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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진실게임 개막…태블릿이 가짜라면?

2016-12-30 18:18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서 핵심 물증인 태블릿PC를 둘러싸고 대통령 측과 최순실 씨, 검찰 간에 진실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국정농단을 둘러싼 탄핵 정국의 진실게임은 ‘태블릿이 가짜라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국정농단이라 일컬어지는 이번 사태의 발단은 "최순실 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청와대 비밀 문건을 넘겨받아 태블릿PC에 저장했고 파일들을 고쳐가며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JTBC의 보도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검찰 주장에서 비롯됐다.

문제의 태블릿PC는 JTBC가 입수해 단독으로 특종 보도를 낸 후 검찰에 넘기면서 최순실 것이라 주장했고 이를 검찰이 인정한 것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 8.9LTE(모델명 SHV-E140S)이다.

검찰은 태블릿 유저를 밝히려면, 태블릿 안에 꼽혀 있는 마이크로유심 카드의 아이디와 요금 내역을 확인하면 되지만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 검찰의 직무유기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태블릿PC와 관련 "이건 최순실 씨와는 관계없고 정호성 씨와 관련된 증거이기 때문에 감정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더욱이 태블릿은 손가락 끝을 이용해 조작해야 하므로 JTBC 주장과 검찰이 인정한 대로 해당 태블릿이 최순실 것이라면, 태블릿에서 최순실의 지문, DNA 등 인체정보가 확인되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관해 밝힌 바 없고 (태블릿PC 본체가 아닌) 디지털 증거분석 포렌식 절차를 거친 이미징 자료만 법정에 증거로 제출했다.

'최순실 게이트' 진실게임 점입가경

태블릿PC를 둘러싼 진실게임을 점입가경으로 만든 것은 검찰과 재판부의 입장이다.

최근 최순실 씨 측 변호인이 법정에서 여러 근거를 들며 ‘태블릿 주인이 최순실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그 진위 여부를 두고 태블릿PC에 대한 감정을 요청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건 최순실 씨와는 관계없고 정호성 씨와 관련된 증거이기 때문에 감정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더욱 의아하다. 재판부는 "최 씨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 없고(?) 변호인도 말했듯 양형에 관한 내용이라 결정을 보류하겠다"며, 같은 취지에서 변호인이 태블릿PC 입수 경로를 밝혀달라며 검찰을 상대로 낸 신청도 결정을 보류했다.

태블릿PC 진위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호성 전 비서관은 지난 29일 재판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통령 지시를 받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태블릿PC 증거수집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며 감정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측 또한 30일 '태블릿PC 보유'와 관련 서울중앙지검에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JTBC의 주장과 검찰이 인정한 대로 해당 태블릿이 최순실 것이라면, 태블릿에서 최순실의 지문, DNA 등 인체정보가 확인되어야 하지만 검찰은 이에 관해 밝힌 바 없다./사진=삼성전자 태블릿 설명서


#태블릿이 가짜라면?

JTBC가 입수해 검찰에 넘긴 문제의 태블릿이 가짜이며 그 안에 들었다는 파일들이 실제로는 USB 등에 옮겨져 조작된 것이라 밝혀진다면 그 파급효과는 탄핵정국을 뒤흔들고도 남는다.

국정농단과 관련하여 JTBC 등 언론 대다수가 제기했던 대부분의 의혹 모두 사실무근으로 돌아간다.

이에 제보를 받아 수사했던 검찰과 특검 또한 증거 일부를 물려야 하며, 국정농단 관련 혐의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탄핵 소추안에 명시했던 증거는 언론 기사 다수와 검찰 공소장 밖에 없는 바,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탄핵 소추안의 근거 존립 또한 희박해진다.

지난 몇 개월간 광화문 광장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촛불 민심은 갈 곳을 잃게 될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법이 아닌 야수와 같은 인민들이 지배한다’며 현 탄핵 정국을 날카롭게 논평했던 한반도 전문 언론인 마이클 브린의 말 그대로다.

마이클 브린은 “박 대통령의 책임과 잘못을 떠나, 일종의 여론재판을 통해 법제도를 무시하고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현 상황은 민주주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순실 태블릿이라 일컬어지는 (JTBC가 입수해 보도한 후 검찰에 넘긴) 태블릿은 SK텔레콤의 통신서비스를 사용한다. 이는 2011년 12월부터 판매됐다./사진=삼성전자 태블릿 설명서


아직 박 대통령의 죄가 입증되거나 법원에서 판결이 나온 것은 하나도 없다.

의혹 혐의 등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일 뿐이다.

최순실의 것이라며 JTBC와 검찰이 주장하고 있는 태블릿이 가짜라면, 탄핵정국은 종지부를 찍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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