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 수뇌부의 ‘집단공백’ 상태가 현실화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된 가운데 그룹 2‧3인자로 불린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동반 퇴임을 결정했다.
삼성은 28일 미전실 해체와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최 부회장과 장 사장, 미전실팀장 7명이 모두 사퇴한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과 미전실 해체 등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진다는 이유다.
최지성 부회장(왼쪽)과 장충기 사장 /사진=연합뉴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들이 계열사 등으로 옮기는 일은 없다. 사임은 퇴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이 부회장의 ‘멘토’로까지 불리며 삼성의 주요 사업을 챙겨왔다. 1977년 삼성에 입사한 그는 2006년 삼성전자 보르도 TV가 세계 1위에 오르게 한 공로로 2010년 삼성전자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2012년 미래전략실장에 올라 6년째 미전실을 책임졌다.
장 사장은 2009년 사장으로 취임해 삼성브랜드관리위원장을 역임한 뒤 2010년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역임했다. 이듬해 미전실 차장 직함을 달았다. 그룹 내부에서는 대표적인 '전략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은 비선실세로 지목받는 최순실씨 일가를 불법적으로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이날 특별검사팀의 기소대상에 포함됐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의 퇴진 가능성이 거론됐다.
재계는 삼성 수뇌부 집단 퇴진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가 해산된 가운데 계열사 간 사업 조정과 사장단 인사, 조직개편 등 굵직한 사안이 매끄럽게 처리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전실 해체 후 삼성은 계열사별 자율경영시스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룹의 주요 현안은 사장단 협의체를 중심으로 처리하고, 컨트롤 타워 기능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로 분산 이관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수뇌부의 집단공백은 삼성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상황일 것”이라며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 시스템이 정착돌 때까지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