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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보호무역 압박, 피할 수 없다면 '정면승부'

2017-02-01 11:19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천명한 '미국 우선주의'로 우리 수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척되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직간접적인 악영향이 우려된다.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부터 흔들리던 환율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우리 수출길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긴 불경기의 늪에 빠져 내수가 침체된 가운데 최근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활로로 기대를 받고 있지만 이른바 '트럼프노믹스' 불안요소 탓에 험로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던 수출은 지난해 11월 2.5%, 12월 6.4% 증가해 2014년 10월 이후 26개월 만에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석유제품(86.0%), 반도체(52.5%), 철강제품(19.9%)이 수출액 증가세가 뚜렷했다.

이렇게 비로소 살아나는 듯 보이던 우리 수출은 거대한 암초를 만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며 보호무역주의 시대가 열릴 것을 강력하게 공언했다.

트럼프가 실제로 중국을 향해 무역장벽을 쌓는다면 중국의 미국 수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 수출에 직격탄이 된다. 불똥은 이미 우리 기업에까지 튄 형국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내에 가전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이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압박과 직결돼 있다.

국내 한 경제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보호무역주의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어들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액은 1.5%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1244억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수출액이 18억7000만달러 줄어드는 셈이다.

이에 국내 산업계와 경제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예상보다 빨리 세계 무역질서를 휩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3일(현지시간 12개국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공식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로, 이대로라면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미국 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 세 가지 가운데 이미 두 가지에 해당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중국, 독일, 일본,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산업부 김세헌 기자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우선 지정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외에 우리가 대처해야 할 한미 통상문제도 여럿이다. 

NAFTA 재협상 소식에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피해도 우려된다. 앞으로 재협상에서 멕시코산 제품의 미국 수출 장벽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트럼프노믹스'의 이해득실을 계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에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큰 위기인 게 사실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노력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수출이 중요한 우리 경제로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압박을 마냥 관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사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무역 규제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국제무역 환경에 능동적으로 선제 대응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동향을 기민하게 파악하면서 통상외교를 한층 더 강화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새로운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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