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
마하경영론은 이회장의 신경영 2.0이다. 90년대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들을 모아놓고 “마누라와 자식을 빼곤 모두 바꿔보자”며 사자후(獅子吼)를 토한 이후 다시금 버전업된 신경영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셈이다.
삼성그룹은 마하경영론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은 물론 계열사별로 마하경영론의 의미와 이를 구체적으로 현장경영에 접목하는 방안을 놓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다들 열공이다.
이건희회장이 마하경영론을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글로벌 초경쟁시대에 접어들면서 순간 방심하거나, 실수하면 곧바로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2000년대까지 세계 휴대폰시장을 호령했던 핀란드 노키아가 스마트폰 개발 실기로 순식간에 몰락했다.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에 팔리는 수모를 당했다. 모토로라도 구글에 팔렸다가 다시 중국기업으로 넘어갔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최근 설계에서부터 조립 완성까지 모든 시스템을 모조리 바꾸는 마하경영을 강조, 재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글로벌 초경쟁시대를 맞아 시장과 품질 마케팅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미래 신수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우리 관료와 정치권은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식 과잉규제와 인허가권을 무기로 지대만 추구하고 있다. |
삼성전자는 지금 미국의 자존심 애플과 적벽대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시장쟁탈전을 펼치고 있다. 물량면에선 삼성이 애플을 이기고 있다. 하지만 언제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살얼음판이다. 스마트폰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기술개발과 혁신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벌써 중국의 화웨이 ZTE등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가 스마트폰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삼성그룹 전체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실적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문제가 되면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곧바로 악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0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최근 판매가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이 미래 신수종으로 선정했던 2차 전지, 태양광사업, 헬스케어 등이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 10년안에 그룹의 주력제품과 상품들이 무대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래 신수종개발에 몰입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마하경영론은 가장 잘 나갈 때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미래의 씨앗을 뿌리자는 것이다. 일본 중세 전국시대 명장 다케다 신겐은 완승은 완패를 낳는다고 했다. 완승에 취하는 순간 교만해지고, 해이해진다는 것이다. 신겐은 5.5대 4.5로 어렵게 이기는 신승(辛勝)이 가장 좋다고 했다. 그래야 방심하지 않고, 끊임없이 긴장한다고 했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주말골퍼들이 드라이브로 공을 페어웨이에 잘 보낸 후 세컨샷에서 대부분 미스샷을 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회심의 미소를 짓고, 그린에 멋지게 올리겠다는 욕망이 너무 앞서기 때문이다.
뿌리째 바꾸자는 마하경영론은 재계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고, 이를 지키려면 선진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만한 체력과 기술, 품질, 마케팅, 인력과 조직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차회장이 품질경영과 기술개발, 친환경차량 개발에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도 미국과 일본 독일의 골리앗과의 경쟁에서 필승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회장은 올들어 임원들에게 미국의 출구전략과 엔저에 신속하게 대응할 것을 강조하면서도 생산과 판매의 기초역량을 다질 것을 촉구했다. 이건희회장의 마하경영이나 정몽구회장의 기초역량 강화는 대동소이하다.
▲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규제는 쳐 죽여야 할 원수,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라며 관료사회의 규제개혁을 채근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규제대상을 정해 개선하는 핀포인트 전략을 구사해서 성공스토리를 만들어야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포괄적인 규제개혁만 강조하면 또다시 규제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
재계 3위 LG 구본무회장도 혁신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세계1등을 위한 시장선도, 혁신, 기술 및 연구중시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구회장의 기술 및 연구중시는 최근 휘는 플라스틱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과 300W급 세계최고 출력 태양전지 모듈을 개발한 연구책임자를 대거 임원으로 승진시킨 데서 잘 드러난다.
삼성 현대차 LG SK그룹등 한국의 글로벌기업들이 마하경영론, 품질경영론, 혁신경영론으로 구조조정과 신수종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치권과 정부는 어떤가?
정부와 정치권이 과도하게 규제, 규제, 규제를 남발하고, 과잉행정을 벌이면서 재계를 질식시키고 있다. 지난해 국회가 입법한 법안이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규제를 없애는 것은 없고, 새로 규제를 만드는 데 골몰하고 있다.
지난해 박근혜정부 들어 정부와 새누리당, 민주당이 만든 반기업적 경제민주화법안, 환경규제법안 등이 수두룩하다. 골목상권 진입 규제, 징벌적 배상금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금산분리 강화, 내부거래 규제 강화, 대주주의 연봉공개 등...더우기 국회 환노위의 환경규제법안은 상상을 초월한다. 불산 누출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으로 발의된 환경규제법안들은 기업의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채 막무가내로 이루어졌다.
지난해 5월과 6월에 각각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은 대표적인 악법이다. 화관법의 경우 울산 창원 여수 등 대규모 공장 등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도록 했다. 야당의원들은 당초 매출액의 50%를 물도록 했으나,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자 이를 5%로 낮췄다. 하지만 울산 창원 여수등의 GS칼텍스 LG화학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등 대규모 공장의 경우 매출액이 수십조원에 달한다. 유해물질 배출시 엄청난 배상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영업이익이 매출액의 7~8%인 이들 회사에 대해 매출액대비 5%의 배상금을 물게 한다면 문을 닫으란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의 기업규제 입법도 문제지만, 요즘 의원들이 만든 의원입법은 품질이 너무나 조악하다. 법안 통과 시 예상되는 재원문제, 비용/편익, 부작용등에 대해 고민없이 마구 만들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자질과 전문성이 떨어지면서 보좌관들이 국내 유력 로펌등에 법안을 의뢰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로펌이 법안을 만들어주는 황당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변호사들이 법안까지 만들어주면 법률적 조항등을 통해 법조인의 밥그릇을 넓히는 데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변호사 공화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
▲ 삼성전자가 최근 주력인 스마트폰의 성장정체와 매출및 영업이익 편중현상 타개와 미래 신수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위해 마하경영을 전사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열린 주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과도한 규제는 너무나 끔직하다. 오죽하면 박근혜대통령이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매일 규제를 죽여야 할 암덩어리라고 질타하고 있겠는가?
박근혜대통령의 규제관련 언급은 비장하다. “규제는 쳐부술 원수, 죽여야 할 암덩어리다. 규제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창출이라고 읽는다.” 박대통령이 규제개혁을 향한 대장정에 들어간 셈이다. 진정성이 느껴진다. 비장감마저 읽혀진다. 지금 규제를 혁파하지 못하면 천추에 한을 남긴다는 박대통령의 언급은 정치권과 정부관료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문제는 관료들이 움직이지 않고, 정치권은 더 극악스럽게 규제를 강화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규제하는 데 익숙해지고, 규제를 통해 지대를 추구해온 관료들은 결연코 밥줄이자 기업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규제를 놓으려 하지 않는다.
삼성그룹이 신수종사업으로 육성중인 의료기기 사업이 규제의 덫에 걸려 난항을 겪는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3등에 부착할 웨어러블 밴드 기어피트의 경우 심장박동수외에 산소포화도까지 측정해 정확한 운동량을 수치화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적색 LED센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에 걸려 진척이 안되고 있다.
중견기업 서울반도체도 180m거리에 있는 두 공장간 통로를 만드는데 무려 8년이나 걸렸다. 지방정부의 과잉규제탓이다. 중기적합업종, 스마트의료기기, 서울시 호텔신축건 등의 경우 부처별로 딴소리를 내면서 다투는데 여념이 없다. 관료들의 재량이나 행정지도 등 그림자규제는 말도 못하다. 거대한 그림자규제가 한국기업들을 고통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치권은 최악이다. 지금의 국회는 가장 많은 규제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민주화 포퓰리즘에 젖어 기업을 죄악시하고, 기업인을 범죄인취급하고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 툭하면 기업인을 불러내 혼내주고, 망신주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이 아무리 규제는 암덩어리요, 쳐죽여야 할 원수라며 질타해도 정치권은 이를 비웃고 있다. 민주당은 오히려 경제민주화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딴짓을 놓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헌법 119조2항의 경제민주화조항을 들먹이며 규제를 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곡학아세의 전형인 셈이다. 119조 1항의 시장경제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조항은 무시한채 오로지 경제민주화조항만 갖고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반기업적인 행보를 일삼는 민주당은 이런 점에서 희망이 없다.영원히 야당할 것을 작정한 것같다.
한국의 미래를 갉아먹고, 경제를 퇴보시키려는 민주당의 행태는 정말 어이가 없다. 계속 야당을 하면서 국민들과 기업들 속을 박박 긁어라. 민심은 이런 민주당에 싸늘하게 등을 돌릴 것이다.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도 완장부대다. 주요기업이나 그룹을 순회하면서 감놔라, 배놔라 괴롭히고 있다. 롯데에 가선 마트의 영업시간을 줄이라고 압박했다. 파리바게뜨에 가선 신규 점포출점을 제한하라고 요구했다. 요즘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무소불위의 완장부대가 됐다. 공포의 집단이 됐다. 제대로 된 법을 만드는데 전력해야 할 입법부가 이젠 행정부를 자처하며 횡포를 부리고 있다. 기업들은 을지로위 때문에 죽을 맛이다. 대화에 불응하면 곧바로 국회청문회를 열어 총수들을 소환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의 황당한 사례는 성형수술관련법이다. 이재영 새누리당의원은 성형부위별로 연령기준을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를 위반한 의사에게는 2년이하의 징역에 처하자는 것이다. 성형부위를 연령별로 규제하자는 게 말이 되는지...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없다.
규제의 종착역은 국회다. 그런데 국회가 포퓰리즘에 빠져 기업들을 힘빠지게 하는 규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국민들을 보호하기위해서도 정치권을 제어해야 한다. 고삐풀린 국회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더이상 정치실패로 인한 국가적 낭비와 기업경쟁력 약화를 방치할 수없다.
대한민국은 헌법에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규정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보다 더욱 중요한 게 자율과 창의다. 헌법 119조는 1항이 우선이다. 기업과 개인들의 자율과 창의를 더욱 중시한 것이다. 2항의 경제민주화조항은 1항의 부속개념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은 2항만을 앞세우며 과잉규제에 혈안이 돼있다.
한국은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회주의국가, 전체주의국가를 연상시킬 정도로 규제과잉 공화국으로 전락했다. 삼성이나 현대차가 초음속경영, 기본역량 강화 등에 승부수를 던지는 상황에서 관료나 정치권은 소달구지 정치로 뒤쳐져 있다. 관료들은 마차행정으로 규제로 인한 지대추구에 여념이 없다. 관료와 정치인들이 갈라파고스섬에 갇혀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을 힘들게 하고,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기업가정신을 후퇴시키고 있다.
국민과 기업들은 피땀흘려 낸 세금으로 편하게 먹고사는 관료 정치권들이 개혁되지 않으면 선진부국은 요원한 꿈이라고 보고 있다. 정치인 관료들의 우물안 개구리를 타파하기위해선 해외에서 인재들을 수입해서 경쟁시켜야 제정신차릴 것이다. 새누리당이라도 제발 정신을 차려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박대통령도 규제는 원수, 암덩어리라며 다그치지만 말아야 한다. 구체적인 핀포인트를 정해야 한다. 규제로 인해 가장 애로를 겪는 구체사안에 대해 출구를 찾아줘야 한다. 이를 통해 성공사례(success story)를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대통령의 진정성과 절박성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규제개혁을 실질적으로 하려면 핀포인트 선정과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실효성이 생긴다. [미디어펜=이의춘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