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달 28일부터 돌입한 탄핵심판 평의 과정에서 고려하는 핵심 쟁점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관련 통치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게 위반했느냐”는 ‘사안의 중대성’이 꼽히고 있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만큼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느냐는 것이다.
지난 2004년 당시 헌재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기각했던 이유도 ‘사유 불충분’이라는 점에서, 향후 일주일간의 평의-평결 과정에서 헌법재판관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탄핵사유 17건에 대한 국회 측과 대통령 측 간의 대립각은 첨예하다.
‘사안의 중대성’ 중 특히 최순실의 사익추구에 박 대통령이 연관됐는지 여부와 대통령의 고의성이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씨의 사익추구와 관련된 쟁점은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과 삼성 지원, 공직인사 관여 의혹 및 사업특혜 강요로 정리된다.
국회 측은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특정 개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대통령 비서실과 정부부처를 악용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남용했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안종범 경제수석 등 많은 보좌진들이 탄핵 사건과 관련해 구속되거나 기소되거나 그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이들은 대통령을 위해 이러한 행위를 벌였다는 지적이다.
반면 대통령 측은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한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 청탁을 받거나 불법이익을 얻은 적 없고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 등은 역대 정권에서 있어왔던 정당한 통치행위였으며, 최씨에 의한 공직인사 관여나 사업특혜 강요는 사실무근이고 설사 사실이더라도 박 대통령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탄핵 핵심 '사안의 중대성', 최순실 비리 박대통령과 연관성이 관건./사진=미디어펜
세부적으로 보면, 미르·K스포츠재단의 경우 국회 측은 대통령이 최씨의 사익 추구를 위해 대기업에 출연을 강요하는 등 재단설립을 강행했다고 주장하지만 대통령 측은 국가정책 차원에서 선의로 추진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설사 재단 설립 전후 과정에서 최씨의 이권 개입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이를 몰랐다는 지적이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기소로 부각된 삼성그룹의 미르·K재단 출연 및 최씨 모녀 지원의 경우 국회 측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 등 현안에 도움받기 위한 뇌물이라는 입장이지만, 대통령 측은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어떤 기업인들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그에 따른 불법적인 이익을 얻은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최씨의 공직인사 관여 및 사업특혜 강요 의혹에 대해서 국회 측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일종의 ‘경제적 공동체’라고 주장하지만, 대통령 측은 “실체 없는 얘기로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러한 탄핵 사유들에 대해 국회 측은 ‘중대하다’고 보는 반면, 대통령 측은 ‘사소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을 심리했던 당시 헌재는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대통령)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 탄핵 심판 청구의 이유가 있다”며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해 일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대통령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는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해 정당화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관 8인은 전례에서 판시된 바와 같이, 헌법 수호의 관점과 국민의 신임 배신 등을 고려하여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에 의사를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헌재는 향후 10여 일간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한 평의를 갖고 인용-기각-각하 등 탄핵심판 선고를 위한 사전 절차에 돌입했다.
촛불 민심이 주춤한 가운데 태극기 집회의 기세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등 탄핵 결과가 나더라도 국민들의 분열상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도 헌법재판소의 묘안이 요구되는 이유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