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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기업했나"…정치 덫 걸린 경제 '비명'

2016-12-18 09:0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이동응 경총 전무

최근 우리 경제가 심각하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97년 외환위기 때보다도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내수 부진 등 대내외 악재와 제조업 위기,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에 정치적 혼란까지 중첩되면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은 0.6%로 4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머물러 있고, 수출도 지난해에 이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수출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6․25 전쟁 이후 경제기반이 붕괴되었던 1957~58년 이후 58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또한 2011년 80.5%에 달했던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3%(2016.10월)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후(2008.11월 69.7%)와 비슷한 수준으로 저조한 제조업 가동률이 설비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성장 활력을 더욱 둔화시킬 것으로 걱정된다. 다만 건설경기가 그나마 버티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인구 감소, 금리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대출규제가 건설경기를 위축시킬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이와 더불어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소비 또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는 지난 9월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올해 10월 음식점․주점업 종사자가 전년 10월에 비해 3만여명 감소했고, 외식업, 축산업, 화훼업 등에서 지난 10월 매출이 급감했다는 조사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물론 김영란 법의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법의 확대 해석으로 소비심리마저 위축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명확한 기준의 마련, 소비 활성화를 위한 보완책 마련 등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순실 정국에서 일어나는 최근의 사태를 보면 국정 혼란에 편승해 법치주의에 도전하거나 이권 챙기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 개혁 정책이 일부 인사의 국정 농단에서 비롯된 것처럼 왜곡하며 정부 노동 정책의 전면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지금 경제는 대내외 악재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치의 덫에 걸려 경제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미래가 없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일자리 문제 또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사실상의 청년실업자가 백만명을 넘어서고 체감 청년실업률이 20%에 달하고 있다. 최근 우리 청년들이 촛불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정치적 문제 외에도 일자리의 어려움에 따른 사회적 반발에 기인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주지 못함에 따라 이들이 더욱 절망하고 분개한 측면도 분명 있다고 본다. 

문제는 경제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업인의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불안한 경제 여건, 사회전반에 반기업 정서가 만연한 지금의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의 측면에서라도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정치권과 정부가 이를 위한 여건은 조성하지 않고 기업에게만 책임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을 살릴 수 있는, 북돋울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국정 혼란의 시시비비(是是非非)는 사법적 판단에 맡기고 국민 모두가 합심해 위기 극복과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일각에서는 국정 혼란에 편승해 법치주의에 도전하거나 이권 챙기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 개혁 정책이 일부 인사의 국정 농단에서 비롯된 것처럼 왜곡하며 정부 노동 정책의 전면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과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을 '부역자'로 낙인찍고 있다. 더 나아가 민주노총은 불법 집회를 주도해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을 주장하고, 통진당의 후예들은 북한식 사회주의 추종 및 내란 논의 회합 혐의로 헌법재판소에서 해산 결정된 통합진보당의 해산도 무효라고 주장하고 이석기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개헌 논의에도 함정이 있다. 정치권력의 분점과 제도 개선을 위한 개헌은 필요하다. 하지만 개헌을 빌미로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책동은 경계되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공고히 한다는 구실로 이익균점, 경영권의 통제, 노동권의 확대 등의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개헌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좋다.   
 
정치적 혼란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국가 위기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요구 관철과 정치적 계산만을 내세우는 행동은 국가와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노동계는 국가적 위기를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도구로 활용하지 말고  경제 위기 극복과 국정 혼란 수습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정치권도 경제를 살리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 안정, 행정의 예측 가능성, 법과 질서의 유지가 경제 회복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동응 경총 전무

[이동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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