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하였고, 1년 후인 2014년 말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을 위헌정당으로 판결함으로써 통진당은 해산되었다. 하지만 통진당 세력들은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과거 통진당이 기도했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고, 나아가 통진당 자체의 '부활'까지도 꾀하고 있다.
정부의 통진당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는 대한민국 헌법에 근거하고 있다. 헌법 제8조제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란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사법권의 독립 등"을 의미한다(헌재 1990.4.2. 89헌가113; 2001.9.27. 2000헌마238).
이 글에서는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라는 관점에서 통진당이 지향하는 경제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에서 사용된 통진당 관련 인용문은 통진당의 당헌과 강령 및 강령해설집, 재선공약해설집 등에서 인용한 것들이다.
우선 통진당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통합진보당은 계급투쟁적 시각, 전체주의 시각에서 현실을 진단하고 있다. 통진당의 강령 및 강령해설집을 보면 "자본주의 극복" "일 하는 사람이 주인 된 세상" "소수 특권 세력들이 주인행세" "분명 거꾸로 된 사회이다. 대다수 일하는 사람들은 소외받고 지배받고 착취당하면서 이 사회의 주인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권리를 향유하고 있지 못하다." 등등의 표현이 나온다.
이런 표현들이 나타내는 바는 통진당이 계급투쟁적 시각에서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개인 이기주의를 반대하고 공공적 이익과 사회적 집단의 단결과 단합의 가치를 앞세우며"라고 하면서 개인을 집단 속에 매몰시키는 전체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전체주의적 시각은 북한헌법 제81조 후반부 "공민은 조직과 집단을 귀중히 여기며 사회와 인민을 위하여 몸바쳐 일하는 기풍을 높이 발휘하여야 한다"는 것과 비교될 수 있다.
제14차 퇴진행동 주최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플래카드와, 구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민중연합당의 '이석기 석방' 촉구 홍보차량이 나란히 위치한 모습이 포착됐다./사진=미디어펜
계급투쟁적, 전체주의적 시각에서 우리의 현실을 진단하는 통진당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당연히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를 해체하고 그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추구한다. 물론 통진당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사회가 사회주의라는 점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래에서 보듯이 사적 소유와 시장경제 대신 국유와 공유, 프롤레타리아에 의한 경제의 조종과 통제를 우선시하는 등 사회주의 지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통진당은 국유화와 공유화를 우선하고, 사적 소유는 규제하고 최소화하고자 한다.
"금융, 통신, 교통, 에너지, 공공서비스 등 국가 기간산업을 공기업화"하고 "은행, 통신, 정유회사, 담배인삼공사 등 (이미 민영화된) 기간산업의 재공기업화…다음으로 대학, 병원, 보육, 요양, 사회복지관, 주택건설 등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회서비스시설의 국공립화…공적 자금을 투자한 은행은 국유화"한다고 하고 있다. 이는 북한헌법 제20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생산수단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한다"는 내용과 비교될 수 있다. 즉, 북한에서 모든 생산수단이 국유 혹은 공유인 것처럼, 통진당 또한 대부분의 주요 산업들의 국유화 혹은 공유화를 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통진당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4%로 하향"하고 "은행 이사의 국적 제한" "외국자본이 통제하고 있는 은행들에 대해서 지분 소유 한도를 설정" 하는 등 국내 자본과 외국 자본을 실질적으로 은행 소유로부터 배제시킨 후, "정부 지분과 우리사주를 포함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주주 집단 형성"을 통해 은행의 실질적 국유화를 지향한다.(대선공약해설집)
또한 KT의 경우 연기금과 공적자금을 사용하여 정부가 최대주주가 되고, SKT의 경우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우리사주조합 등을 활용하거나, 공공기관의 재원을 통하여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하여 통신산업의 국유화를 추구한다. 나아가 "정유회사의 경우 국민연금이…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이를 지렛대로 공적기관에서 매입"을 함으로써 국유화를 추진한다. 재벌을 해체하고 재벌들의 주요 기업들을 국유화하고자 한다.(대선공약해설집) 통진당의 이석기는 "재벌은 해체가 맞다"고 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확대가 '연기금 사회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있다. 위에서 보듯이 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이미 통진당 등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자들은 국민연금을 통한 국유화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경우도…예산지원확대를 위해서 공공화"함으로써 국유화를 추진한다. 또 "어린이집, 노인장기요양시설, 사회복지시설 등의 민간시설이나 위탁형태를 정부, 지자체가 상당부분 매입하거나 직접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이 부분에서의 국유화도 추진한다.(대선공약해설집)
이 뿐만이 아니다. 통진당은 주택과 토지와 관련해서도 민간의 소유를 억제하고 국유화를 지향한다. 즉 "재벌 소유 부동산 과세특례 폐지…업무관련성이 있다 하더라도 재벌 소유의 부동산 임대소득은 법인세 과세 공제대상에서 제외"하고 공공택지를 매각하는 경우 선매권을 행사하되 지자체->정부->공공기관 순으로 선매권을 행사하고 "재벌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소유제한을 강화하고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판단될 경우 지자체->정부->공공기관 순으로 선매권 행사"하여 부동산 국유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토지, 주택소유자에게 주어진 현재의 이용용도와 용적률은 인정함. 다만 향후 용적률의 증가 등 공공정책, 도시계획 등에 의한 개발권리의 증가와 이에 기인한 가치증가분은 공공이 권리를 행사"하며, "공공택지개발을 위해 강제수용한 택지의 분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공공기관소유로 하고 민간에는 장기임대"하며 "예외적으로 공공택지를 분양할 경우에는 환매수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가 선매권을 행사" 하며, "도심재개발 사업에서 민간조합에 의한 택지의 강제수용을 금지하고 해당 주택, 토지에 대해서는 국가가 선매권을 행사"한다고 함으로써 국유화를 추진하고자 한다.(대선공약해설집)
농지도 예외가 아니다. "비농민 소유 농지를 공시지가로 국가 매입하여 농민에게 지급"하고 "투기성 농지는 심사 후 국가수용"한다고 함으로써 농지도 국유화를 추진하고자 한다.(대선공약해설집)
이렇듯 대부분의 산업과 주택, 토지, 사회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국유화를 추진하고, 국유화하기 곤란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안적 소유구조"라는 이름으로 협동조합, 노동자 자주관리, 사회적 기업 등을 통해 공유화(집단적 소유화)한다. 여기서 "대안적 소유구조"란 사회적 소유 혹은 집단적 소유 혹은 공유를 의미한다. 일례로 노동자자주관리 기업에서 생산수단은 해당 기업 근로자들의 집단적 소유가 된다.
노동자자주관리 기업이란 구소련 체제하의 유고에서 실시되었던 체제로 노동자들을 명목상 기업 경영의 주체로 만들었으나, 철저하게 실패했던 제도이다. 이 제도는 시장의 기능을 인정한 상태에서의 사회주의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일종의 시장사회주의이다. 이러한 "대안적 소유지배 구조"는 북한헌법 제22조 "사회협동단체 소유는 해당 단체에 들어 있는 근로자들의 집단적 소유이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양심수'라고 지칭하며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촛불집회때마다 등장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반면에 사적 소유는 최소화하고 유명무실화시켜 버린다. 통진당은 "계열분리명령제"를 도입하여 민간기업인 재벌의 재산권을 강제로 박탈하고, 재벌을 해체시키고자 한다. 또한 "토지 및 주택의 공개념 강화" "토지와 주택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면서도 공익을 위해서 사용권, 수익권, 처분권 등 일부 소유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소유권의 직접 박탈은 하지 않지만 소유권의 행사에 광범위한 규제를 가함으로써 사실상 소유권을 유명무실화시켜 버린다.
이런 식으로 국유화와 공유화를 달성하는 한편 기업과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서는 시장과 사적 자치 대신 집단적 의사결정을 통한 조종과 통제를 우선한다고 하고 있다. 즉 통진당은 사적 자치와 시장을 최소화하고, 그 대신 집단적 의사결정, 실제로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통한 전체 경제의 계획과 조종을 우선시하는 사회주의를 지향한다.
통진당은 "기업 경영과 국가 경제정책 결정과정에 노동자와 시민 참여를 보장해 자본중심이 아닌 노동자 시민과 함께하는 경제를 실현"(강령해설집)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북한헌법 제33조 "국가는 생산자 대중의 집체적 힘에 의거하여 경제를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관리운영하는 사회주의 경제관리형태인 대안의 사업체계"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통진당은 "국민연금 등 각종 노동자 연기금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참여를 강화하고…자본 중심이 아닌 노동자 시민이 함께하는 경제를 실현한다"고 하고 있다. 이는 막대한 규모의 연기금을 바탕으로 기업들을 실질적으로 국유화하여 전체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른바 '연금 사회주의'로의 길을 밝히고 있다.
통진당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동원하여 기업과 금융, 주택, 토지 등을 매수하여 직접적인 국유화를 추구하는 것은 물론, 기업에 투자한 주주로서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간접적이지만 실질적인 국유화도 추구하고 있다. 즉 "100개 이상의 우량 대기업에서 국민연금은 최대 또는 2~3대 대주주이므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필요하며 사전공시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연기금을 통한 주요 100대 우량기업의 국유화 및 연금을 통한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통한 국유화와 전체 경제에 대한 통제와 조종권한을 확보하는 한편, 이 연기금에 대한 민중의 통제권을 확보함으로써 민중이 전체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경제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시적 소유권과 개인의 자치 및 시장을 강력히 통제하고 유명무실화하는 반면, 주요 산업과 대부분의 생산수단과 사회서비스를 국유화 혹은 공유화하며, 기업 경영과 국가의 경제정책 결정을 민중이 집단적으로 행하는 체제는 사회주의 체제 이외에 달리 생각할 수 없다. 특히 통진당의 강령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인 사회"를 보면 일하는 사람들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장악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즉, 이들이 말하는 노동자들의 참여는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노동자들에 의한 정치, 경제의 지배를 의미한다. 이는 바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 체제에 다름 아니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이 글은 2월 13일 자유경제원 주최 '통진당의 위헌적 경제관:사회주의 지향' 연속세미나에서 권혁철 지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의 발제문 전문이다.)
[권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