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게이트' 관계자를 대거 출국 금지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검찰수사 때 출금 대상에서 제외된 일부 대기업 총수의 출국도 금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 검찰 수사 때 출국금지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던 핵심 수사 대상자들의 출국을 전격 차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선 검찰수사 단계에서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 등이 출국금지 됐다. 이번 출금 대상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국금지는 특검의 요청에 따라 법무부가 결정하게 돼 있다. 특검이 주요 수사 대상자에 대한 출국금지를 단행함에 따라 기업에 대한 강제수사도 조만간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은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수사 서류 검토를 거의 마무리했으며 이번 주 초반께 등 조만간 압수수색, 참고인·피의자 소환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특검 수사가 연말연시를 맞아 해외 현장경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대기업 총수들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국내 경제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부닥치면서 내년 사업계획 추진의 일환으로 해외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특검 수사의 후폭풍으로 벌써부터 크게 압박을 받고 있어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말연시를 앞두고 대기업 총수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저성장 시대의 파고를 넘어설 신성장동력을 찾아야만 한다는 절박함 속에 대부분 사업 구상에 몰두해야 하지만 말그대로 딜레마에 빠졌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최근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출금 조처로 당장 내년 1월과 2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와 모바일전시회인 ‘MWC’ 참석이 불투명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가 몰고 온 수익 악화, 경쟁력 저하 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돌파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전략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작인 갤럭시S8의 출시와 관련해서도 글로벌 경영전략을 짜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주부터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면 당분간 해외사업을 비롯한 이 부회장의 전반적인 경영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 상반기부터 계속된 검찰 수사와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국회 청문회, 특검 수사 등으로 정상적 기업경영이 어려웠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특검팀에 의해 신 회장이 출금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내외 악재가 내년에도 지속 될 것이란 우려가 그룹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기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해외사업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일부 총수들에 대한 이번 출금 조처가 특검 사정 한파로 얼어붙고 있는 대기업들을 더욱 위축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법행위에 대한 수사와 단죄는 이뤄져야 하지만 경기침체로 기업 체감경기가 바닥권인 상황에서 특검의 출금 조처를 비롯한 사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어 각종 해외 투자사업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