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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연, 이재용 소신 판결 마녀사냥…"법 위의 촛불 안된다"

2017-01-19 15:27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18시간의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오직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이었다. 피의자의 구속여부는 법리에 따라 깐깐하게 따진다. 법원내에서 원칙주의자로 불리며 신망이 두텁다.

조의연 부장판사 얘기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인 조의연 판사가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에 관한 혐의 입증 증거가 차고 넘친다" "영장 내용을 보면 사람들이 기절할 수준" "국가경제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며 던진 여론전 승부수는 스스로에게 재갈을 물리는 결과가 됐다. 오만이 부른 사필귀정이다.

애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는 법조계에서도 무리수라는 의견이 많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본류를 벗어나 대기업 특검으로 변질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광장에 등장한 촛불시위자들의 손에 들린 '재벌 개혁'에 부화뇌동한 '포퓰리즘 수사'라는 비난도 일었다.

여론과 공명심에 집착해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불구속 수사와 무죄추정원칙을 깼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면서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라는 카드를 뽑았다. 검찰에서 피해자 신분이었던 이 부회장에게 뇌물 피의자로 둔갑시켰다. 제대로 된 방어권 행사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기획수사라는 의혹을 스스로 만들었다. 

조의연 판사는 특검의 법리적 허점을 꿰뚫고 흔들리던 사법정의를 바로 세웠다. 광장의 촛불에 흔들림이 없었다. 특검의 짜깁기 수사 의혹 속에 드리워진 법치 훼손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냈다. 촛불정서가 정의가 될 수 없음을 용기있게 천명했다. 여론재판이 아닌 치열한 법리에 따른 정의를 택했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인 19일 오전 6시15분께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조 판사의 소신 판결에 광장의 촛불이 다시 일렁이고 있다. 그들만의 정의를 외치는 패거리 문화가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온갖 인격모독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재벌에 대한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침도 안 발린 막말을 내 뱉고 있다. 마녀사냥이다. 법에 대한 모독이다.

"법위의 삼성", "법원이 무너뜨린 정의를 광장에서 바로 세울 것", "돈이 실력임을 입증", "재벌 봐주기" "대학 시절부터 삼성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온 장학생으로 삼성을 배신할 수 없었고, 아들이 삼성 취업 확약 받았다" 등 모욕과 근거 없는 루머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한 SNS를 도배하고 있다.

정치인과 유명인들도 가세하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삼성이 법원을 돈 주고 주물렀다고 비난했다. 대기업 특히 삼성 죽이기에 앞장섰던 박 의원의 발언은 그야말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궤변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정청탁과 대가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기각 이유에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조 교수는 자신의 입장을 밝힌 후 "특검, 기죽지 말아야 한다. 갈 길이 멀다. 이재용 수사를 보강하여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또는 이번에 신청하지 않았던 사장단 급 인사들에 대한 영장 청구를 고려해야 한다. '두목'을 격리시키지 못하면, '부두목'급들을 격리시켜야 진실 은폐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삼성 외의 사건에 대한 수사도 더욱 가열차게 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두목' 운운하며 기업을 조폭 조직쯤으로 내리깔고 본다.

이외수 작가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재벌이 아무 댓가 없이 수십억이라는 거액을 개인이나 단체에게 주었다는 사실을 판사가 인정한다는 말인가"라며 "지나가던 개들이 옆구리를 움켜잡고 미친 듯이 웃을 노릇이다"고 했다.

방송인 강병규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XX 이재용 기각. 대한민국 XXX. 박근혜도 살려 줘라. 조의연. 삼성 법무팀 사장으로 발령. 축하해"라고 비꼬았다. 강병규는 시위를 독려하는 글도 올렸다. "그동안 잠시 안일했던 국민이여. 법원을 포위하라. 다음 영장 재청구시 촛불 들고 법원으로 촛불 들고 구치소로. 방법은 그것뿐이다. 이제 광화문은 의미 없다"고 적었다. 물의를 일으켰던 강병규가 과연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법과 정의를 외치면서 법과 정의를 모독하는 이들에게 엿보이는 것은 섬뜩한 분노의 광기다. 조 판사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법과 양심에 따른 사법부의 정의에 어긋남이 없다. 촛불민심을 선동해 법치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본류를 벗어난 특검도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특검이 겨냥하고 있는 SK·롯데·CJ에 대한 수사도 한층 더 섬세하고 신중해야 한다.

광장의 촛불도 '법 위의 촛불'을 외쳐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분노의 사회로 질주하는 위험사회다. 법과 정의는 결코 광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유없는 반기업정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뭘 안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고, 기업이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의 장탄식을 곱씹어 볼 때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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