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의 육성이 담긴 덴마크 법정 영상들이 공개되고 난 뒤, 인터넷은 시끌벅적했다. 재미있게도 영상과 기사의 댓글란에는 "생각보다 너무 착하고 순한 말투여서 당황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정유라라는 못된 악녀의 목소리와 행동을 기대했건만, 영상에서 드러난 정유라는 평범하다 못해 순박한 이미지여서 맥이 빠질 정도였다는 거다.
당연한 거다. 거대한 공분감을 공유하는 군중이 만들어 낸 이미지. 여론에 편승하며 불길에 휘발유를 붓듯 더욱 자극적이고, 분노가 치미는 가십거리를 던져주는 언론들. 그리고 이 절대악을 처단하자며 횃불을 들고 최선두에 서서 선동하며 군중을 열광시키는 사람들. 정유라라는 마녀는 이들에 의해 탄생했다.
재판대에 올라선 마녀는 뭘 해도 마녀다. 죄를 고백하면 마녀요, 죄를 끝까지 부정하면 고집 센 마녀다. 그런데 간혹 그 광장의 열기 속에서 마녀가 어쩌면 그냥 평범한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찰나의 깨달음을 얻은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이 목소리를 내야 합리의 시대가 도래하는 법이다.
정유라의 영상을 보며 맥이 빠졌다는 이들이, 그렇게 차가워진 머리로 다시 한 번 21살짜리 어린 엄마의 죄를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두살배기 아들이 있는 21살 정유라는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희대의 악인가. 아니면 그저 결함 많은 한 명의 어린 인간일 뿐일까. 당신들이 원하는 건 정의인지 정당화 된 폭력인지 의문이다.
정유라의 잘못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한 개인에 관한 이러한 비극을 정당화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사진=MBN 방송화면 캡처
그녀를 죽여야 한다며 온갖 무서운 말들을 쏟아내며 인격살인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모두 반사회적 인격장애자거나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들일 것이며, 부정부패가 가득한 이 사회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악인이 몰락하는 것을 보며 정의가 실현되었다는 생각에 성취감을 느끼는 그런 사람들일 것이고, 악이 그 대가를 치렀다는 것에서 희망의 빛줄기를 보는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
자신들이 하염없이 착하고 힘없는 소시민들이라 믿어의심치 않는 이 사람들이 수사결과나 재판판결도 나지 않았는데 그저 혐의만으로 죄를 확신했다. 나아가 정유라의 주변인들까지 몰아세워 다함께 징벌하려고 한다. 그래서 무서운 거다.
정유라의 잘못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한 개인에 관한 이러한 비극을 정당화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우원재 자유기고가
[MP카드뉴스]정유라 씨 옷에 대한 거짓 날조 보도./사진=미디어펜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우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