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기업들에게 매년 4분기는 내년도 투자와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주력사업과 신규사업에 대한 전략을 짜야 하는 시기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검찰 수사와 정치권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에 크고 작은 사업전략 수립과 운영에 차질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재계 빅 2인 동시에 국내 제조업 양대 축이기도 한 삼성과 현대차 두 그룹은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 미디어펜 자료사진
삼성은 갤럭시노트7 사태 수습과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이후 신성장사업 발굴 등을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인데도 그룹과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해외 자동차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마저 불확실성이 커지자 내년 사업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삼성과 현대차는 최근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와 해외법인장 회의에 각각 열고, 현재의 위기를 타파할 미래 출구전략 마련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삼성, '모바일·반도체·가전' 중점 논의…이재용은 불참
20일 재계에 따르면 먼저 삼성전자는 19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경기 수원·화성·기흥 사업장 등에서 주요 임원과 해외 법인장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시작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등기이사에 선임된 이후 처음으로 맞는 글로벌 전략회의란 점에서 참석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6월과 12월 두 차례 열리는 삼성전자의 대표적 경영전략 회의로, 12월 회의는 그룹 사장단 인사 뒤 열리는 게 통상적이었다. 다만 올해는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 수사 등으로 사장단 인사가 유예된 상태에서 열리게 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올해의 경영 성과와 전반적인 국내외 경영 현황 등을 점검하는 동시에 내년도 사업 방향, 제품 전략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IM(IT모바일), DS(부품), CE(소비자가전) 부문별로 하루씩 부문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사업부 임원과 해외법인장 등이 크로스 미팅 형태의 연쇄 회의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는 자리다.
우선 IM 부문에서는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을 규명하고 스마트폰 사업 부활의 검증대가 될 차기작 ‘갤럭시S8’의 제품 전략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품에 어떤 인공지능 서비스가 적용될지가 주목된다.
DS 부문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시황에 대한 분석과 이 분야의 시장 선도를 지속하기 위한 제품 전략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CE 부문에선 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의 로드맵과 새로 인수할 미국 프리미엄 가전 '데이코'의 브랜드 운용 전략, 차세대 가전의 트렌드인 사물인터넷(IoT)과의 결합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최근 신성장동력을 전면에 내세운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의 방향성도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차, 국내외 상황 공유…불황극복 해법 찾기 한창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현대차의 하반기 법인장회의는 오는 20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역별, 현안별 법인장 간 사전 토론에 이어 현대·기아차 각 본사-법인장 간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는 해외 판매 생산 일선을 책임지는 해외법인장을 대상으로 자유롭고 활발한 브레인스토밍 방식의 회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장들은 지역별 사례 발표 등을 통해 시장 여건 등을 공유하고 최적의 시장 밀착형 대안을 모색하면서 내년도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통상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한 번씩 해외법인장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반기마다 한 번씩 세계 전 지역의 법인장들이 모여 글로벌 생산·판매 실적을 분석하고 시장 변화에 적합한 전략을 새로 수립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내년에도 침체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은 경제가 위축된 상태에서 회복이 더디고,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은 제로 성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역 간 무역 장벽이 강화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전동화, 자율주행 등 자동차 기술의 혁신이 가속화하고, 세계 각국의 안전과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차급별 자동차 수요 지형도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는 시장별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각각 이에 상응하는 전략을 마련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획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