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고 있는 재계의 시름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법’ 개정안이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노믹스’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 ‘소비절벽’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는 좌불안석이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할 경우 기업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다. 이에 경제단체들와 재계는 정치권의 합리적인 법안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권이 ‘포퓰리즘’으로 졸속 입법을 강행할 경우 되돌리기 어려운 파장이 예상된다. 미디어펜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이 불러올 영향을 4회에 걸쳐 심층 분석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상법, 잘못 건드리면 ‘메가톤급 폭탄’
②삼성·현대 '핵심기업' 외국자본 놀이터 되나
③공정거래법, 기업 체력보강·체질 개선부터 고려해야
④포퓰리즘에 새카맣게 속타는 재계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연합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성난 민심 잡기에 급급한 대선주자들이 '강력한 재벌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대기업 때리기에 나섰다. 세부적인 방법에만 차이가 있을뿐 대부분의 공약이 비슷하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 사이에서 반기업 정서를 조장하고, 대기업 생존 위협하는 보여 주기식 법개정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력한 재벌 개혁'…성난 민심 달래려는 대선주자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최근 계열사 일감을 몰아받기 위해 재벌총수 일가가 개인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정의 공약을 내놨다. 유 의원은 또 재벌총수 일가와 경영진에 대한 사면·복권은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고 강조하는 한편, '갑을관계'를 근절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손질하고, '공정거래 관련 법령의 집행강화를 위한 특별법'까지도 제정하기로 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삼성그룹·현대자동차그룹·SK그룹·LG그룹을 정면 겨냥한 ‘4대 재벌 개혁’을 들고 나왔다. 문 대표는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해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고 노동자추천이사제 등의 감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키는 동시에 금산 분리, 지주회사 요건 강화, 징벌적 손해 배상제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예 "극단적인 조치를 통해 재벌기업을 재벌가문으로부터 분리시켜 지배권을 박탈해야 한다"며 '재벌체제 해체'를 내세웠다. 대기업 불공정 행위에 법정 최대 제재를 적용하고 부당 내부 거래에 대한 배임죄를 적용하는 등 엄격한 처벌을 강조하는 이 시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냥해 ‘이재명식 리코법’(조직범죄재산몰수법) 제정도 예고했다. 그는 특히 법인세를 22%에서 30%까지 올리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재벌 지배 구조 통제 강화. 부당 이득 환수 및 일감 몰아주기 제재,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등을 앞세운 재벌 개혁을 약속했다. 안 전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제검찰’ 역할을 다하도록 개혁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기업 불공정 관행을 조사해, 발견시 엄벌하고 필요할 경우 계열 분리 명령 같은 강력한 제재 조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겠다는 얘기다.
◇반기업 정서에 기댄 '포퓰리즘'…산업 전반 침체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대선주자들의 이 같은 재벌 개혁 공약들이 반기업 정서에 기댄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대내외 경제 위기 속 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지나친 ‘대기업 옥죄기’는 산업 전반의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대기업들은 그야 말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최순실 게이트'가 더해지면서 정부와 기업 간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데다 대선주자들까지도 재벌 개혁이라는 명목 아래 규제의 칼날을 들이 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자국기업 보호주의’로 선회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만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등 주요 경제 선진국들은 최근 '기업 기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감세와 규제완화 등 잇당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규제만을 강화할 경우 우리나라는 정말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유력 대선 후보들도 반기업 정서를 앞세우며 기업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고 우리 사회에 또다시 '기업 때리기' 열풍이 불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경제를 파괴하면서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선진 정치의 모습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정치 실패를 반성하고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규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