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이 17일 결국 발부되자 삼성의 경영활동에 비상이 걸리면서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번째 구속영장 심사를 앞둔 16일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도착한 모습. / 연합뉴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집단을 대표하는 삼성이 이번 사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다"며 "총수 공백은 경영활동에 큰 지장을 주고 심각한 기업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의 리스크가 다른 대기업 등 국가경제 전체의 리스크로 옮겨가지 않도록 법원이 현명하게 결정을 내려주길 바랐지만 우려가 현실화 돼 착잡한 심정"이라며 "나머지 기업에 대한 수사까지 이어질 경우 재계 전반에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더이상의 특검 여파는 없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재계는 다음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SK, 롯데, CJ, 포스코 등 다른 대기업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특검은 지난 14일 남은 수사기간을 고려할 때 다른 대기업 수사는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사 기간을 연장한 뒤 다른 기업 수사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은 이달 28일로 끝나지만 기간이 연장될 경우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한 특검이 수사 기간까지 연장하게 되면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 강도도 이전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특히 법원이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까지 모두 뇌물로 간주했다면 다른 출연 기업도 조만간 수사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송금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돌려받아 면세점 사업 등 현안에서 선처를 바라고 자금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면세점 신규 특허와 미르재단 등에 대한 출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SK그룹와 CJ그룹은 각각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바라고 자금을 제공하거나 정부 시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최태원 회장에 관해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리 사면 사실을 알려줬다고 검찰 수사 때 진술해 대가성 논란이 일었다.
SK는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특검 수사가 최태원 회장에게까지 확대되면 올해 경영활동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SK는 지난 2015년 8월 최태원 회장이 사면받을 당시에는 미르·K스포츠재단은 언급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전혀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J도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8월 특별사면을 받은 정황과 관련해 대가성이 있었다고 보기 매우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순실 씨 측이 임원 인사 등 여러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불거진 포스코 역시 특검의 향후 수사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법리 공방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계에서는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최대 기업집단 삼성이 총수 구속으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 결정에 대해 "경영계는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총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1.7%,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라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남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칫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해외시장에서 어렵게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면서 "기업들이 수출과 경제 회복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조속히 혼란스러운 정국이 안정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