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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미디어포럼 "항공기 실종·세월호 오보…대한민국 언론의 수준"

2017-01-09 09:01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1983년 9월 1일 대한항공 007편의 격추를 취재하기 위한 취재단 특별기 실종 사건과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 오보는 우리나라 언론 현실을 보여주는 민낯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래미디어포럼은 7일 논평을 통해 "재난현장에는 유언비어(流言蜚語)가 난무합니다. 기자들은 이중에서 확인된 사실만을 국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기자들은 사건현장에서 난무하고 있는 유언비어를 확산하고 증폭 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포럼은 "두 사건 간에는 30년의 간극(間隙)이 있습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라며 "또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정치인에게 뒤집어 씌우면 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9.11사건은 국제 테러조직에 의해 미국의 국가안보망이 완전히 뚫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라며 "그들은 오히려 초당정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후 '상상력의 부재'였다며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미래미디어포럼은 언론의 수준은 정치의 수준을 보여준다며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는 언론인 출신도 적지 않습니다. 정치의 후진성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언론의 후진성도 거론해야 합니다"라며 "그런데 우리나라의 비극(悲劇)은, 정치를 비난하는 언론기관은 있지만, 언론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기능은 찾아볼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라고 비난했다. 다음은 미래미디어포럼 논평 전문이다.

미래미디어포럼은 7일 논평을 통해 재난현장에는 유언비어가 난무한다며 기자들은 이중에서 확인된 사실만을 국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자들은 사건현장에서 난무하고 있는 유언비어를 확산하고 증폭 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논평]미사일에 격추된 항공기와 바다에 빠진 세월호
 
1983년 9월 1일, 뉴욕을 출발하여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이 사할린 인접해역에서 소련의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습니다. 승무원을 포함한 269명 모두가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세계인들이 경악했으며, 당시 KBS와 MBC는 사건취재 내용을 24시간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아침, 신문과 방송 등 한국기자들은 단체로 마련된 특별기를 타고 김포에서 일본의 북해도 관문 공항인 삿포로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때 누군가가 KBS 동경특파원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와 "한국인 기자 등 백여 명을 태우고 사할린 해역 사건현장으로 가던 항공기가 또 실종됐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KBS와 MBC는 즉시 이 사실을 보도했고, 순간 국민들은 공포감에 사로 잡혔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 시각 한국의 취재진을 태운 비행기는 한국과 일본의 관제탑과 교신하면서 정상적으로 운항하고 있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단원고 학생 324명 등 승객 476명을 태우고 제주로 가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습니다.
당시 언론은 "승선자 전원 구조"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보(誤報)였습니다.
 
그 시각 300여명의 승객들이 배안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만약 당시 언론이 "세월호 침몰 중, 아직 배안에 생존자 확인 안돼…"라는 자막만 방송했어도 구조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2001년 9월 11일,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의해 납치된 민간항공기가 미국의 월드트레이드센터빌딩을 들이받았습니다.
뉴욕의 쌍둥이 빌딩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쌓였고 아비규환이 되면서 수많은 사망자들이 구조대의 들것에 실려 나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사망자와 부상자의 숫자를 구조본부가 발표할 때까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의 언론들은 구조본부가 발표하는 숫자만 보도했습니다.
 
재난현장에는 유언비어(流言蜚語)가 난무합니다. 기자들은 이중에서 확인된 사실만을 국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자들은 사건현장에서 난무하고 있는 유언비어를 확산하고 증폭 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예를 들어드린 특별기 실종사건과 세월호 침몰사건이 우리나라 언론의 수준을 보여줍니다.
두 사건 간에는 30년의 간극(間隙)이 있습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또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정치인에게 뒤집어 씌우면 됩니다.
 
미국의 9.11사건은 국제 테러조직에 의해 미국의 국가안보망이 완전히 뚫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무고한 미국 국민 4천여 명이 희생됐음에도 불구하고 늦장 대응이나 구조체계 문제점 등의 책임으로 지도자들을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초당정인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후 ‘상상력의 부재’였다며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반성이었습니다. 이후 미국은 재발 방지를 위해 법 제정과 관련부서 신설 등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는 조치들을 강구했습니다.
 
우리 언론은 지금도 세월호 발생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활동내역을 거의 초단위로 해명해 달라고 청와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나라 언론도 1983년 대한항공기 추락사건과 2014년 세월호 침몰사건의 간극 30년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언론의 수준은 정치의 수준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는 언론인 출신도 적지 않습니다.
정치의 후진성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언론의 후진성도 거론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비극(悲劇)은, 정치를 비난하는 언론기관은 있지만, 언론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기능은 찾아볼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2017년 1월 7일
미래미디어포럼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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