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31일 "개헌추진협의체를 구성해 대선 전 개헌을 본격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3시 마포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개헌특위가 제 기능을 못할 경우 개헌추진협의체가 실질적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지금 개헌보다 더 중요한 개혁은 없다. 민주당과 그 당의 대권주자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대선 전 개헌을 반대하는 것은 핑계이고 의지가 없는 것이다. 더 이상 패권주의 욕망을 감춰서는 안된다"며 민주당과 문재인 대표를 향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제 대선 전 개헌을 실현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해야 할 때이며, 훌륭한 개혁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고 개헌 하는 길 밖에 없다"면서 "협치를 토대로 하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우리 시대에 맞는 바람직한 권력구조 개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분권형 권력구조 만들기 위해 2020년에는 총선과 대선 시기를 일치시켜 비효율성을 해결해야 한다"며 "이것을 위해 대통령 임기단축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들 사이에서 '김종인, 손학규 등 야권 인사와의 만남에서 개헌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공개 제안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반 전 총장은 "개헌 문제는 패권, 패거리들을 정리하고 몰아내야 된다는 데 대해 그분들도 동의했다"며 "대선 전 개헌에 대해 아직 민주당 대표를 만나지는 않았지만, 현재 정치에 몸담고 있지 않는 장외 정치인들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31일 개헌 추진 협의체 수정을 제안했다./연합뉴스
특히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한 뒤 고국에서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귀국 후) 20여일동안 느낀 것 중 하나는 (정치인이나 국민들이) 내외적 위기에 불감증이 있는 것 같다"며 "이 같은 불감증은 많은 사람들이 정치 문제에만 매몰돼있기 때문이다. 정치가물론 중요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경제가 뒷받침 안되면, 국방과 안보에 위협받게 받을 뿐 아니라 내치·외치 전부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 위만 하늘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는 너무 넓고 할일은 너무나 많다"며 "주변국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위기를 해결 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반 전 총장 측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새로운 인물의 영입과 관련해 "오세훈 시장이 캠프에 합류하는 문제는 본인이 결정했는데 바른정당 최고위원으로 선임돼서 내부적으로 조정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내일부터 새누리당을 시작으로 바른정당과 정의당의 지도자들을 찾아 개헌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등 거취와 관련해 정당들의 의견을 타진해 볼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