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이 창사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면서 그룹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룹의 중심축이 무너진 삼성의 경영활동은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결정했다. 지난달 19일 1차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법원은 이번에 판결을 뒤집었다. 특별검사팀의 보강 수사 내용의 혐의를 일정부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으나 구속만은 피했다.
세계 굴지의 기업인 삼성의 ‘리더’가 구속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의 국제 신인도는 물론, 신사업 추진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기업 가치와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글로벌 시장에서의 삼성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세계 1위 제품 15개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이미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국내에서 ‘반삼성’ 기류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삼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삼성제품의 ‘불매운동’까지 언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최근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에 잡음이 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예정된 하만의 임시주주총회에 이 부회장의 구속이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 된다. 앞서 스위스 다보스 포럼이 발표하는 ‘글로벌 지속가능 경영 100대 기업’에서도 4년 만에 삼성의 이름이 빠졌다.
‘부정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달리면 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삼성이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대상기업이 될 경우 해외 사업의 암초를 만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막대한 과징금은 물론, 현지 사업과 인수합병(M&A) 추진 등 사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국 기업 보호를 목적으로 삼성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계는 올해보다 내년 이후의 삼성이 더 문제라는 시각이다. 당분간은 지난해까지 쌓은 체력으로 버틸 수 있지만, 리더 공백이 장기화 되면 삼성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성장사업이 적기에 추진되지 못할 경우 삼성의 주름이 더 깊질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이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삼성이 과감하게 신성장사업을 밀어붙이기 쉽지 않다는 것이 재계의 시선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번째 구속영장 심사를 앞둔 16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
재계는 삼성발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 구속과 삼성의 정체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이 부회장을 구속 수사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 등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구속 후 삼성의 경영활동 전반이 위축되면 이 영향이 주변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삼성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중소기업의 매출이 줄고, 고용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장 삼성은 이 부회장의 공백 최소화에 포커스를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서는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집단경영체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대외적 신뢰도와 무게감 등에서 이 부회장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우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또한 삼성은 조직원들의 ‘상실감 극복’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삼성은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3년여 만에 다시 전 그룹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삼성 내부 구성원들의 걱정과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설마 설마 했는데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내색은 잘 안하지만 주변 동료들도 힘이 많이 빠진 모습이다. 하루 빨리 정상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