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바라보는 재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성장률 둔화’와 ‘불확실성 확대’ ‘소비절벽 우려’ 등 각종 경제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 잡힌 재계는 내년 경영계획조차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몸을 움츠리고 있다. 정부의 ‘컨트롤 타워’ 기능도 사실상 스톱된 상황이다. 정부와 재계가 머리를 맞대도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국 불안이 경제까지 멍들게 하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살리기의 기반인 '경제활성화법' 처리도 국회서 표류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활성화법의 일부라도 조속히 처리해 기업과 경제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디어펜은 경제활성화법 처리가 필요한 이유와 효과에 대해 3회에 걸쳐 분석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윤활유 필요한 경제' 경제활성화법 처리 서둘러야
②소비절벽·고용불안, 해법이 필요하다
③위기의 ‘4차산업혁명’…풀어야 뛸 수 있다
[미디어펜=조한진·김태우 기자]최근 재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위기’다. 일부 그룹의 총수 입에서는 “변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의미다. 실제 정국 불안, 경기 침체, 트럼프 리스크, 신흥시장 침체 우려 등 기업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면 주저앉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다시 뛸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법’을 통해 뻑뻑해진 우리 경제에 윤활유를 주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26일 현재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경제활성화법 관련 법률 개정안 18개가 묶여 있다. 탄핵정국 이후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묶여 이 법안들을 사실상 2선으로 미뤄놓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경제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경제의 마지막 불씨를 살릴 만한 경제활성화법안 처리가 우선”이라며 “임시국회에서라도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불확실성 가중되는 대내외 경제
최근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잇달아 하향 조정되고 있다. 내년에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은 2.8%에 미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2.2%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1% 대에 머물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추가경정 카드까지 만지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내년 경제 성장률이) 2% 초중반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추경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시장 역시 몸살을 앓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고용 동향’을 살펴보면 취업자 수 감소로 20대 고용률은 9개월 만에 하락했다. 청년 실업률 역시 같은 달 기준으로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계의 구조조정 영향이 본격화 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고용을 늘릴만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고용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내년에는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들은 보수적인 고용과 투자에 가설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기업의 경연진들은 내년에 미국의 정권교체와 교역감소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2016년 12월 경제여건 스냅샷: 맥킨지 글로벌 설문조사 결과’ 에 따르면 전 세계 경영진 209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는 정권교체가 향후 12개월 동안 글로벌 경제에 위험으로 작용한다고 전망했다. 응답자 중 40%는 국제 교역둔화가 향후 1년간 세계 경제에 잠재적인 위험요소라고 답했다.
서울 남산타워 일대가 안개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연합
◇침체 탈출 ‘촉매제’ 가능한 경제활성화법
우리 경제에 ‘적색경보’가 잇달아 켜지고 있는 만큼 경제활성화법안의 일부라도 빨리 통과 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재계에서도 경제활성화법이 우리 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이 도외시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제활성화법 가운데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시행 후 빠른 시간 안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찾는 기업과 지방차지단체 등에서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서비스산업특별법은 낙후된 우리 서비스 산업을 진흥하고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신산업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의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은 자금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오리무중’인 경영 환경 속에서 안전장치를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말 잉여현금흐름을 분석한 결과, 총 55조27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말 25조3246억원보다 29조8천829억원(118.0%)이나 늘어난 것이다. 100대 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이 증가한 것은 매출이 현상유지 수준임에도 영업이익이 늘고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도 계속 곳간에 돈을 쌓아 둘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신성장 동력을 개발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크다. 실제 규제가 해소되면 관련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이 다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회사 내부에서도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규제와 걸림돌이 해소 되면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용현 한국개발원(KDI) 제도연구실장(박사)은 “제조업의 성장만으로는 이제 한계에 왔다. 서비스 산업발전법을 통해 규제를 풀고 추후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 실장은 또 “규제프리존에서는 기존 규제로 가로막힌 신제품 등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신기술의 구현과 테스트를 통해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