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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의 싸움…문화전쟁의 낙동강전선 블랙리스트

2017-01-02 10:1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최공재 영화감독·대문예인 사무총장

특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조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거기에 발맞춰 문화인들의 시위와 특검 압박이 시작되고 있고, 어처구니없게도 있지도 않은 그런 허술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빠진 많은 문화인들의 허탈함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기실 만 명에 가까운 명단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부의 부역자들로 살던 문화인들 중 자신들의 이름이 빠진 이라면 향후 정권재창출에서 제외될까 걱정되기도 할 것이다.

소설가 이외수씨를 시작으로 리스트에 오르지 못한 이들이 자신들도 넣어달라고 하고, 그러다 보니 이름이 들어간 사람들은 그걸 영광이라고 어깨를 치켜세우기도 한다. 이렇게 리스트가 얼마나 허술한지에 대한 방증임을 그들 스스로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열심히 조사를 하고 있다. 진실 여부 따위는 중요치 않다.

우병우 수석이 아무 것도 건진 것 없이 검찰 조사가 완료되었지만 이미 대중들에게는 권위주의에 찌든 인물로 낙인 찍었듯이, 이 블랙리스트 역시 진실여부를 떠나 이미 현 정부는 문화계를 침탈하려 했다고 낙인 찍어 버렸다. 이미 그들은 현 정부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난도질 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지금은 쌍팔년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총성 없는 문화전쟁은 이념전쟁의 최전선에서 대중들을 놓고 사투를 벌이는 중요한 고지다. 블랙리스트는 문화전쟁의 최전선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마치 6.25전쟁의 낙동강 전선을 방불케 할 정도로 2%도 안 되는 소수의 문화인들이 이 블랙리스트와의 전쟁에 힘겹게 대응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그들이 놓치고 당황하고 있을 부분일 것이다.

그들의 운동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국회의원 하나가 문제를 제기하고, 좌파 문화권력의 부역자들이 들고 일어나면 그걸 다시 언론은 문제시하고 그렇게 정권을 압박하면서 자신들의 밥그릇을 사수하는 방식은 똑같다. 그런 식으로 MB정부 때 철저히 당했고, 그들은 거기에 취해 똑같이 행동을 취했다. 필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고 문화권력은 유지되었지만, 지금 현재는 그런 문화권력에 지친 새로운 문화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특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조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거기에 발맞춰 문화인들의 시위와 특검 압박이 시작되고 있다. 사진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 참가한 문화예술인들이 정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과 관련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2년 전, 차세대문화인연대라는 문화단체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다이빙벨 상영이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문제제기를 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이용관이라는 문화권력을 내려오게 하는데 앞장섰고, 숨어있던 우파성향의 문화인들이 드디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국내 최초로 우파문화단체임을 선언하고 태동한 '대한민국문화예술인(이하 대문예인)'이 활동을 시작했다.

대문예인은 지난 12월 29일 '문화안보'라는 새로운 용어를 내세운 1주년 세미나를 통해 이번 블랙리스트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이용남 청주대 영화과 객원교수는 발제문에서 이렇게 블랙리스트의 허구를 정의했다.

"도종환 의원이 몸담고 활동했던 좌파 문화권력의 선봉대장 민예총 회원 수만 10만 명이 넘는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가 10만 명이고, 예총 회원 38만 명까지 포함하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 문화계 인사는 적어도 30~40만 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473명의 명단만을 선택한 것은 어설픈 조작에 불과하다. –중략- 여러분이 문화예술계 관료라고 생각해보라. 99퍼센트의 좌파 문화권력 명단을 작성하는 것이 효율성이 있겠는가, 아니면 1퍼센트의 우파 문화예술인 명단을 작성하는 것이 효율성이 있겠는가."라며 존재할 이유가 없음을 주장했다.

이제는 속지 않는다는 것이고, 타락한 문화권력에 지친 새로운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거기에 문화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좌파문화권력의 치부를 알고 있는 조우석 미디어펜 주필이 나서 반론을 제기하고 있고, 문화에는 거의 문외한이었던 우파에서도 문화전쟁으로서 블랙리스트 논쟁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초토화되었던 문화전쟁의 불씨가 그렇게 블랙리스트로 인해 오히려 살아나게 된 것이다. 거기에 광화문의 촛불시위가 쇠파이프는 사라졌어도 광기는 그대로 남아 있음에도 평화시위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것을 보면서 이제 문화전쟁의 필요성 역시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해볼 만 해진 이유는 바로 이 문화전쟁의 프레임 때문이다.

부패한 문화권력의 밥그릇 지키기와 1% 표현의 자유와 문화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저들은 잃을 게 많고, 이쪽은 잃을 게 하나도 없다. 그러니 해볼 만 하다. 이제 그들이 왜 이런 허접한 리스트를 가지고 왜 블랙리스트라는 전쟁을 치르려고 했는지 전쟁의 한복판으로 들어가 보자!

문광부 예산 6조9000억 중 국고보조금 사업으로 민간 문화단체에 뿌려지는 돈이 3조가 넘는다. 그 지원금 중 우파 단체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될까? 거의 제로에 가깝다. 우파를 지향한 단체는 거의 없을뿐더러 있어도 잠시 잠깐 사용하다 버려진 상태로거나 너무 노후화되어서 실질적으로 문화계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예술인총연합회(이하 예총)는 보수성향으로 알려졌으나 이미 노후화되었고, 이번 블랙리스트 사태 발생시 시국선언을 발표하면서 그 내용은 그저 자기들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했다. 그렇다고 봤을 때 우파 문화인에게 지원된 문광부 자금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고, 실제로 문광부 내의 시스템이 그렇게 작동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지원사업은 철저히 문광부 공무원들과 이미 그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좌파 문화계의 커넥션으로 이루어져 철저히 보수성향의 문화인들은 소외된다.(철저히 정치적으로 차은택 같은 보수팔이 장사꾼들은 제외하고…) 이런 상태인데 뭐 하러 블랙리스트를 만들 필요가 있겠는가? 그들이 노리는 블랙리스트의 주요 공격포인트는 문광부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

유승민, 김무성은 민주당과 손잡고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5조원이 넘는 좌파문화권력의 먹거리를 제공했는데 그것이 바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사업이라는 아문법 통과였다. 말이 문화사업이지 사실상은 5.18 세력들에게 갖다 바치는 조공과 같은 것이다. 문화행사보다는 민주화니 뭐니 하며 518행사에 더 치중하는 곳이고, 문화인들 사이에서는 5조원짜리 쓰레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며 지금까지 파행을 겪고 있다.

당연히 현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줄이고 방법을 찾으려 했는데 이걸 그들이 가만 놔두겠는가? 문광부 전체예산과 맞먹는 지들만의 밥그릇인데? 열이 받아 있는 찰나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미르재단과 K스포츠가 튀어 나왔다. 좌파 문화권력에게 이 것은 두 가지의 의미를 제공했다.

하나는, 또 다른 자신들의 밥그릇이고, 또 하나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자신들의 적이다. 겨우 700억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 것은 돈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것을 내버려 두면 1% 다른 생각을 가진 문화인들의 생존도구로 커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는데 중요한 방해요소가 된다. 문화의 다양성이나 표현의 자유 따윈 중요치 않다. 어떻게든 없애야 한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늘 그렇듯 초토화시킨 다음에 자신들의 밥그릇으로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 차은택이 겹치면서 그들은 호재를 만나게 된다. 현 정부의 기조였던 문화융성에 관련된 한류육성사업과 문화융성 사업을 다 먹을 수 있는 기회까지 온 것이다.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문화융성 사업은 미래 먹거리 문제였고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현재 한류의 효과를 이용해 15조원 이상의 생산효과를 유발시키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이 것은 단지 자신들의 문화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밥그릇으로만 생각했다.

모든 게 준비된 그들은 이제 존재할 필요도, 존재하지도 않은 블랙리스트라는 것을 이용해 현 정부를 흔들며 최순실, 차은택으로 연결 지으면서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로 포장시켜 버린다. 그리고, 주저 없이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통해 자신들의 밥그릇을 늘려간다.

5조 원짜리 쓰레기라 불리는 아시아문화전당의 예산을 다시 늘리고, 차은택이 진행하던 ‘문화창조벨트’사업을 줄이는 척하면서 그 운영권을 자신들이 가져가려 하고 있다. 청년실업과 미래 먹거리로서의 문화융성 사업 따위는 필요 없다. 그것이 실패하면 그 책임을 현 정부로 돌리고 그들은 당당하게 그 모든 전리품들을 챙기며 자신들의 배에 기름기만 채울 생각뿐이다. 좌파 문화권력에게 블랙리스트는 그래서 솔직하게 자신들이 봐도 허접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밀어 붙여야만 하는 투쟁이 된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마포 자유경제원 긴급 토론회에서는 문화단체 '대한민국문화예술인'이 블랙리스트 문제를 다루면서 주제를 '2017년 문화안보의 시대 선언'이라고 했다. 문화도 사드 배치와 역사교과서 같은 안보차원에서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좌파 문화권력은 이미 배부른 돼지가 되었다. 김대중 정권의 전폭적인 문화계 재편성 작업과 노무현 정권의 퍼주기식 문화계 지원은 자생력을 갖추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할 진정한 문화인들을 거지근성에 빠지게 했다. 스크린쿼터 반대 시위를 할 때 노무현 정권에서 영화계에만 4000억대의 지원금을 뿌렸지만 황당하게도 그 지원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누구에게 갔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

배부른 돼지만 여전히 배부르고 나머지 영화인이나 예술인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 시위에서 누군지도 잘 모르는 문화예술인들이 나서 시위를 하는 모습은 그런 문화권력자들에게 콩고물을 바라는 처량한 모습으로 밖에는 비치질 않는다. 그 명단을 보면 실제로 내가 알고 있는 우파 인사들도 있으며, 국가지원과는 별 상관없는 기타 스텝들의 명단이 보이고 있는 점은 문화권력의 부역자들을 밝히는 자료로만 활용 가능하다.

이미 받을 것 다 받은 문화계 인사들은 언론에 다 나와 있으니 확인하면 된다. 그리고, 그들은 이번 논쟁에서 별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이 지원을 못 받았다고, 여전히 살기 힘들고, 그렇게 억울한가? 그렇다면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현 정부를 욕할 것이 아니라 배부른 돼지가 되어버린 좌파 문화권력에게 가서 따져야 된다.

문광부 지원사업 대부분을 해먹는 민예총에게 이유를 요구하고, 과거 정부에서 그 많은 지원금들이 어디로 갔는지 요구하고, 노무현 정부에서 최대의 사기 사건으로 알려진 '바다이야기'의 수익금을 관장했다고 문화계에는 알려진 명계남에게 찾아가 그 돈 어디다가 뒀길래 우리를 이렇게 굶겨 죽이면서 너희들만 왜 그렇게 배부르게 사느냐고 좌파 문화권력에게 따져야 맞다.

과거 정부도, 현 정부도 법에 따라 지원금은 변함없이 지원되었다. 타는 놈만 타가서 문제라는 것을 문화인들은 알고도 왜 애써 무시하려 하는가? 거대한 문화권력과 싸우는 것이 겁이 나는가? 우리에게 오라, 같이 싸우자!

이번 블랙리스트 논쟁은 오히려 문화권력의 비리를 파헤치는 좋은 명분이 되고 있다. 문화계 탄압이라는 명분으로의 존재 자체는 의미 없는 것이지만, 문화전쟁의 전면전을 알리는 것으로서의 존재 의미는 충분해지고 있다. 그것으로 인해 우파도 문화계의 심각성과 문화전쟁의 필요성, 나아가 그것이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요한 무기라는 것임을 깨닫고 있다.

왜 현 정부가 문화융성을 통해 문화계를 변화시키려고 했고, 왜 미르재단을 만들어 새로운 문화융성 작업을 하려 했는지 이번에 특검을 통해 밝혀지길 바란다. 99% 기울어진 운동장의 현실을 똑똑히 확인하고 있는 그대로를 말하길 바란다. 전쟁 중에 국가는 당연히 국가를 지키기 위한 작전을 짜야 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닌가?

지금은 문화전쟁 중이고, 몇 명 있지도 소수의 문화인들이 낙동강 전선을 펼치며 목숨을 걸고 힘겹게 방어하고 있다. 이대로 무너지면 한국의 문화계는 더 이상 회생의 기미가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DNA 속엔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이겼던 기록이 새겨져 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나라가 아닌가?

지금 그 DNA가 이번 블랙리스트로 인해 꿈틀거리며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다윗에겐 자갈이, 낙동강 전선에는 총알이 여전히 부족하긴 하지만 해볼 만 하다. 우리에겐 더 잃을 게 없어 목숨을 걸고 이 전쟁에 참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공재 영화감독 ·대문예인 사무총장

[최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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