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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귀족노조' 과보호…노동시장 양극화의 진실

2017-02-25 10:0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한국경제 진실 보고서 :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상)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 속에서도 다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분명 우리 사회의 큰 적폐다. KDI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4.2, 중소기업 정규직은 52.3,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4.6에 그친다. 

물론 중소기업보단 대기업의 경쟁력이 더 뛰어나고, 비정규직보단 정규직 중에 숙련노동자가 더 많으므로 어느 정도 차이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능력 외적인 요인’에 의해 촉발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그에 따른 양극화는 대기업의 정규직 노조에 대한 법적 과보호에 의해 심화되었다. 우선 우리나라는 아프리카의 말라위와 더불어, 파업 시 사측의 대체 인력 투입이 원천 금지된 세계 유일의 국가다. 

미국에선 일시적 대체 근로는 물론, 임금 인상을 위한 '경제적 파업’의 경우 참가자가 복귀를 거부하면 영구 대체까지 가능하다. 독일, 프랑스에선 신규 채용이나 도급을 통한 대체 근로가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일본에선 이에 더해 파견 근로자 투입도 허용돼 있다. 사실상 노조의 천국이다.

파업은 쉽고 해고는 어려우니 대기업 노조는 자신들의 생산성을 뛰어넘는 지대를 추구하기가 쉬워진다. 귀족노조는 그렇게 생겨난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우리나라는 파업 시 노조의 사업장 점거를 허용하고 있어, 파업불참노동자를 활용한 공장 가동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조법 상 생산시설에 대한 점거는 금지돼있지만, 노조가 사업장을 점거하면 생산시설에는 접근할 수 없으므로 사실상 무용지물 규정이다. 

이는 선진국들이 파업을 사업장 밖의 일정한 장소에서 열게 하고, 노조 사무실 자체도 사업장 밖에 두도록 한 것과 대비된다. 파업 참가자는 사업장 밖에서 인원수와 장소의 제한을 받으며 피켓 시위에 임하고, 파업불참노동자와 대체근로자는 이 피켓라인을 가로질러 사업장으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 선진국들의 파업 모습이다.
 
또한 우리 노조법은 사용자의 직장폐쇄조차 '파업 중일 때’ '행정관청과 노동위에 신고한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의 사업장 점거가 허용된 상태에서 직장폐쇄를 파업 전에 진행할 수 없다면, 도대체 직장폐쇄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대부분의 국가에선 파업 시 사업장 점거가 금지돼 있는 탓에, 파업과 직장폐쇄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여기에 정규직에 대한 해고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수준이다. 일반해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 규정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데다, 해고비용(해고예고비용+해고수당비용)은 주요 39개국(OECD 35개국+BRICs) 중 4위에 달할 정도로 높다.
 
혹자는 정리해고가 많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평소에 일반해고가 어려우니 풍선효과처럼 늘어난 탓이 크다. 일반해고는 법률상 명확한 기준이 없어 함부로 사용했다간 산별노조의 대규모 파업과 정치 쟁점화, 지난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해고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큰 위기가 닥쳐서야 비교적 기준이 명확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것이다. 희망퇴직과 같은 기형적 해고 역시 일반해고에 뒤따르는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그에 따른 양극화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대한 법적 과보호에 의해 심화되었다. 우리나라는 아프리카 말라위와 더불어, 파업 시 사측의 대체 인력 투입이 원천 금지된 세계 유일의 국가다./사진=연합뉴스



결국 파업은 쉽고 해고는 어려우니 대기업 노조는 자신들의 생산성을 뛰어넘는 지대를 추구하기가 쉬워진다. 제 7부 '경제적 양극화’ 편에서도 밝혔지만, 한국 대기업 노동자들은 미국, 일본의 대기업 노동자들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받는다. 그럼에도 정작 세계 500대 기업(이익 기준)에 속하는 한국 기업의 수는 미국, 일본보다 압도적으로 적다. 벌어들인 것은 적으면서 임금은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이다. 

경제 규모는 한정돼있는데 누군가에게 능력 이상의 고임금을 줘야 한다면, 누군가에겐 능력 이하의 저임금을 줘야 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사내하청과 같은 비정규직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이다. 귀족노조의 탄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지킨다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하나같이 비정규직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법적으로 기간제/파견 근로자에 대해서는 2년 이상 사용하면 정규직 전환이 의무화되어 있다. 그런데 기업들 입장에선 이들을 해고가 쉽지 않은 정규직으로 전환하기가 꺼려진다. 애초에 정규직에 대한 해고 부담 탓에 비정규직을 고용한 것인데, 2년 뒤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다 보니 그 전에 이들을 해고하는 관행만 생겨났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OECD 평균 대비 유독 짧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파견 근로자의 경우 사용 가능 업종이 32개로 제한되어 있다. 인력 수요가 특히 많은 제조업은 아예 여기서 제외돼 있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사내하청의 형태로 다른 기업에 도급을 주는데, 원청의 업무지시와 안전조치가 있다는 이유로 매번 불법 파견 논란에 휘말린다. (파견법상 도급 과정에서 원청의 개입이 있을 경우, 불법 파견으로 본다.) 

중소기업은 대규모 사내하청 구조를 유지할 형편이 안 돼 아예 불법 파견을 밥 먹듯 하거나, '예외적으로 일시적인 업무에 한해서만 최장 6개월까지 허용한다.’는 파견법 조항을 편법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렇게 기업들이 사람 하나를 고용하는 데에도 법의 경계를 넘나들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선, 필연적으로 고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귀족노조가 팽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진우 리버럴이코노미스트 편집인
 
(하편으로 이어짐.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박진우의 경제논단'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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