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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문재인…대선주자들 앞장서 '민족주의의 저주'부터 풀길

2017-01-15 10:2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조우석 주필

위안부-사드를 둘러싼 외교-국방위기를 놓고 그것의 뿌리는 눈먼 민족주의란 견해를 저번 글에서 밝힌 바 있다. 반복하지만 민족주의란 연결고리, 그게 문제다. 그걸 통해 조선왕조 시절의 지긋지긋했던 친중 사대주의가 재등장했고, 맹목적 반일민족주의가 기승이다. 

그게 당장 대한민국 외교-국방을 위협하는 요인인데, 물론 상황은 어렵다. 당장 대통령 탄핵 국면인데다가 미중일 3개국 상황도 복잡하다. 정권교체기인 미국은 지금 한미동맹 재조정을 가늠하는 중이다. 중국은 만만한 옛 조공(朝貢)국가 한국을 길들일 태세이며, 명분에서 앞선 일본은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 물러설 기미가 없다.

이 와중에 화제는 전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의 귀국 일성인데, 자칭 '진보적 보수주의자'답다. "일본이 준 10억 엔은 돌려주라" "사드 배치는 지지한다"는 발언이 묘하다. 미리 밝혀두지만 이런 편의주의적 접근으론 현재의 외교위기를 돌파 못한다.

반기문의 첫 마디 "일본에 10억 엔 돌려줘"

지금 우린 전략적 선택을 압박받는 중인데 뻔한 얘기론 정도론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동안의 공식 답변이란 "한국에게 미국은 동맹국이고,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이며, 일본은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나라다"쯤이 된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절은 갔다. 때문에 "황교안 대행체제는 전략적 모호성을 가지고 상황관리만 하라."는 조언도 안 통한다.

그건 공허한 주문인데다가 바탕엔 한미동맹에 대한 모종의 의구심 같은 게 깔려있다. 바로 그런 게 한국사회에 알게 모르게 작동 중인 친중 사대주의 심리의 증거다. 사실 '급부상하는 중국', '몰락하는 미국'이란 이분법을 유독 즐기는 게 우리다.

단행본  <미중패권경쟁과 한국의 전략>(김앤김북스)을 펴낸 국제정치학자 이춘근 박사에 따르면, G2란 용어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애용한다. 중국과 미국은 동급이라는 인식이다. 그래서인지 국가기간방송 KBS는 지난해 중국공산당이 자체 제작을 했다고 해도 믿을 법한 '슈퍼 차이나' 시리즈를 거침없이 방영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입국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좌익소설가 조정래의 경우 "머지않아 중국이 G1이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친중 사대주의에 전염된 그들이 잘못 보는 건 체급 차이다. 일테면 미국 경제력은 중국의 2배이며, 군사력은 5배다. 미 해군이 전지구의 바다를 누빈다면, 중국은 연안해군이다. 

한국사회는 뿌리 깊은 친중 사대주의에 가린 나머지 현실인식의 오류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 구조를 지적했던 게 지난번 소개했던 서울대 이영훈 교수 발언이다. 그는 인터넷 강의 '환상의 나라'에서 눈먼 민족주의가 지금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지적했다. 그건 5백 년 전의 소중화주의가 지금도 작동하고 있고, 그걸 한미동맹을 허물고서라도 관철시키려는 메카니즘에 대한 통찰이었다.

"광화문에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져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거기엔 역사문화적 배경이 있는데, 21세기인 지금 이 땅에 조선시대를 복원하려는 은밀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영훈 "민족주의는 한국의 시민종교"

친중 사대주의를 적극적으로 막아내지 않으면 한국사회 전체가 중국의 품안으로 기어들어가며, 반일 민족주의에 갇히는 퇴행을 반복한다는 경고다.  어느덧 대중은 눈먼 민족주의의 덫에 걸려 꼼짝 못한다. 한미동맹은 뭔가 문제 있다는 식의 피로감이 쌓여있고, 친중 사대주의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집단심리의 구조다. 

이런 '민족주의 저주'에 갇힌 대한민국에서 그토록 날뛰는 게 정대협 같은 불순 시민단체다. 하지만 저들이 왜 저렇게 반일-친북의 음모에 매달리는지를 간파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걸 꾸짖는 정치인은 더더욱 없다. 그래서 민족주의는 시민종교에 속한다. 그게 대한민국을 망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린 지금 심각한 위기가 맞다.  1년 전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영훈 교수는 이런 지적을 했다.

"민족주의는 한국사회의 종교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은 민족주의교의 총회장이고, 정치인들은 부흥목사다. 저들이 우방 일본에 걸핏하면 삿대질하고 앙앙불락을 하면서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를 들먹이는 걸로 먹고 사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한국인의 허위위식을 환상이라고 했지만, 민족주의는 집단환상을 넘어 시민종교다. 이쯤되 면 안보-국방을 따지는 국가 고유의 논리는 없어진다. 섣부른 민족주의 정서에 등 떠밀려 대한민국이 당면한 외교국방의 현안은 따져 묻지도 않는다. 그저 다시 중국의 품안에 기어들어가야 옳고, 일본과는 원수로 지내야 한다. 

민족주의 괴물에 휘둘리는 대한민국 상황이 바로 그러하다. 즉 민족이 국가를 거의 삼킨 상황이 지금이다. 이해하시겠는가? 또 하나, 소(小)중화주의와 반일감정 못지않게 겁나는 게 우리민족끼리 정서다.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 차이를 무시한 채 서울-평양 사이에  동질감을 심어주는 게 눈먼 민족주의다. 

위안부·사드 문제에 대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인식이 불안감을 주고 있다. 문 전 대표의 마음속에는 한미동맹에 대한 모종의 의구심 같은 게 깔려있다. 바로 그런 게 한국사회에 알게 모르게 작동 중인 친중 사대주의 심리의 증거다./사진=연합뉴스


"위안부-사드 무효"는 결코 안 될 소리

사실 북한과 우리 민족주의는 내용이 사뭇 다르다. 저들이 김일성태양민족이고, 우리는 퇴행적인 친중사대주의-반일민족감정이라서 공감대 자체도 없다. 햇볕론자들처럼 북한을 덥석 끌어안으려 했다가는 파멸만이 남을뿐이다.

이영훈 교수가 왜 민족주의를 대한민국을 망칠 수도 있는, '불길한 그 무엇'으로 보는지가 납득되시는가? 그는 필자의 첫 글을 본 뒤 이런 통렬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해왔는데 기회에 함께 음미해보고 싶다.

"글 읽었습니다. 민족주의는 결국 나라를 망치고서야 그칠 환상이요, 저주입니다. 참으로 큰일입니다. 요사이 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안타깝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언론-지식사회-대중이 모두 나서서 박근혜 정부의 모든 정책을 뒤집으려는 '유사(類似)혁명 상황'이 지금이다. 제정신이 아닌 저들은 위안부-사드 위기 문제까지 개입해 무효를 외친다. 황교안 체제가 두 문제와 관련해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려주길 기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다. 두 문제가 현시기 외교안보의 핵심이자 국가정체성 유지 차원에서 결정적으로 요긴하기 때문이다. 또 한 번 강조하지만 대한민국 언론과 정치인, 참으로 시야가 좁다. 그리고 지식인은 비겁하고 무식하다. 당신들은 왜  이런 차원의 문제제기와 경고음을 내보내지 않는가? 그저 눈먼 대중에게 아부만을 반복하려 하는가?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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