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정치 참여는 살면서 가장 잘못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 선언 후 주변 참모들에게 한 말이다. 반기문 전 총장의 밝힌 불출마의 핵심 이유는 "일부 정치인의 태도는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정치교체, 대통합, 반패권을 외치며 전국을 누볐던 20일간의 행보도 막을 내렸다.
반 총장의 중도사퇴는 대선주자 지지율 2위, 보수진영의 기대주였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충격을 던졌다. 반 총장은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보수 대항마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대선 출마 선언이후 곤두박질 친 지지율이 결국 백기를 들게 했다. 반 총장 역시 일찌감치 대선 열차에서 내린 박원순, 원희룡 오세훈, 김무성처럼 지지율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했다.
대선열차에서 내린 이들의 변은 서로 달랐지만 결국은 지지율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6일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원순 시장은 2%대의 지지율이 고착화 되고 대선후보 여론조사 대상에서조차 제외되는 '무시'에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연합뉴스
박원순 시장 측에서는 "정책에서는 많은 준비를 했지만 언론이나 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국민들은 정책보다는 정권교체에 더 높은 관심을 나타냈는데 그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고 시인했다. "내 탓이오"를 인정한 셈이지만 문재인이라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을 자인한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각 진영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확장성이 되레 커졌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비워야 비로소 채워진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지난달 31일 대선 불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원희룡 지사는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중도하차를 선언했다.
원희룡 지사는 "현재 저는 제주도지사로서 제주도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제주도의 현안업무와 대선 출마를 병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면서 "제주도를 대한민국의 보물섬으로 만들기 위해 제주도 현안에 충실하게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평은 '변수가 아니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원 지사의 경우 유승민, 남경필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도 낮을뿐더러 당내 경선 문턱도 넘기 힘들다는 점이 작용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도 새누리당 대표시절 대선 주자 1위를 달렸지만 총선패배로 대표직에서 사퇴한 후 꾸준히 하락했다. 내리막길을 걷던 지지율이 5%대 아래로 떨어지자 김무성 의원 역시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여권성향의 후보 중 2~3위를 꾸준히 유지했지만 4%대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결국 중도하차했다.
정치인들은 민심을 먹고 산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거나 떨어지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낮은 지지율로 완주한다는 건 정치인들에게는 모험이거나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상대 주자와 감정싸움은 물론 상처를 입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도 한다. 대승적인 양보와 자기희생은 때로는 정치적 자산이 되기도 한다.
결국 정치인의 생명은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대선주자의 중도 포기는 남 탓이든 제 탓이든 지지율이 결정의 바로미터다. 분열과 갈등, 증오와 분노의 정치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지금 지지율 1,2위를 달리더라도 민심의 풍향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다음 불출마를 선언할 주자는 또 누가 될지 주목된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