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이 미국에서 올해 첫 선박 수주 계약을 따내긴 했지만 경영정상화를 향해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4월까지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 자구계획을 통해 자금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급선무다. 그래야 4월부터 11월까지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9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조원이 걸린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에 대한 드릴십(원유시추선) 인도 지연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별도 채무 재조정 또는 산업은행의 유동성 지원이 없으면 대우조선해양은 부도 등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릴 전망이다.
13일 조선업계와 금융당국, 채권단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4월21일 4400억원, 7월23일 3000억원, 11월29일 2000억원 등 총 9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에 인도하지 못하고 있는 1조원 규모의 이동식 시추선(드릴십) 2척이다.
애초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말까지 배를 인도하기로 했지만, 이 기간이 이후 9월 말, 11월 말, 올해 1월 말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가 4월 이전에 배를 인도한다는 것을 목표로 소난골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오는 2019년까지 총 6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이행하겠다는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2조5000억원 규모를 이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이행한 1조6000억원보다 9000억원가량 규모를 대폭 늘려잡은 것으로, 구조조정 2년차에 접어든 올해도 작년 못지않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의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지난해 임직원 수를 2000명 가량 줄인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도 2000여명의 인원을 추가로 감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1만1200명인 직영 인력은 올해 말까지 8500명으로 줄일 방침이다. 특히 총 2000명 가량으로 잡고 있는 지원조직 분사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해 말 사내 정보통신시스템을 담당하는 ICT 부문 150명 분사로 시작했으며, 연구소 일부 부서와 생산지원 조직을 추가 분사할 예정으로 2~3개월 안에 추가 분사를 끝낼 방침이다.
거제 대우조선 조선소 전경 / 대우조선해양 제공
지난달 200여명, 이달 330여명 등 사무직 임직원 총 4700명이 일년간 한 달씩 돌아가며 쉬는 무급휴직을 실시한다.
대우조선해양은 5000억원 안팎의 자산 매각도 추진한다. 여기에는 당산 사옥과 마곡 부지, 거제 사원숙소 매각 등이 포함됐다.
올해 수주 상황을 봐 가며 플로팅 독(dock·선박 건조대) 매각 등 시설 감축도 검토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목표는 총 55억달러로 정도다. 부문별로는 상선 30억달러, 해양 15억달러, 특수선 10억달러다.
현재로선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이 오는 4월까지는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채권단 지원 금액 1조원이 아직 집행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릴십 인도, 사옥 매각, 인력 감축 등을 통한 자구안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오는 4월 회사채를 갚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이 회사채 만기 상환에 실패하면 개인투자자들까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난골 드릴십 인도 문제가 잘 풀리면 유동성이 바닥나는 시점을 뒤로 미뤄 시간을 벌 수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수주가 회복되면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한 선순환 구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지만 자구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청산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사 규모를 줄이고 자금을 만들어 조선업황이 나아질 때까지 최대한 버텨야 한다"며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을 더 절박하게 해야 하는데, 자구계획 이행이 얼마나 이행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