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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고교졸업 취소 유감…정치희생양 삼은 나쁜 어른들

2017-02-01 15:02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2016년 11월 17일은 2017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그런데 그 수능시험 바로 전날 11월 16일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고교졸업 취소를 검토한다는 기자 회견을 하였고, 그 기자 회견 장면은 TV 언론 등을 통해서 전국에 방영되었다.

꼭 수능시험 바로 전날 이런 기자회견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한 인간을 중학교 졸업의 신분으로 만들 수 있는 어쩌면 서글픈 현실에 대한 기자회견을 왜 수능시험 전날 발표했는지 평생 동안 교사생활을 한 필자는 이해할 수가 없다. 서울시 교육청 교육감은 서울 시내의 모든 초·중등학교의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육자들 중에서도 그 누구보다도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서 교육행정을 주관해야 할 최고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바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전날은 모든 수능시험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참으로 긴장된 날이며, 초조하게 하룻밤을 지내야 하는 심적 부담을 갖고 있다. 아마도 모든 수험생들은 내일 수능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오늘 밤 수면을 충분히 취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 민감한 상황에 있는 수능시험 전날 고교졸업 취소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긴장감으로 가득 찬 수능 수험생들, 즉 학생들을 사랑하는 교육자의 마음으로 하는 행동인지 의심스럽다.

고교졸업 취소를 검토한다는 기자회견을 했을 무렵에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었고, 수능시험이 끝나면 고3 학생들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언론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한 의도가 교육적인 의도가 아닌 정치적인 의도 등 다른 비교육적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도 늦거나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2016년 12월 5일 서울시 교육청은 감사 결과 정유라씨의 고교졸업을 취소시키기로 확정했다. 서울시 교육감은 이날 "최씨와 정씨는 대한승마협회의 허위 공문서까지 동원해 학교를 기만하고 공교육을 능멸했다. 정씨의 졸업을 취소하고 성적과 수상도 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의 초점은 정씨의 재학 중 출석 인정에 맞춰졌다.

정유라의 잘못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고등학교 졸업장까지 취소하는 건 지나친 처사다. 정유라씨의 고교 졸업을 취소시킨 것은 서울시 교육청이 교육기관이 아니라 정치적인 집단처럼 여론의 박수를 의식한 행동은 아니었는지 그 의도가 매우 의심된다./사진=MBN 방송화면 캡처


서울시 교육청 감사 담당자는 "정씨가 고교  3학년 재학 중 공결(출석인정결석) 처리한 141일 중 105일에 해당하는 공문서가 허위라는 점을 적발했다. 대한승마협회는 2014년 3월 24일부터 6월 30일까지 62일간 국가대표합동훈련, 2014년 7월 1일부터 9월 24일까지 43일간 2014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훈련을 근거로 청담고에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훈련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사 결과가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다. 정유라씨는 2014년 9월 20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마장 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그런데 정유라씨는 서울시 교육청 발표대로 2014년 3월 24일부터 9월 24일까지 훈련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을까? 아니, 어떻게 일본, 중국, 인도, 이란, 싱가포르, 홍콩 등 54개국이 참가한 대규모의 국제 대회에서 훈련도 하지 않고 금메달을 수상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어떤 감사 내용을 근거로 해서 아시안 경기 이전에 정유라씨가 훈련도 하지 않고 금메달을 수상했다고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땀방울 하나 흘리지 않고 아시안 게임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는 것은 아시안 게임에 참가한 54개국의 운동선수들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선수들의 노고를 비웃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감사 결과 "법률자문단 10명 중 7명이 졸업취소가 가능하다고 봤다."라고 얘기했다. 고교졸업을 취소시키는 것이 법률자문단의 다수결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 졸업취소가 가능하다고 보지 않은 법률자문단 3분의 주장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오히려 그분들의 의견이 더 교육적인 배려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학교장으로부터 받아서 고교를 졸업한 이후 몇 년이 지나서 고교졸업이 취소되었다는 말을 교사 생활을 하면서 필자는 들어본 적이 없고, 대부분의 국민들도 그러할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참 지난 학생을 검찰이나 법원이 아닌 교육청이 앞장서서 고교졸업을 취소시키는 경우는 아마도 한국 교육계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필자가 어느 인문계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경험한 것이다. 어느 학급에 수업 시간에 들어가면 출석부에 결석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결석 학생이 있었다. 학급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골프 체육 특기자 학생'이라고 하면서, 결석 표시를 출석부에 하지 말라고 그 학급 학생들이 필자에게 부탁하였다. 1년 동안 그 학급에 수업을 하면서 그 '골프 체육 특기자 학생'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이나 교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다른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체육특기자 학생이라고 하는데 평상시에는 수업 시간에 출석을 하지 않다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기간 중에 교실에 들어와서 시험 답안지에 이름만 적어 놓고 바로 나가는 학생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어떤 법률 규정이라도 그 규정을 적용할 때는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행해지는 법치주의의 평등의 원칙일 것이다. 지금까지 체육특기자로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한 수많은 학생들의 고등학교 출석에 관한 감사를  정유라씨와 똑같은 잣대로 행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5년 전, 10년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체육특기자로서 대학교까지 졸업해서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국내 대회와 아시안 게임, 올림픽 게임 등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대학에 체육특기자로 입학하여 대학까지 졸업한 수많은 운동선수들이 고등학교 시절에 수업일수의 2/3를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았는지에 대해 정유라씨와 똑같은 잣대로 감사를 행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만약 그들 중에 정유라씨와 같은 경우가 감사에서 적발된다면 그들도 고등학교 졸업을 취소시킬 것인가?

서울시 교육청은 2016년 12월 20일 학생선수 출석 성적관리 강화 '체육특기자 운영 개선방안'을 "…학기 중 국가대표 대화(훈련) 참가 시 인근학교에서 위탁교육을 운영하여 학생 선수들의 학습이 중단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출석인정결석' 처리와 '학업성적관리' 등의 학사관리를 더욱 엄격히 관리 감독할 방안을 마련했다." 라고 발표했다.

국내대회와 국제대회에서 입상을 하는 체육특기자 학생들이 본인의 학교도 아닌 인근학교로 수업을 들으러 가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국내대회와 국제대회에서 입상을 하는 체육특기자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처럼 수업일수의 1/3만 결석을 하고, 2/3는 수업을 듣는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들이 수업 대신에 열심히 훈련을 하고 거친 숨을 쉬면서 땀방울을 흘리게 하는 것이 그들과 우리 대한민국의 영광을 위한 일일 것이다.

정유라씨가 행한 고교시절 출석일수 미달 사례는 정유라씨의 개인적인 잘못이라기보다는 운동에만 전념해서 땀을 흘려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체육특기자 학생들 모두가 처해 있는 교육제도의 불합리한 구조적인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발표문이 아니라, 체육특기자 학생들을 위한 체육 대안 학교 등을 설립해서 체육특기자 학생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광화문 촛불 집회 등에서, 그리고 언론과 여론에서 정유라씨의 대학 입학과 대학 학점 취득에 관한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많은 비난들을 하였다. 그러나 정유라씨의 고등학교 졸업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은 없었다. 더구나 교육부와 검찰 등에서도 정유라씨의 고교 출석일수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런데 서울시 교육청은 교육부와 검찰, 그리고 여론보다 한 발짝 앞서서 정유라씨의 고교 졸업 취소에 관한 기자 회견을 수능시험 전날에 발표하였다. 이것은 서울시 교육청 자신들이 관리한 학생들을 보호하려는 교육자로서의 마음은 전혀 없었고, 한 인간의 서글픈 결과에는 전혀 동정심이 없는 비교육적인 행동은 아니었는지, 이렇게 앞장서서 정유라씨의 고교 졸업을 취소시킨 것은 서울시 교육청이 교육기관이 아니라 정치적인 집단처럼 여론의 박수를 의식한 행동은 아니었는지 그 의도가 매우 의심되는 바이다. /이명호 전 교사·시인

[이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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