 훌륭하고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다”며 “심지어 얼굴도 잘생겼고 빠지는 게 없는 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과거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가장 아끼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업무적 능력도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이 상임위원에 대한 호감에는 최순실 사태로 국정이 마비되면서 공공기관 인사가 줄줄이 미뤄져 예탁결제원 사장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수 없다는 이해관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등에 따르면 현재 임기가 끝났거나 만료를 앞두고 후임 기관장 인선이 완료되지 않은 공공기관은 IBK기업은행 등 20여곳에 달한다.
유 전 사장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난달 2일 퇴임해 예탁결제원 사장 자리도 공석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예탁결제원 노동조합 역시 이런 상황을 고려한 듯 의례적으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단체행동을 경고하고 있지만 그 수위는 과거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출신 정찬우 이사장을 대했던 한국거래소 노조 등에 비하면 많이 낮은 단계다.
한 예탁결제원 임원은 “노조가 금융위에서 내려오는 사장을 대놓고 환영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유 전 사장에 비해 이 상임위원의 들리는 평판이 좋아 직원들 반감이 확실히 덜하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