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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촛불혁명' 탄핵감…박원순·박지원·손학규 "뭣이라"

2016-12-19 14:30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입이 문제다. 허나 꼭 입이 문제인 것만은 아니다. 말이란 때론 헛나올 수도 있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기가 힘드니 입이 고스란히 덮어쓴 것이다. 문제는 머리고 가슴이다. 머리의 생각이 가슴을 울리고 입을 통해서 뱉어지니 머리가 가장 큰 문제다. 가끔 우린 입만 쳐다보는 오류를 범한다. 중요한 건 그의 머릿속인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생각이 궁금하다. 아니 그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그가 그리고 있는 그림의 구도가 정말 궁금하다. 촛불의 의미를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에. 혹 지금 문재인 전 대표는 타오르는 촛불이 자신을 위한 응원이요, 자신을 축하하는 불꽃놀이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지지세력쯤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최순실 사태 이후 쏟아지는 문재인 전 대표의 말이 아슬아슬하더니 결국 위험수위를 넘었다. "가짜 보수를 햇불로 모두 태워버리자" "국가 대청소가 필요하다"는 등 선동 발언으로 우려를 낳았다. 지난 16일에는 드디어 금도를 넘어섰다.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밖에 없다"고 했다. 17일에는 "혁명이 완성될 때까지 촛불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우려스럽다. 그의 생각이 무섭다. 그의 머릿속은 촛불이 무엇을 상상했던 그 이상일 거라는 끔찍한 생각이 든다. 혁명이라니. 이게 과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대선주자의 입에서 나온 말일까 싶을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혁명을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제 정신을 의심케 한다. 법으로 안되면 힘으로, 촛불 쿠데타를 일으키자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말이 아슬아슬하더니 결국 위험수위를 넘었다. "가짜 보수를 햇불로 모두 태워버리자" "국가 대청소가 필요하다"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밖에 없다" "혁명이 완성될 때까지 촛불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선동했다. 헌정파괴다. /사진=연합뉴스


가짜보수를 햇불로 모두 불태워 버리자고? 국민을 상대로 화형식이라도 벌이겠다는 것인가. 국가 대청소가 필요하다고? 국가가 무슨 자기 집 안방인줄 아나. 소름 끼친다. 법치는 쓰레기통에 처박고, 국민화형식을 벌이고, 자기 집 안방 쓸 듯 국가를 제 맘대로 하겠다는 심산 아닌가.

국민에 대한 예의는커녕 국민을 상대로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아찔하다. 지난 대선에서 그가 만약 대통령이라도 됐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달리하는 국민들은 햇불 지짐을 당하고 빗자루에 쓸려 쓰레기통에 처박히지나 않았을런지. 어쩌면 최순실 사태는 문재인 전 대표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게 한 예지몽이다. 참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혁명이 완성될 때까지 촛불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그에게 법치는 대체 뭘까. 헌재의 결정이 자기 생각과 반하면 승복은커녕 쿠데타를 일으키자고 선동하는 그에게 국가란 무엇일까.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저들은 십팔번이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결과가 뭐든, 모두 승복해야 한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금 헌법 불복종을 외치고 있다. 언론 탓도 했다. 지금의 최순실 정국은 언론이 야당에 판을 깔아 준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최대 수혜자이자 무임승차했다. 따지고 보면 이 판을 키운 건 정치인이다. 남 탓이라니 후안무치다. 그는 이런 취지의 말도 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벌써 그는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그야말로 탄핵 1순위감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혁명발언에 깜짝 놀란 건 야권 대권주자도 마찬가지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한길 전 선대위원장이 일제히 비판에 가세했다.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말바꾸기에 대해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손학규 전 대표는 주말인 17일 광주에서 문 전 대표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가 다시 거둬들인 것에 대해 비판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기득권·패권세력은 절대 개헌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SNS를 통해 문 전 대표의 '탄핵 기각되면 혁명' 발언을 두고 "지극히 위험하다"고 했다. 박지원 대표는 주말인 18일에는 전북 부안에서 열린 당 행사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문 전 대표가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대표는 2~3개월 내 개헌도 가능하지만 문 전대표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했다.

김한길 전 국민의당 선대위원장도 SNS를 통해 문 전 대표의 '국가 대청소론'을 비난했다. 김한길 전 선대위장은 "국가 대청소를 말하려면 패권주의 정치, 패거리 사조직 정치부터 청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이 여당의 사당화를 지적하기에는 제 눈의 대들보가 컸다"고 꼬집었다.

박원순 시장도 17일 광주에서 "역사를 살펴보면 시민혁명 대부분이 미완으로 끝난 만큼 스스로 혁신해야 정권 교체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박원순 시장의 발언은 '시민혁명'을 외친 문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박원순 시장은 "대세론을 작동하면 후보의 확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역동적 경선을 주장했다. 문 전 대표의 당내 독주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경계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일렁이는 '촛불 민심'을 자기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 2004년 5월 헌재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기각하자 헌재의 결론이 일반 국민의 건강한 상식과 똑같다며 환영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촛불혁명을 선동하고 있다. 황교안 대행이 공공기관장 인사에 손을 대자 '월권행위'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는 헌법을 뛰어넘어 군통수권과 계엄발동권까지 내놓으라고 윽박했다. 변호사답지 않은 초법적 발언을 국민들은 목도하고 있다.

'사회개혁기구'를 만들어 '국가 대청소'를 하자는 제안에는 '재산 몰수' 같은 오싹한 조항들도 있다. 문 전 대표의 잇단 초헌법적인 발언에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인에 대한 반감을 활용하는 '반정치' 발언" "거리 정치에 모든 것을 맡기자는 것이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지금 문재인 전 대표에게서는 지울 수 없는 80년대 운동권 시절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촛불은 자기 한 몸을 불살라 불꽃을 피운다. 남의 몸을 빌리거나 탐하지 않는다. 최순실이 물질적 사익추구를 했다면 문 전 대표는 촛불민심을 이용해 정신적 사익을 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9%의 트럼프가 91%의 힐러리를 뒤집었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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