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앙일보가 20일 단독으로 최순실 모녀의 독일 현지 생활비 지출 내역서를 공개한 것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특검법 위반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제기됐다.
중앙일보는 이날 ‘최순실, 삼성 돈으로 강아지 패드까지 샀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최순실(60·구속)·정유라(20)씨가 독일에 체류하면서 생필품은 물론 커피·아이스크림까지 삼성전자에서 지원받은 돈으로 구입했음이 드러났다”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를 입증할 자료를 입수해 분석 작업을 마쳤고, 삼성 관계자들을 상대로 최씨 모녀에게 돈을 지급한 경위를 수사 중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특검법에서 규정한 3가지 경우 외에는 ‘수사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위배한 것이다. 증거를 공표한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으로 즉,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상당히 있고, ‘수사 밀행성’ 원칙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앙일보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자료’라거나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에서...사실이 드러났다‘라는 표현을 하고 있어 특검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와 수사내용으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 맞다면 특검법 8조2항 위반에 해당한다.
중앙일보의 보도 요지는 최씨 모녀가 작년 6월부터 9월까지 독일에서 거주하면서 커피, 아이스크림, 수건, 옷걸이 등 소소한 생활용품에서부터 키우는 강아지를 위한 패드까지 구입하느라 지출한 경비 청구서를 삼성전자에 보내왔다는 것으로 최씨 모녀가 구입했다는 물품 내역표도 함께 게재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검의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마련된 특검 브리핑실에서 수사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만약에 중앙일보가 구입 물품 내역표를 특검에서 제공받은 것이라면 이는 특검법 8조2항에서 명시한 ‘특별검사등의 의무’ 조항에 위배된다. 8조2항에는 ‘특별검사 등은 9조3항과 9조ᆞ4항, 11조에 따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사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된다’고 정해놓고 있다.
이 법률 조항에서 수사내용 공표를 해도 되는 경우고 만들어진 9조3항과 9조ᆞ4항, 11조는 특검의 수사기간 종료 때와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했을 때로 한정하고 있다.
9조3항은 ‘기간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1회에 한하여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하는 경우이다. 9조4항은 ‘수사기간 연장의 보고 및 승인요청은 수사기간 만료 3일 전에 행하여야 하고, 대통령은 수사기간 만료 전에 승인 여부를 특별검사에게 통지’하는 경우이다.
11조는 ‘특별검사는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하였을 경우와 공소를 제기하였을 경우 해당 사건의 판결이 확정되었을 경우에는 각각 10일 이내에 이를 대통령과 국회에 서면으로 보고’하는 경우이다.
그리고 특검이 수사내용을 공표할 수 있을 때는 12조 ‘사건의 대국민보고’ 조항에서 언론브리핑을 통해 발표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12조에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은 특별검사보는 사건에 대하여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라고 명시한 것이다.
따라서 중앙일보가 이날 최순실 모녀의 생활비용 지출 내역서를 보도한 것은 특검 수사 과정의 내용은 모든 언론을 상대로 한 공식 브리핑에서 공표하도록 규정한 특검법을 위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특검이 중앙일보에 수사 내용을 흘렸다면 이는 명백한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 내지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그게 아니라 만약 중앙일보가 특검 사무실 등에서 내역서 등 수사자료를 빼냈다면 이는 절도에 해당한다.
결론적으로 중앙일보의 이날 보도 내용은 그 출처가 문제되는 것이다. 특검 내부에 해당 내역서 유출자가 있다면 밝혀져야 하고, 3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해야 한다. 박영수 특검이 대국민사과를 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특검법 21조2항에는 ‘제8조제2항을 위반하여 수사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5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날 중앙일보 보도와 관련해 “비록 최순실씨가 횡령에 해당하는 범죄 의혹을 받고 있지만 독일에서 3개월여 생활하기 위해 소소한 일상용품을 구입한 물품 내역을 공개한 것은 여론재판에 해당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중앙일보 기사는 “최씨 모녀의 지출 내역서에는 커피(2.1유로, 약 2700원). 아이스크림(4.9유로) 구입 비용까지 기록돼 있다. 애완견용 패드(배변판)와 펜스(울타리), 아기목욕통도 목록에 포함돼 있다”고 작성돼있다.
최진녕 변호사는 “특검에서 임의로 특정 언론에 자료를 제공했다고 한다면 최순실특검법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중앙일보 보도 내용은 압수수색 등 특검의 수사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므로 특검법이 정하고 있는 예외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상당한 의문이 있다. 이럴 경우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 내지는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