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관련해 또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눈으로 “레이저”를 쐈다며 그게 대단한 뉴스거리인 양 떠들고 있는 것이다. “기자를 부적절하게 쳐다봤다”, “노려봤다”, “질문에 불성실히 대답했다” 온갖 헛소리로 중언부언하며 우병우 전 수석을 비판하는 논조의 기사를 써놨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괘씸죄’다. 다들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이런 말이다. “죄인이라 지목 당한 네 놈이 어딜 감히 눈을 치켜뜨고 노려보는 것이냐!”
대한민국, 아니, 무죄추정의 원칙과 같은 근대 사법원칙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전근대적 나라이니 그냥 ‘조선’이라 칭하자, 이 조선땅에서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순간 죄인처럼 행동해야 한다. 실제 죄가 있건 없건, 사법절차를 통해 그 죄가 확정되었건 그렇지 않건, 적법한 수사나 근거가 있어 죄가 확실시 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일단 누군가가 ‘저 사람이 마녀다!’라 소리치는 순간 그 사람은 마녀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화형대에 올라간 마녀는, 이 조선땅의 지엄한 국민여론법에 의해 결백할 지언정 고개를 푹 숙이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따위의 상투적인 발언을 하며 굽신거려야 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마녀는 심판을 받는다. 마녀사냥에서 화형대에 오른 여인은 둘 중 하나다. 죄를 자백하고 죽은 마녀, 또는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다 죽은 지독한 마녀.
그런데 감히, 이 우병우라는 작자는 죄인이라 지목되었음에도 그 당당함을 잃지 않고, 오히려 “네 죄를 고하라”라는 엄포에 맞받아치기까지 한다. 게다가 무려 기자 나으리께서 국민의 뜻을 등에 업고 질문을 했는데, 감히 비협조적인 자세로 기자를 노려보기까지 했다. 어찌 이 조선땅에서 이런 아니꼬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병우 전 수석이 자신의 무죄와 결백을 주장하고 있음에도, 어쩄든 여론이 화가 났으니 카메라 앞에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죄를 뉘우치기라도 하는 양 흉내를 내야 하는 게 조선의 법도다. 그래서 기자가 “이번에 구속되면 마지막 인터뷰일 텐데 한 마디 해달라”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해도 감히 눈조차 마주치지 말고 고개 푹 숙이고 있어야 한다. 우병우 전 수석은 무례한 질문을 한 기자를 쳐다본 죄로 또 “레이저” 논란을 일으키며 공격받게 되었다.
한편,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은 결국 기각되었다. 혐의와 구속사유를 입증할 만한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원재 자유기고가
우병우의 레이저 논란과 구속영장 기각./자료사진=연합뉴스
[우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