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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지금] '전경련 딜레마·이재용 구속' 빗장 풀린 재계

2017-02-18 08:33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이 17일 결국 발부되자 삼성의 경영활동에 비상이 걸리면서 긴장의 끈을 다소 늦추고 있던 다른 대기업들과 재계는 충격과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그동안 특검수사에서 거론됐던 SK·롯데·CJ·포스코그룹 등이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당초 특검은 삼성 외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놨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대기업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법원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재계는 특검의 1차 수사기한이 이달 28일로 끝나지만, 만약 기간이 연장되면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원이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까지 모두 뇌물로 간주했다면 다른 출연 기업도 수사의 칼날을 쉽게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은 총 53곳으로, 대표적인 기업은 SK, 롯데, CJ, 포스코 등이다.

SK그룹과 CJ그룹은 각각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바라고 자금을 제공하거나 정부 시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태원 회장에 관해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리 사면 사실을 알려줬다고 검찰 수사 때 진술해 대가성 논란이 일었다.

CJ는 현 정부 최대의 피해자로서 4년 내내 검찰, 국세청, 공정위의 수사와 고발, 재판으로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못했지만, 현 정부에서 사면받았다는 이유로 수상 대상에 오른 것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관련 특혜를 얻었다는 의혹을 받는 롯데그룹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관 모금을 통해 최순실 씨가 설립을 주도한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각각 17억 원(롯데케미칼), 28억 원(롯데면세점)을 출연했다. 

지난해 5월 말에는 K스포츠재단의 '하남 엘리트 체육 시설 건립' 계획에 70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검찰 압수수색(6월 10일) 하루 전인 6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에 걸쳐 돌려받기도 했다.

최순실 씨 측이 임원 인사 등 여러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불거진 포스코도 특검의 향후 수사 동향을 주시하며 법리 공방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전경련 회관 전경


◇ 전경련 차기회장 선출 '깜깜'…내주 윤곽 나올 듯

16일 SK그룹이 LG그룹과 삼성그룹에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공식 탈퇴하면서 현대차그룹을 제외하고 4대 그룹 중 3곳이 전경련을 완전히 떠났다.

설상가상으로 전경련의 운명이 달린 차기 회장 선임 문제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이대로 해체 수순에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비공개로 진행된 이사회에서는 차기 회장 내정 여부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선 이사회 직후 차기 회장을 공식 선출하는 정기총회를 24일 소집하겠다고 공지하면서, 차기 회장 내정자가 이미 정해졌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내주 열리는 정기총회는 새 회장을 공식 추대하는 자리인 관계로 회장 내정자가 있다면 그동안 관례에 비춰볼 때 내주 초중반께 발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유력한 후보로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거론돼 왔다. 이날 회장단 중 유일하게 이사회에 참석한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등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을 비롯한 전경련 회장단이 최근 손경식 회장을 추대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손경식 회장이 고심 끝에 수락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말 허창수 회장과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퇴진을 앞둔 가운데 전경련이 만약 끝내 후임자를 찾지 못하면 '비상 체제' 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순실 사태' 여파 속에 개별 기업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전경련 부회장단에서 차기 회장을 맡겠다고 나설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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