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KT 회장이 나란히 연임에 성공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회장은 1기를 넘어 향후 3년간 더 리더십을 발휘하는 2기체제를 구축했다. 1기에 보여준 경영실적과 수익증가가 연임을 가능케 했다. 강도 높은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미래먹거리 투자 강화 등이 이사진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산업의 쌀을 공급하는 포스코와 정보통신산업을 주도하는 KT가 CEO리스크를 탈피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한국산업을 대표하는 핵심기업의 경영안정성이 높아진 것. 두회사 모두 단기목표에서 벗어나 중장기 경영비전을 수립,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권회장이나 황회장 모두 경륜과 리더십 비전을 두루 갖춘 회장들이다.
포스코와 KT회장의 연임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두 회사는 공기업시절부터 정권의 전리품으로 간주됐다.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낙점했다. 낙하산인사는 정부 주식매각으로 민간기업으로 변신한 후에도 지속됐다.
두 회사 최고경영자들은 정권 출범 때마다 홍역을 치렀다.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회장에 대한 무리한 수사가 남발됐다. 연임에 성공한 최고경영자도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불명예 퇴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황창규회장은 2기 연임 성공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기가시대를 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장기안정적인 경영으로 기가토피아를 주도하는 최고경영자가 됐다. /KT
권회장과 황회장 모두 정권이나 정치권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았다. 회장을 뽑는 최고경영자추대위원회가 중심을 잘 잡았다. 회장 연임과정에서 별다른 진통없었다.
회장 연임의 열쇠를 쥔 사외이사들이 모처럼 자율적인 결정을 했다. 정권의 전리품이란 오명을 해소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탄핵정국도 호재로 작용했다. 박근혜대통령이 국회에서 최순실게이트로 탄핵소추되면서 정권이나 정치권, 정부가 두회사의 최고경영자 선출과정에 개입할 소지가 적어졌다. 대통령의 업무 정지로 권력공백이 생긴 것. 이 기간에 회장 선임이 이뤄진 것이 불행중 다행이었다고 할까? 권력자들이나 실세들이 두회시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할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다.
정준양 전 포스코회장은 재임시절 부실기업 성지지오텍등의 고액인수의혹 등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그는 최근 법원에서 무죄로 풀려났다. 그동안 망신창이가 된 그의 명예는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검찰의 전정권 실세 손보기 차원에서 포스코와 정전회장이 희생양이 된 측면이 강했다.
정 전회장도 화를 자초했다. 이명박정권의 실세인 박영준 등의 도움으로 회장에 취임한 것이 악재를 잉태한 것이다.
이석채 전 KT회장도 계열사 헐값매각으로 수사를 받았지만, 무죄로 풀려났다. 20조원이 넘는 대기업에서 수십억원짜리 부실계열사를 헐값에 팔았다는 이유로 검찰은 올가미를 씌우려 했다. 헐값이란 혐의는 검찰의 자의적 잣대에 불과했다.
문제는 탄핵정국 이후다. 헌재가 4월이전 탄핵을 인용할 경우 대선이 6월 이전에 치러진다. 선거직후 곧바로 출범할 새 행정부가 인사에 개입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권오준 포스코회장도 2기 체제 구축으로 자동차강판 등 고부가가치 철강재 개발 가속화와 사업재편, 수익성제고, 글로벌경쟁력 강화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
새 대통령과 행정부가 두 회사를 예전의 전리품으로 간주해 무리한 인사개입을 시도하는 것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주주와 이사회, 언론이 권력의 외압을 단호하게 물리쳐야 한다. 새 대통령은 제발 한국의 핵심기간산업인 두회사가 자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포스코와 KT 최고경영자는 경영실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사회도 부당한 인사개입이나 외압에 흔들리는 악순환은 끊어야 한다. 권력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 1기 단명 회장시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회장이 장기목표를 수립하고, 안정적인 경영을 가능케 해야 한다. CEO 리스크가 없어야 임직원들의 권력 줄대기 폐단과 파벌도 사라진다.
권회장은 포스코의 장기경쟁력 강화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신년사에서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포스코의 50년미래를 내다보고 투자를 하자고 했다. 고부가 경량 자동차 강판 등에서 최고의 품질로 일본과 독일자동차회사 주력제품에 납품하는 성과를 거둬야 한다. 중국철강업체들의 저가공세를 이겨낼 품질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황회장은 연임으로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기가시대를 선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기가토피아 시대를 개척하려는 황회장의 리더십이 성과를 내기 바란다. /이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