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화학업계 맏형격인 LG화학이 기업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업활력법)'을 신청함에 따라 공급과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종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기업활력법은 정상 기업의 자율적 사업재편을 돕는 법으로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해주고 세제·자금·연구개발(R&D)·고용안정 등을 한 번에 지원하는 게 골자여서 '원샷법'으로 불린다.
원샷법 특례는 과잉공급 분야의 기업이 생산성 향상과 재무 구조 개선을 목표로 사업재편을 추진할 때만 얻을 수 있다. 해당 업종의 공급과잉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원샷법 지원을 받기 위해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원샷법 지원을 신청했다. 오는 20일 열리는 제5차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에서 심사를 받게 된다.
LG화학이 이번에 승인을 받게 되면 사업구조 고도화와 관련한 설비 감축과 고부가설비 전환 등에서 세제혜택과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LG화학은 지난 8월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발표되면서부터 본격적인 사업구조 고도화에 나선 상태다.
LG화학은 고부가 제품 기초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NCC(납사분해시설) 증설에 나서는 한편, 공급과잉인 PS(폴리스타이렌) 제품라인을 고부가 ABS 생산설비로 전환하기로 했다.
우선 오는 2019년까지 충남 대산공장에 2870억원을 투자, NCC 에틸렌 생산규모를 23만톤 증설한다는 목표다.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량은 104만톤에서 127만톤으로 늘어나 세계 NCC 단일공장 중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매출증대 효과는 4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여수공장 116만톤과 대산공장 127만톤을 더하면 연간 에틸렌 총 생산량은 243만톤으로 확대돼 국내 1위 생산력을 더 견고히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NCC 증설은 설비효율이 높은 공정을 도입해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신규공장 건설 대비 투자비를 절반 이하로 낮췄다.
LG화학은 메탈로센계 PO(폴리올레핀), 고기능 ABS와 EP, 친환경 합성고무 등 고부가 제품 매출을 현재 3조원에서 2020년 7조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NCC에서 생산되는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이 이들 고부가 제품의 기초원료로 사용된다.
이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서 NCC 설비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대규모 생산능력 보유가 필요하다고 분석한 것에 맞춘 전략이다.
LG화학은 이와 함께 사업구조 고도화의 하나로 내년 상반기까지 여수공장 PS 생산라인 2개 중 1개를 고부가 제품인 ABS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 계획이다.
PS 5만톤 1기 라인은 해외 기술 라이센싱 역할(기술료 수입)을 수행하고 내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남겨두게 된다.
PS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급과잉 품목 중 하나로 생산 감축과 고부가 품목 전환이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생산라인 전환이 완료되면 LG화학의 PS 국내 생산량은 연간 10만톤에서 5만톤으로 축소되며, ABS 국내 생산량은 연간 85만톤에서 88만톤으로 증가한다.
고기능 ABS는 내열성과 내충격성, 가공성이 뛰어나 자동차, 가전, IT 소재에 주로 적용되며 LG화학이 세계시장 점유율 20%로 1위를 달리고 있다.
LG화학은 공급과잉 제품에 대한 사업을 재편함과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고부가 ABS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안정적으로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석유화학부문에서 일부 품목의 공급과잉으로 구조조정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민간업계 내부에서 자발적인 사업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원가 경쟁력 강화와 사업구조 고도화가 매우 중요하게 됐다"면서 "범용제품 비중이 낮아지고 고부가 제품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사업재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정부에 사업재편을 신청한 기업은 LG화학 외에도 모두 5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수·합병과 관련한 부분은 기업 기밀에 해당하므로 업체 이름은 밝히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한편 국내 산업 가운데 30% 가량이 과잉공급으로 분류된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외에도 조선, 철강, 해운, 건설업, 액정표시장치(LCD), 자동차엔진, 건설기계 등이 과잉공급 업종에 포함되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