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도적 환경에서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일어날까?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하는 법과 제도를 갖춘 나라에서 기업 활동이 활발하고 경제성장도 잘 이루어진다. 먼저 법치의 바탕이 마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법이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며, 사람과 시점에 따라 다르지 않고, 정치와 여론에 따라 휘둘리지 않아야 경제활동의 안정적인 토대가 구축되는 것이다.
법치가 실현되는 선진 국가에서 법의 구현방식은 다양하다. 법의 체계에 따라 사람들은 다르게 반응하고 나라의 경제성과도 다르다.
법과 제도를 네거티브 방식과 포지티브 방식으로 나누어 보면, 네거티브 방식의 법률체계가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창의적인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네거티브 방식이라는 것은 이런저런 것, 예를 들어 살인·강도·절도 등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법률로 적시하는 것이다. 법에서 정한 불법적인 행위를 제외하고는 허용되는 체계다. 반면, 포지티브 방식에서는 이런저런 행위를 허용한다고 법률로 자세히 서술한다.
네거티브 법률 방식은 주로 영미계의 해양세력에 의해 계승돼 왔는데, 자유로운 무역활동을 전개하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새로운 문명의 발단을 선도하는 토대가 됐다. 창의성을 북돋우는 경제제도와 법체계를 갖추는 것은 그 사회의 활력을 유지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바탕이 된다.
만약 새로운 비즈니스가 누군가에 의해 창조되고 발전됐다고 하자. 네거티브 법률체계의 사회에서는 새로운 사업추진을 법적으로 제약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자유롭게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전개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포지티브 방식에서 새로운 창조물은 법적으로 허용돼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법이 신속하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인정하고 제도에 포함해야 하는데, 이러한 제도 마련의 과정과 절차는 창조적 활동을 가로막거나 더디게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국가와의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해 왔고, 그러한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네거티브 방식의 비즈니스 활동이 사회에 내재돼 있다.
하지만 법률체계는 대륙계 국가의 성문법을 따라 발전해 비교적 포지티브 방식으로 짜여 있다. 법률체계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 활성화에 부합하는 길이다. 특히 행정규제는 할 수 있는 사업을 나열식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아 공무원의 재량권에 의존해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 제약이 발생하곤 한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자율과 선택을 제약하는 제도적 경직성은 문제가 있다. 노동자가 약자라는 인식이 있다보니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심하다./사진=미디어펜
새로운 비즈니스가 일어나는 데 유리한 제도가 있듯이, 규제도 시장경제에 부합하는 형태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제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고 볼 수 있다. 규제로 인해 경제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규제가 나쁜 것은 아니므로, 규제가 필요한지를 주기적으로 평가해 필요 없는 규제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규제 방식을 사전규제와 사후규제로 나누어 평가해 보면, 사전규제의 폐해가 비교적 크기 때문에 가급적 사후규제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좋다. 사전규제는 활동 자체를 못 하도록 막아놓는 방식으로 경제 주체의 활동을 크게 제약한다. 사후규제는 활동을 허용하되 결과를 평가해 잘못된 행동에는 제약을 가하거나 처벌하는 방식이다. 사전규제에 비해 사후규제는 비교적 자유롭고 활동을 덜 제약하는 방식이다. 사전규제가 규제당국 입장에서는 단순하고 편리해 보이지만, 그 부작용이 크다.
어떤 분야든 경험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도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도 한다. 무조건 못 하게 막아 놓는 방식의 사전규제는 비즈니스의 범위를 좁힌다. 안 해 봤기 때문에 못하는 처지가 되기도 하고, 뒤늦게 허용하다 보면 국가적 손실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선진국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일자리 창출의 여지가 있는 분야가 아직 많다. 서비스업, 농업 분야가 그렇다. 대부분 사전규제로 사업의 활동공간을 제약하고 있는 분야들이다. 이들 분야의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풀어 새로운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도해 보고 경험을 쌓아야 경쟁력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소득을 높일 수 있다.
노동 분야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모든 비즈니스에서 자율과 선택을 제약하는 제도적 경직성은 문제가 있다. 노동자가 약자라는 인식이 있다보니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심하다. 더구나 규제우선의 방식은 자율성을 더욱 억제하고 있어 문제다.
시장에서 경제주체들이 알아서 할 일을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규제하고 있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를 모두 법에 포함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럴 경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 상황에 따른 선택을 제약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이는 고용을 줄이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또한 잠재적 사업이 일어나는 벤처를 억제하여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네거티브(자유우선, 원칙허용 예외금지) 방식의 제도는 포지티브(규제우선, 성문법) 방식의 제도에 비해 자율성이 높다. 이렇게 하라고 강제하는 것보다 이런 것을 하지 말라는 방식이다. 사회적으로 해서는 안 될 것들만 법으로 제한한다. 예를 들어, 인종, 학력, 나이를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뽑아라, 저렇게 해고하라 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것만 나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는 선진국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일자리 창출의 여지가 있는 분야가 아직 많다. 서비스업, 농업 분야가 그렇다./사진=미디어펜
자유로운 노동계약을 제약하는 제도가 수없이 많다. 정년제도는 대표적이다. 모든 근로자의 정년을 획일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용계약 기간을 제약하고 고용시간도 규제한다. 임금방식도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노동시장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방식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파견근로자에 대한 규제는 전형적인 실패사례다. 이런 업종은 파견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데 이런 업종은 파견할 수 있다라는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사업자가 고용할 자유가 있듯이 종업원은 일을 그만 둘 자유가 있다. 파업은 예외적으로 독점을 허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의 절차에 따라서 할 수 있어야 한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 세상일침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최승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