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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불출마發 여권 지각변동…황교안 대안론, 대세론 될까

2017-02-01 21:55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일 갑작스런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보수진영이 한순간 유력후보 공백이라는 급변사태에 직면한 가운데, 최근 여권 2위로 급부상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대안론'에 이목이 쏠린다. 범(凡)여권은 그동안 대선후보군 중 중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은 후보가 단 한명도 없는 형국이었다.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30일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결과(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은 13.1%로 전체 2위이자, 범여권에서 유일한 두자릿수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전격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사진=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블로그



이밖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2.8%, 남경필 경기지사가 1.6%를 기록하는 등 한자리수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 후보군에 포함되기 시작한 황교안 권한대행이 출마 의사를 타진한 적이 없음에도 같은 조사에서 8.3%를 기록, 대안론이 더욱 굳어가는 양상이었다.

이런 가운데 설 연휴 직후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반 전 총장을 지지하던 표심이 황 권한대행에게 쏠릴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이후 잠시 동안 '황교안'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순위에 올라 '황교안 대안론'을 실감케 했다.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직후 MBN이 리얼미터에 의뢰,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조사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은 10.5%를 기록하며 3위로 자리매김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1월 3주차 주간집계(16일~20일)에 황 대행을 처음 포함시켜 조사했을 때의 지지율인 4.6%의 2배를 가뿐히 넘고 6위에서 3계단 뛰어오른 것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사진=국무총리실 제공



야권 후보들 사이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 당초 29.1%로 1위였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날 25.4%로 순위는 유지한 채 지분이 다소 줄었고, 5위 후보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4.7%에서 2배 이상 뛴 11.2%로 2위에 등극했다.

3위였던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10.1%에서 9.6%로 다소 하락해 황 대행에게 3위를 내주고 한계단 내려앉았다. 1.6%p 지지율 상승을 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가 9%로 5위였다.

반 전 총장의 옛 지지층은 20.4%가 황 대행에게 쏠렸고, 이후 문재인 전 대표 11.1%, 유승민 의원 10.9%, 안철수 전 대표 9.1%, 안희정 지사 7.6% 순으로 표 이동이 나타났다.

그동안 좌우 사이에서 명확한 스탠스를 정하지 않은 반 전 총장과 달리 황 대행은 법무부 장관 시절 구 통합진보당 해산을 직접 주도한 업적이 있고,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기조를 적극 지지해온 인물이다.

특히 국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야권의 대여(對與) 공세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과정에서 뚜렷한 색채를 나타낸 인물로서 보수표 결집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실제로 당초 반 전 총장에게 큰 기대감을 표했던 새누리당에서는 황 대행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반 전 총장 입국 초기에는 '패권정치 청산'과 '개헌론'에 적극 공감을 표하면서도 노골적인 러브콜은 자제하는 태도를 취했다. 최순실 사태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성과 친박계 실세를 향한 인적 청산을 피력했으며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범보수 빅텐트론에도 일부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정당 입당설이 일 때마다 선을 그으며 '뻣뻣한' 태도를 보인데다, 그를 따르는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추가 탈당 움직임 등이 일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은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겨울엔 미끄러워서 여기저기 다니면 낙상하기 쉬워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다"고 사실상 입당 '최후통첩'을 남겼다./사진=미디어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중순쯤 반 전 총장의 '정치교체' 구호에 대해 "말장난"이라고 지적한 바 있고, 전날 개헌협의체 구성 제안에 "불쑥 해서 '내가 할 테니까 오라'고 하다니, 무슨 힘을 믿고 저러시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고 혹평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제가 제가 최근에 '낙상주의'로 주의를 바꿨다"며 "겨울엔 미끄러워서 여기저기 다니면 낙상하기 쉬워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다"고 뼈있는 농담과 함께 사실상 입당 '최후통첩'을 남겼다.

인명진 위원장은 반면 설 연휴 전후로 황 대행의 지지율 상승을 거듭 거론하며 "우리 당원도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보수세력이 황 대행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며 "당연히 우리 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으면 되는 게 좋겠다"고 구애의 메시지를 보낸 바있다.

추후 황 대행이 반 전 총장의 지지율 대부분을 흡수해 2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한다면 대선에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反)문재인' 개헌연대의 연결고리를 자처해온 반 전 총장의 낙마로, 대선이 종국에 '좌우 대결'로 흘러간다면 문 전 대표 혹은 또다른 더민주 후보를 견제할 보수 단일 후보로서 황 대행의 역할이 막중해질 수 있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된다'는 부담스러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황 대행의 출마 여건이 갖춰지는 셈이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인제 전 최고위원,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



한편 황 대행을 제외한 다른 범여권 후보들도 반 전 총장의 대세가 깨지면서 일부 반사이익을 누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날 리얼미터 조사에서 유승민 의원은 새누리당 탈당 이후 처음으로 4.9%에 근접했고, 남경필 지사 역시 2.0%로 약 두배로 상승했다. 상승폭(0.3%p)은 작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1.2%를 기록했다.

이밖에 새누리당에서 대선 출마를 가장 먼저 선언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충청권 4선 정우택 원내대표, 5선의 원유철 전 원내대표, 4선 조경태 의원, 3선 의원과 경기지사 재선 경력을 가진 김문수 비대위원 등 잠재 후보들도 본격 대권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이날 "젊은 역동성과 추진력으로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온몸을 던질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의 불출마선언으로 마음이 급해졌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잠룡으로 거론되는 정우택 원내대표, 원유철 전 원내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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