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내년 1월 국회 개헌특위 가동을 앞두고 국민의당이 23일 여야 가운데 처음으로 개헌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비주류가 가세해 개헌 추진을 명분으로 야권의 합종연횡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개헌을 반대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맞서는 야권의 ‘반 문재인’ 세력 형성을 주목하는 것으로 국민의당의 개헌 당론 확정 후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만나 내년 초 손 전 대표의 합류가 전망된다.
국민의당은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고 이로 인한 조기 대선으로 개헌이 어려우면 오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이 적극적으로 개헌을 추진하는 것에는 우선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손학규 더민주 전 대표를 합류시키는 데 목적이 있어 보인다. 손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손을 잡을 시점으로 내년 1월15일 열리는 국민의당 전당대회 전후가 거론된다.
이때 손 전 대표 혼자가 아니라 민주당 비문계 의원들이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이래야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합류하면서도 세력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대표적인 비문파인 김종인 김부겸 박영선 의원 등은 다음주부터 대규모 연쇄모임을 갖고 세력화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개헌파 의원들이 개헌에 소극적인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냈다. 노웅래 변재일 김성수 박용진 의원 등은 “개헌특위가 곧 출범하는데 이제는 개헌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 “우리 당 의원 75명 이상이 개헌에 찬성하는데 왜 지도부는 소극적이냐”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개헌에 부정적이다. 추 대표는 “지난달 개헌 추진에 대해 촛불민심과 어긋나게 불난 집에 군밤을 구워먹겠다는 세력이 있다. 개헌으로 정치권이 이합집산을 시도한다”며 비판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선후보를 포기하지 않는 한 문 전 대표가 부정적인 개헌에 찬성할 가능성이 적다.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은 개헌 자체를 현재 대선 판도를 흔들려는 의도로 보고 부정적인 입장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개헌의 선봉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반 총장이 스스로 3년 임기 대통령을 자처해 개헌에 동참할 경우이다. 이럴 경우 현재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문재인 옹립파’를 제외하고 개헌을 기치로 내건 거대 ‘빅 텐트’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개헌의 선봉에 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고령인 반 총장이 스스로 3년 임기 대통령을 자처해 개헌에 동참할 경우이다. 이럴 경우 현재 민주당 내 ‘문재인 옹립파’를 제외하고 개헌을 기치로 내건 거대 중도·보수의 ‘빅 텐트’가 형성될 수 있다.
새누리당에서 탈당하는 비박계가 합류한다면 ‘친박’ ‘친문’으로 불리우는 기존 기득권 세력을 배제한 중도·보수의 제3지대가 차기 대선의 판도를 좌우할 거대한 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정진석 전 원내대표이 반 총장이 귀국하는 시점에 그의 행보에 따라 추가 탈당을 선언한 상태이다. 따라서 정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추가 탈당해서 보수 신당에 합류하거나 혹은 정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의 충청권 의원들이 반 총장의 귀국 이후 탈당해 반 총장과 함께 새로운 당을 형성해 대선을 앞두고 세력을 합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과 박원순 서울시장도 개헌 대열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소속으로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다음 정부에서 개헌을 하고 대통령 임기는 3년으로 단축해 2020년에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자”면서 “다음 대통령의 임기가 3년으로 단축되더라도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으로 대통령 중임제든 이원집정부제든 체제를 바꿀 경우 현재 3년 차이가 있는 대선과 총선 시기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전망이어서 실제로 대선 전 개헌은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에서 개헌을 기치로 변화의 큰 물결을 일으켜보자는 의지가 강한 만큼 탄핵 정국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