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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일 제보 박영선 공개 '최순실 통화 녹취록' 조작 논란

2016-12-21 21:30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최순실 국조특위 3차 청문회가 열린 지난 14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최순실 통화 녹취' 자막은 실제 음성과 다르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게다가 이 통화 상대이자 제보자인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이하 K재단) 부장을 박영선 의원이 수차례 사전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조작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JTBC 태블릿PC 논란을 파고들던 중 위증 모의 논란에 휩싸인 두명의 친박 의원에 비해 핵심 증인을 수차례 따로 만난 점에서 박영선 의원을 향하는 의혹의 눈길도 만만치 않다.

'미디어펜'은 지난 19일 박 의원 측과의 통화에서 "고영태(전 더블루K 이사)씨와 노승일씨를 8일과 12일 두차례 함께 만난 사실이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본보는 21일 서울 마포와 여의도 모 식당에서 이들이 3차 청문회에 앞서 적어도 2회 이상 장시간 회동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앞서 3차 청문회에서 노승일씨가 제보한 녹취 음성은 박 의원이 최씨의 음성보다 자막을 '근소한 시차로 먼저' 내보내는 방식으로 회의장에서 울려퍼졌다.

사진=미디어펜 카드뉴스



자막은 ▲"큰일 났네" ▲"그러니까 고(고영태)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 걔네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되고" ▲"이성한(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이렇게 했던 저걸로 해서 이거를 하지 않으면…분리를 안 시키면 다 죽어"라고 표기됐다.

독일에서 귀국 전 최씨가 노씨에게 청문회 및 각종 수사에서 거짓 진술로 입을 맞춰야한다고 지시, 외압을 가하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각종 예능·방송에 출연해 소리분석 전문가로 정평이 난 배명진 숭실대학교 전자정보공학부 교수(소리공학연구소 대표)는 "박 의원의 녹취록은 수정돼야 한다"고 바로 다음날 이의를 제기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분개하는 입장이지만, 국회가 잘못 표기한 정보로 국민의 알 권리가 오도돼선 안 된다는 취지다. 배명진 교수가 수정한 녹취록에 따르면 같은 순대로 ▲"일 났네" ▲"네가 고한테~~했다는 거를 불어야 되고" ▲"~~이거를 파지 않으면…대의를 안 지키면 다 죽겠어" 등의 차이가 있다.

특히 '불어야 되고' 대목은 'ㅁ(미음)' 소리를 낼 때 발생하는 비음(콧소리)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배 교수는 설명했다. '몰아야 되고'로 바뀔 경우 사실대로 말한다는 것에서 거짓을 꾸민다는 것으로 의미 해석마저 180도 달라진다. 박 의원이 만약 이같은 차이를 알고도 녹취록을 작성했다면 조작에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전문가 분석과 관련 박 의원 등 야권이나, 국정농단 의혹 보도를 주도해온 JTBC, JTBC 태블릿PC 관련 논란 제기를 사실상 방어해온 검찰까지 박근혜 대통령에 공세를 취하고 있는 주체들은 엿새 넘게 침묵 중이다.

그 사이 야권과 JTBC를 비롯한 언론계는 이만희·이완영 의원과 접촉한 제보자들이 미르·K재단 직원으로 일한 점만을 부각해 '최순실 최측근-친박 위증 공모' 프레임을 완성시켜 의혹을 확대재생산·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반면 최씨의 가장 긴밀한 관계였던 고씨는 의혹 당사자가 아닌 폭로자로 둔갑하고, 5·18 유공자 아버지를 뒀으며 불운한 가정사를 갖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며 포털 주요 검색어로 떠오르는 등 '동정표'를 얻는 양상이다.

최씨 통화 상대였던 노씨는 새누리당 친박계 이완영 의원이 4차 청문회(15일) 사전에 정동춘 전 K재단 이사장을 만나 박헌영 전 K재단 과장에게 'JTBC가 입수 보도한 태블릿PC를 고씨가 사용하는 걸 봤다. 고씨가 충전기를 사오라고 하기도 했다'는 등 내용으로 위증할 것을 지시했다는 제보 당사자이기도 하다.

JTBC 모회사인 '중앙일보'는 노씨와의 이같은 취지의 18일 통화 내용을 19일 보도했으며, 이완영 의원은 이만희 의원에 이어 즉각 위증교사 논란에 휩싸여 야권의 일방적인 사퇴요구와 두 차례의 특위 전체회의 무산 등 소명 기회 박탈이라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만희 의원은 고씨가 13일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한 여당 의원과 박헌영씨가 위증 스토리를 짤 것'이라고 예견했다는 17일 중앙일보 보도로 위증 논란에 처음 직면했었다. 청문회 초기 태블릿PC 소유주와 출처 확인차 질의를 해온 두 의원은 3차 청문 사전에 박씨와 고씨 관계자들이 찾아와 접촉한 사실이 있다는 것 외 '스모킹건' 없이 위증교사범으로 내몰렸다.

두 의원은 문제의 관계자들이 제보자로서 찾아와 박씨의 3차 청문회 진술과 같은 내용의 언급을 전달했다고 공통적으로 해명했다. 이완영 의원은 위증 논란이 집중되자 청문위원과 증·참고인의 사전 접촉은 통상적인 국조 작업의 일환이라고도 밝혔다.

그 과정에서 이완영 의원은 더민주 안민석 의원이 미국 텍사스에 체류 중이던 전직 청와대 간호장교 조모 대위를 직접 만나러 간 일, 박 의원이 고씨 등과 두차례 장시간 회동한 사실을 언급했다. 박 의원측은 "국조특위 위원으로서 제보자를 만나는 일은 당연하다"고 사실상 이완영 의원과 같은 논리를 폈다. 노씨로부터 제보받은 녹취가 사실인지 확인할 목적이었다고도 했다. 

사진=미디어펜 카드뉴스



그러나 구체적 대화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며, 정작 22일로 예정된 5차 청문회에 앞서 증·참고인으로서 출석한 바 없는 노씨를 수차례 사석에서 만난 점이 의문을 자아낸다. 의원실 확인을 거쳤다는 녹취록이 틀렸다는 백 교수의 즉각적인 지적에 대해 이렇다할 반박조차 나온 적이 없다.

거짓 증언·증거물 논란에 연루됐고 논란을 촉발시킨 인물 관계자와 사전 접촉이 있었다는 잣대만 들이대도 박 의원은 이만희·이완영 의원들과 같은 수준의 물의를 빚어도 이상할 게 없다. 고씨·노씨와의 접촉 빈도가 2회를 넘어간다는 정치권 제보도 있다. 

그러나 박 의원 본인은 19일 페이스북에 "이완영 의원이 매우 급했던 모양"이라며 "(나를) 끌고 들어간다고 사전모의 의혹이 사라지겠나. 비교할 걸 비교하라"면서 "공작정치 냄새가 난다"고 치부했다. 당시 나흘 지난 녹취록 조작 논란에는 침묵했다. 의혹 제기자 입장에 서면서 여론의 소나기를 피해가려는 시도로 보인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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