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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특검 빗나간 칼춤…삼성전자 이재용 구속영장 오발탄

2017-01-16 14:51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잘못 짚은 과녁이다. 빗나간 화살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특검 수사가 본류를 벗어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 재벌 총수 중 제1 호다. 몸통은 건드리지도 못한 채 만만한 깃털뽑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명백한 기업 죽이기다.

검의 칼날은 최순실을 비롯한 국정농단의 주범들을 겨누는 게 아니라 대기업을 조준하고 있다. 의혹의 대상이란 이유만으로 날이 선 시퍼런 칼을 무자비하게 휘두르고 있다. 피 흘리며 비명을 울리는 건 기업과 기업인이다. 얼어붙은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제1 선에 있는 이들은 잠적하거나, 불출석 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이들에게 검찰도 특검도 스스로의 무능함을 인정한 것인가. 이 때문인지 만만한 기업을 상대로 뭇매도 모자라 이젠 아예 멍석말이라도 할 기세다.

특검의 수사태도를 보면 무소불위다. 오랜 적폐를 단 한 칼에 베어 버리려는 듯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주어진 수사기간 90일중 절반을 넘긴 지금 특검이 내놓은 수사결과는 깃털만큼 가볍다. 그동안 특검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방위 수사를 벌여왔다. 누가 특검에게 이 많은 권력과 정당성을 부여했나. 과연 법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였을까.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은 충격을 최소화 하는 외과수술적 접근이 요구되는 일이다.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절체절명의 사안이다. 특검은 누구보다도 선입견과 외압없이 증거와 사실에 입각해 환부만 도려내는 신속함을 목표로 해야 한다. 사전 결론에 짜맞추기식 수사나, 여론 수사나, 몰아붙이기식 수사는 안 된다. 당초 박영수 특별검사의 '대공지정(大公至正)'의 자세여야 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는 뇌물공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의 칼날이 최순실과 국정농단이이라는 본류를 벗어나 여론수사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인의 조사도 필요하다. 정경유착의 오래된 꼬리표도 떼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특검 수사를 지켜볼라치면 주객이 전도된 듯한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특검이다. 거침없는 막가파식 폭로로 원인 제공을 한 고영태도 잠적했다. 제일 핵심 증인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애먼 화풀이일까? 한국 간판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이 부회장을 구속하면 경제 전반에 큰 후폭풍이 닥칠 것이란 재계의 우려를 특검은 뿌리쳤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씨를 사실상 '경제 공동체'로 보고 최씨 측에 건너간 금품을 '뇌물'로 판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는 뇌물공여 등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이 내세운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경제 공동체론'이나 '공동 지갑론' 등 법률 전문가들도 생소해 하는 새로운 법 이론이다. 새로운 법이론으로 처벌하려면 당연히 그 이론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피고인들에게 충분한 방어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기업인들은 도주의 우려가 없다. 충분한 방어 기회를 준 후 최종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그때 처벌해도 늦지 않다.

그런데 지금 특검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 영장청구에 이어 재벌 총수들을 단지 범죄 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유만으로 무더기로 발을 묶고 있다. 명백한 수사권 남용이고 방어권 침해다. 하루만 소환하면 될 것을 기업 총수들을 줄줄이 출국금지 시켰다. 촛불민심 등 여론을 등에 업은 유전유죄다. 반기업정서에 편승한 기획수사를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본 이번 사태는 '최순실 등 민간인의 국정 농단 수사'가 핵심이다. 그런데도 활동기간 90일의 절반 가까이 특검은 본류는 제쳐 놓은 채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의혹 등 지류만 집중적으로 파헤쳐 왔다. 본말이 전도되면서 특검 수사의 성패가 마치 이재용 삼성 부회장 영장 청구에 목을 매단 형태로 변질됐다.

헌법 27조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고 했다. 대법원도 "인신 구속은 최소한의 경우에 한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 인신 구속이 필요했는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구속이 곧 처벌'이던 시대는 지났다. 박영수 특검은 칼춤에 취해 10년전의 흘러간 노래를 되풀이 하고 있다.

특검 수사가 대기업을 난도질 하면서 글로벌 신인도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실업자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취업준비생 62만 명을 포함하면 실질실업률은 더 높아진다. 경제 각 분야는 중국에 덜미를 잡혔다. 재작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2%대 저성장 터널에 갇혀 있다. 주력업종인 조선·해운·철강 분야의 체력이 고갈되면서 한국의 해안 지역은 줄줄이 러스트 벨트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도 중국에 쫓기는 처지다. 성장동력이 꺼지고 있다.

한국호가 기울고 있다. 사방에서 울리는 경고음을 무시한 특검의 칼춤 앞에 속수무책이다. 글로벌 기업 총수의 인신 구속은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등 핵심 3인방이 온갖 핑계를 대며 법치를 조롱하고 있을 때 재벌 총수들은 국회 청문회와 검찰 특검에 빠짐없이 출석했다.

현재 특검의 수사는 박 대통령에 대해 뇌물죄 결론을 내려놓은 듯하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에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식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선 주자들 입에서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는 ‘재벌개혁론’과 맞닿아 있다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거대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대기업 경영을 옥죄는 규제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탄핵정국의 주도권 싸움의 의도가 깔려 있다. 이에 춤추듯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어떻게든 잡아넣으려고 법리를 짜냈다. 촛불 주최 측은 '재벌 구속'을 구호로 내걸고 브레이크 없이 달려 나가고 있다.

발의된 법안 가운데 '삼성물산 합병금지법'은 계열사 간 합병 시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주식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이재용 배상법'은 국민연금기금 관리 및 운용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해 손해를 끼친 경우 형사처벌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다. '유전유죄법'은 재벌 총수의 횡령·배임죄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여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이다.

기존 법이 이미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타락을 부채질하는 과잉입법을 양산하고 있다. '재벌이 하면 안 되고 엄벌하겠다'는 조항에 목숨을 걸고 있다.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됐고 정부는 개점휴업이다. 시장경제를 옥죄는 반시장법안이 판친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특검은 부나비다. 시장의 보복은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부른다.

사법정의가 흔들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병에 대한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다. 기울어진 특검을 법원이 바로잡아야 한다. 본류를 벗어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조사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애먼 기업 때려잡기로 정치 특검이라는 오명을 법원이 씻어내야 한다. 법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함을 보여줘야 한다. 특검의 오만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선 안된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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