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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상법개정 공포' 확산…또다른 '기업 옥죄기' 논란

2017-02-14 11:29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재벌개혁을 골자로 한 대표적 경제민주화법인 '상법 개정'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상법 개정안은 소액 주주 권리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재벌을 개혁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그간 논란이 된 상법 개정안의 일부가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후보추천권 부여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5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14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제도들은 대체로 이사회 독립성 확보와 소액주주의 권한 강화를 통해 대주주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데 집중된다.

이에 재계에서는 상법개정안이 대주주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만일 국내 대기업이 헤지펀드에 장악되기라도 한다면 큰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될 이사'를 별도 주주총회에서 분리 선임토록 하고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는 대주주가 아무리 많은 주식을 갖고 있어도 의결권을 3%로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전체 이사를 주주총회에서 일괄적으로 선임해 왔다. 이들 가운데 감사위원회 위원이 될 이사는 별도의 주주총회를 열어 다시 선임하되 이때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개정안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될 이사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강화한는 데 목적이 있다. 

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가 선호하는 이사의 선출 가능성을 높이는 이사 선임방식으로 1998년 개정된 상법에서 도입됐다.

현행법은 집중투표제를 원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 의결로 정관을 변경해 도입을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상당수의 기업들은 정관 변경을 통해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셈이다.

모회사 소수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다중대표소송은 소송 가능 범위를 주주가 직접 주식을 가진 회사뿐만 아니라 자회사, 손자회사 등 다른 회사들까지 확대한 게 핵심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주회사 형태를 취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이 75%가 넘는다. 때문에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다수 기업이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대상에 오르게 된다.

개정안에는 이 외에도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사주조합에 사외이사 후보추천권을 부여하는 등 사외이사 선임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외이사 선임 시 최대주주의 참여를 제한하고, 사외이사의 결격요건을 강화하며, 우리사주조합·소액 주주 추천 각 1인을 의무 선임토록 했다. 소수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를 늘릴 수 있는 '전자투표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 제도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한 대기업의 주주총회 현장 / 연합뉴스


정치권은 상법 개정안의 2월 국회 처리를 추진하면서, 재벌의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계 인사들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 헤지 펀드들의 공격에 의한 국부유출이 우려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환경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경제민주화 달성보다 한국이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며 상법 개정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주장이다.

한경연이 지난 12일 발표한 '상법개정안의 다섯 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에 따르면 먼저 현행 일괄 선임제도보다 대주주 의결권 제한의 효과가 강화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에 과련해서는 외국계 투기자본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투기자본이 이른바 '지분 쪼개기'로 3% 제한을 피하며 모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대주주보다 주식을 적게 보유하고서도 자식들의 이익을 대변할 이사를 다수 선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경연은 과거 소버린과 SK 경영권 분쟁 당시 SK주식 14.99%를 보유한 소버린이 지분을 5개로 쪼개 각 2.99%씩 보유하게 하고 모든 의결권을 행사한 반면 SK 최대주주는 의결권 행사를 3%밖에 할 수 없었던 사례를 제시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해외 기업사냥꾼의 놀이터'로 전락할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일본 등 20여 개국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으나 개정안처럼 의무화하는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 3개국뿐이다. 미국은 기업사냥꾼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부작용을 경험하자 대부분 임의 규정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이어 한경연은 지금도 전 세계 국가 중 한국이 가장 강력한 형태의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를 더 강화하면 우리나라 지주회사 체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 한경연은 우리사주 조합에 사외이사 선임권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특정 집단에 속하는 주주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으로, 회사법의 기본 원칙인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전자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는 소수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가 현격히 증가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국내 기업에서 실제 전자투표로 행사된 주식 비율은 1%대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여야는 지난 9일 상법개정안 가운데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 소송제 도입' 등은 전향적으로 처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 등 대기업은 재무팀과 법무팀을 중심으로 상법 개정 동향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은 대주주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며 "정부가 과도한 입법으로 기업 활동을 옥죄면 안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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