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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후보단일' vs 남경필 '연정론'…다른길 어떤셈법?

2017-02-06 13:20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바른정당의 두 대선주자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 지사가 각자 '범(凡)보수후보 단일화'와 '대연정(大聯政)론'을 놓고 벌이는 신경전이 날이 갈 수록 격화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율 열세를 보이고 있는 남경필 지사 쪽에서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을 포함한 보수후보 단일화를 제안하자 적극 공세를 펴는 양상이다.

유 의원은 '보수정치 부활'을 내걸고 새누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은 불가하지만 대선후보간 단일화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스스로 '안보 보수'를 표방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도 단일화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비겁하다"고 반발해온 남 지사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유 의원에게 보수후보 단일화론을 '해당행위'라며 면전에서 공세를 펴기까지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맨 왼쪽)와 유승민 의원(가운데)이 지난 2일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 출석해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사진=미디어펜



남 지사는 "탄핵을 반대하는 새누리당과 단일화는 우리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보수끼리 뭉쳐서 진보와 겨루자는 것은 이번 선거를 지자는 이야기와 같다"며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유 의원은 말없이 웃으며 전날(5일) 자신이 발표한 청년 창업 공약을 설명해나가며 '무시'로 일관했다. 그러자 남 지사는 "보수후보 단일화에 대해 말씀이 없다"고 물고 늘어졌고 유 의원은 "저는 생각에 변화가 없으면 말씀드리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이에 남 지사는 "새누리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얘기하는 건 해당행위"라고 공세를 피면서 7일 예정된 의원총회 정식 토론안건으로 올릴 것을 요청했고 유 의원은 말없이 자리를 먼저 떴다.

유 의원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난 1일 불출마 선언 이후 여권 2위로 일단 자리를 굳히면서, 추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좌우 양자대결을 펼칠 '보수 단일후보'로의 부상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반(反)박근혜 대표주자로서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로 보수 노선을 재정립한 뒤, 친박계로 향했던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에게 구애하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대구·경북(TK)의 지지세가 저조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고 새누리당 당적도 없지만 여권 1위 후보로 급부상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출마할 경우, 유 의원에게는 보수후보 단일화가 본선에 앞서 '보수 대결'을 펼쳐 지지율을 흡수할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 4일 자신의 '칼퇴근 보장법' 공약 구상과 관련, IBK기업은행 본사를 현장방문해 소속 직원들과 간담회를 나누며 웃음을 짓고 있다./사진=유승민의원실 제공


그러나 50대 기수로의 세대교체·反패권주의·연정 경험을 무기삼은 남 지사가 이른바 '친문 패권주의'와 비(非)패권지대 후보간 대결을 구상하고 좌우 대결 프레임을 극력 거부하고 있다.

'바른정당'(영문명 : Bareun Party)으로 당명을 확정하기까지 '보수'가 포함되는 건 물론, '바른'이 영문 'right'로 적히면 우파를 상징할 수 있다며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함께 반대한 바 있다. '연정 가능한 젊은 후보'로 나서 수도권과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유 의원과 남 지사 각각 친북좌파 패권주의 주자로 문 전 대표를 지목해 동시에 겨냥하고는 있지만,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셈법이 엇갈리면서 파열음을 키우는 모양새다.

유 의원은 규제완화 기조와 창조경제 등 박근혜 정부 정책에 "건질 건 건지자"며 우클릭으로 회귀하는 한편, 남 지사는 연정을 내세워 좌측에도 문호를 개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보문제에서도 전자는 한미동맹 강화에 못박았고, 후자는 진보좌파 노선과 부합하는 자주국방과 균형외교에 초점을 맞췄다.

남 지사 표 연정론은 더민주의 50대 기수인 친노계 안희정 충남지사와도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론은 범여권 정당을 청산 대상으로 규정한 같은당 주자 문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연정론에 대해 호평을 내놓은 새누리당을 향해 공격성 발언을 쏟아내는 남 지사의 행보는 스스로 '스텝이 꼬이는' 격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폐지 공약 관련 현장의견 청취를 위해 지난해 12월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경기도주식회사' 1호점 개소식에서 중소기업 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사진=남경필 지사 페이스북


정진석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안 지사의 제안에 "인상적"이라며 "이들(안 지사와 남 지사)은 패권과 독점 대신 분권과 분점을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를 관통하는 중심 아젠다는 연정과 세대 교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지를 보냈다.

바른정당에서도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이 이날 "안 지사의 대연정은 의미가 있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정치권의 대연정이 필요하다"고 페이스북에 적어 연정론에 힘을 실었다.

다만 정진석 전 원내대표와 김영우 국방위원장 모두 2·3위권 대선주자인 안 지사에 초점을 맞춰 발언한 것으로, 남 지사 표 연정은 선명성을 잃었다는 관측이다. 이들이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로 패배를 예상하고 안 지사 표 연정론에 손을 내민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지도부가 유 의원과 남 지사 모두 거부한 '대선 전 개헌' 없이 연정은 없다는 입장까지 내면서 남 지사는 더욱 고립되는 양상이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대선 전 개헌 없이 연립정부 구성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사진=미디어펜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더민주에서 대연정론을 제기했는데, 결론적으로 우리 헌법에 없는 제안이자 본말전도된 정치공학적 접근"이라며 "개헌 전제가 없는 연정론은 현실성 없고 정치 불신과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1987년 헌법은 대통령을 창출한 여당이 국정을 책임있게 이끌라는 대통령 중심제다. 이념과 철학이 다른 정당끼리 연립정부로 집권하는 건 명시하지 않고 있다"며 "차기 대선 이전에 분권형 개헌을 이룬다면 연정 논의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정치권에서도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직선제와 독일식 내각책임제를 결합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 지사가 유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는 건 지지율 상승을 꾀하기 위한 의도적 '노이즈 메이킹' 전략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추후 좌우 양자대결 구도조차 형성하기 어렵게 하는 패착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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