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한화·교보생명 ‘빅3’ 생보사들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한화·교보생명 ‘빅3’ 생보사들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미디어펜
금융당국과 생보사가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둘러싸고 ‘기싸움’을 벌인지 2014년 이후 3년 만에 결정되는 이번 최종 징계수위에 업계는 촉각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제재수위에 따라 기관의 인허가 취소부터 대표이사의 해임권고 등 중징계를 포함하고 있어서다.
생보 3사는 금감원의 최종 제재 결정을 막판까지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종 징계 결과에 따라 향후 치열한 법리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취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입장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민사적으로 소멸시효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보험업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일관성 있게 시정조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의 ‘소멸시효가 인정 된다’는 부분과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 사안이다”며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할지 여부는 회사가 결정할 문제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법상 보험금지급 행위는 청구시점에서 행위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보험법에 명시돼 있는 대로 약관상 지급의무에 대한 책임은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보험금 청구시점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선 용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되 소멸시효가 지난 건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당국이 기존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자살보험금 미지급을 둘러싼 공방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험금청구 소멸시효 2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지급되지 않은 자살보험금 규모는 삼성생명 1606억원, 교보생명 1134억원, 한화생명 1050억원 등 총 3792억원에 달한다.
생보 3사는 미지급 자살보험금 중 일부를 지급한 상태다. 삼성생명은 금감원이 첫 보험금 지급권고를 내린 2014년 9월 5일부터 2년의 소멸시효를 계산해 2012년 9월 6일 이후 청구가 들어온 건에 대해 400억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체 미지급 보험금의 25%에 해당한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역시 2011년 1월 24일 이후 청구가 들어온 건에 대해 각각 167억원, 16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미지급 보험금의 15%에 불과하다.
생보 3사가 일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으나 당국의 제재를 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거세다. 전체 미지급 건에 대한 결정이 아니라 보험업법 개정으로 금융당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진 2011년 1월 24일 이후 건에 대해서만 지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관계자는 “똑같이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 당국의 제재 근거가 마련된 시점의 건은 지급을 결정하고, 그 이전 건에 대해선 지급을 하지 않는 행위는 고객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는 막판까지 결정을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중징계 수위가 내려질 경우 치열한 법리공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자살보험금 미지급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